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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키워드] 불펜의 배신과 볼넷의 위험성

두산 베어스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2차전에서 4개의 홈런포를 앞세워 17대7로 재역전승을 거두며 전날 패배를 깨끗이 설욕했다. 이날 두산은 3점 홈런 2개를 터트린 4번 타자 김재환을 필두로 박건우(1회 1점)와 최주환(6회 만루홈런)이 홈런 4개를 때렸다. NC 역시 지석훈(2회 1점)과 김성욱(2회 2점), 나성범(5회 2점), 스크럭스(7회 1점)가 마찬가지로 4개의 홈런을 합작했으나 영양가 면에서 두산을 넘지 못했다. 홈런쇼가 펼쳐진 플레이오프 2차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믿었건만…NC 불펜의 배신

NC는 이날 불펜진을 일찍 가동했다. 2차전 선발로 낸 이재학이 4-1로 앞선 3회말 두산 김재환에게 스리런포를 맞아 동점을 허용하자 4회에 바로 이민호와 교체했다. NC 김경문 감독은 3회까지 이재학의 투구수가 60개로 다소 여유가 있었지만, 일찍 승부수를 던졌다. 이재학의 구위나 제구력으로는 더 이상 버터기 어렵다고 판단한 듯 했다. 이민호는 성공적이었다. 5회까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마침 타선도 제때 터졌다. 5회초 나성범이 2점 홈런을 날려 6-4 리드를 만들어냈다. 이대로 굳히기만 된다면 NC의 2연승이다.

그래서 김 감독은 6회말 이민호를 내리고 전날 1차전에서 좋은 구위를 선보인 좌완 구창모를 넣었다. 6회말 선두타자가 좌타자 김재환이라는 점도 구창모 선택의 한 요인이다. 구창모는 전날에도 7회말 2사후 김재환 타석 때 나와 삼진을 잡아낸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계획이 통하지 않았다.

구창모는 2연속 볼넷을 허용한 뒤 교체. 뒤이어 투입한 맨쉽 역시 볼넷에 이어 만루홈런으로 실패했다. 그 다음에 넣은 원종현도 김재환에게 스리런포를 얻어맞았다. 구창모-맨쉽-원종현 등 NC의 필승조가 무려 8점이나 내준 것. 믿었던 불펜의 배신 앞에 NC 벤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대참사의 도화선, 볼넷

투수 코치라면 누구나 투수들에게 강조하는 철칙이 있다. "차라리 안타를 맞더라도 볼넷은 주지 말라." 투수들에게 볼넷은 최악의 결과물이다. 투구수는 늘어나고, 아무 소득없이 주자를 쌓아두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동료 수비진에게도 피해를 준다. 볼넷을 주는 과정에서 수비 시간은 늘어지고, 수비수들의 집중력도 따라서 저하된다. 결국 이런 악재가 겹치면 대량 실점이 터질 수 있다. 볼넷은 백해무익하다.

이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그런 진리가 그대로 입증됐다. 두산이 4-6으로 뒤진 6회말이었다. NC 세 번째 투수 구창모는 첫 상대인 김재환과 오재일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여기서 다시 투수교체, 맨쉽이 나왔다. 하지만 맨쉽도 첫 상대 양의지에게 볼넷을 내줬다. 무사만루.

결국 두산은 안타 하나 없이 무사 만루 역전 찬스를 잡은 셈이다. 타자들의 집중력은 커진 반면, NC 투수는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맨쉽은 무사 만루에서 최주환에게 역전 만루 홈런을 얻어맞았다. 이를 시작으로 두산은 6회에만 무려 8점을 뽑아낸다. 8실점 대참사의 도화선, 바로 구창모와 맨쉽의 볼넷 3개였다.

▶일촉즉발, 사구 신경전

1승으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포스트시즌에서는 선수들이나 벤치나 모두 민감하다. 의도가 담기지 않았더라도 상대의 작은 행동에 쉽게 흥분할 수 있다. 이렇게 흥분하면 좋을 게 없다. 때로는 상대의 흥분을 이끌어내기 위해 도발성 플레이를 하기도 한다. 노련한 팀은 여기에 넘어가지 않는다.

이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미묘한 장면이 나왔다. 자칫 벤치 클리어링까지 확대될 뻔한 장면. 7회였다. 두산 김재호와 박건우가 연속 사구를 맞았다. 특히 김재호는 부상을 당한 어깨쪽에 공을 맞자 크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NC 투수 최금강이 사구를 던졌다. 의도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비록 앞서 오재원이 2루에 이어 3루까지 연속 도루를 했지만, 12-7의 리드를 감안하면 있을 수 있는 상황. 이걸로 보복성 사구를 던지는 건 어불성설이다. 제구력이 좋지 않았던 듯 하다.

하지만 연속 사구는 두산 선수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여기서 오재원이 나섰다. 더그아웃에서 나와 동료들을 진정시키며 불상사를 막아냈다. 하지만 이걸로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볼 순 없다. 시리즈 내내 사구로 인한 신경전이 다시 펼쳐질 수도 있을 듯 하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