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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아이러니 시리즈', 드넓은 잠실에서 8홈런이라니

아무도 예상못한 그림이다.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두산 베어스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초유의 홈런포 전쟁이 펼쳐졌다.

기세싸움이 가장 팽팽하다는 가을야구의 정점. 단기전의 특성을 감안해 양팀 감독은 따로 패전처리 투수도 동행시키지 않았다. 모두가 필승조다. 지면 다음이 없기 때문이다. 마운드 총력전도 달아오른 양팀 방망이를 막지 못했다. 두산은 최주환의 만루홈런, 김재환의 스런런포 2개 등 4개의 홈런으로 11점을 뽑으며 17대7로 승리했다. 전날(17일) 1차전 5대13 대패를 하루만에 되갚았다. NC도 두산 에이스 장원준에게 3개의 홈런을 뽑아내는 등 총 4개의 홈런을 쏘아올렸지만 화력에서 밀렸다.

이날 드넓은 잠실구장에서 무려 8개의 홈런이 쏟아졌다. 역대 잠실구장 포함 포스트시즌 한경기 최다홈런 신기록이다. 종전 잠실구장 최다홈런은 6개(1999년 10월 10일 한화 이글스-두산 베어스 플레이오프 1차전). 앞서 가을야구 한경기 7홈런은 두 번 있었다. 1999년 10월 2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플레이오프 7차전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7개의 홈런(삼성 4개, 롯데 3개)이 터졌다. 2009년 인천 SK 와이번스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도 7홈런(SK 6개, 두산 1개)이 쏟아져 나왔다.

잠실은 국내 구장 중 가장 크다. 좌-우 100m에 중앙이 125m다. 좌중간과 우중간이 둥그렇게 깊게 패여있어 좀처럼 홈런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투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구장, 타자들이 꺼리는 구장이다. 타자들의 스윙 전략까지 바꾼다. 작은 구장에서는 담장을 넘어갈 공이 잠실에선 깊숙한 외야플라이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날 한순간 경기 흐름을 뒤집어 버리는 홈런이 무려 8개나 나오다보니, 양팀 응원석은 환호와 탄식이 수도없이 교차했다. 전날(17일) 1차전에서 NC 재비어 스크럭스의 만루홈런과 두산 양의지의 홈런은 전초전이었다.

두산은 대승을 거뒀지만 1차전 더스틴 니퍼트(5⅓이닝 6실점 5자책)에 이어 장원준마저 5⅓이닝 10안타(3홈런) 6실점(5자책)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장원준은 두산의 선발 '판타스틱 4' 중에서 가장 낮은 볼을 던진다. 장원준은 올해 29경기에서 12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경기당 0.4개 수준이다.

경기 전 김경문 NC 감독은 "장원준은 까다로운 투수다. 기본적으로 볼이 낮게 깔린다. 더스틴 니퍼트는 빠른볼을 뿌리지만 볼끝이 무뎌지면 장타가 나온다. 장원준은 낮은 쪽에서 좌우로 휘면서 떨어지는 볼을 구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NC는 올시즌 14승9패, 평균자책점 3.14(전체 2위)를 기록한 장원준을 상대로 지석훈 김성욱 나성범이 홈런을 때려냈다.

NC 마운드는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두산은 고비마다 홈런으로 흐름을 단번에 뒤집었다. 3번 박건우의 솔로홈런, 4번 김재환의 스리런 홈런으로 경기초반 4-4 균형을 잡았다. 이후에는 NC의 불펜 필승조를 마음껏 두들겼다. NC가 이번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선발에서 불펜으로 돌린 회심의 카드, 제프 맨쉽은 두산 최주환에게 역전 만루홈런을 맞았다. NC 믿을맨 원종현은 김재환에게 쐐기 스리런을 허용하며 주저앉았다. 마운드 총력전이라는 가을야구가 무색했던 화끈한 방망이쇼. 양팀 마운드는 이날 설 곳이 없었다. 잠실=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