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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김경문 감독의 초강수와 하위타선 대반란

한국시리즈 진출 '78.8%'의 확률이 걸린 중요한 승부.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에서 끝내 웃은 것은 NC 다이노스였다.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1차전은 숨막히는 타격전이었다. 역전과 재역전이 교차한 끝에 NC가 13대5로 승리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역대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78.8%(33회 중 26회)다.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녔던 양팀의 플레이오프 1차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유격수 류지혁의 허점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이날 선발 유격수로 류지혁을 내세웠다. 이미 미디어데이 때부터 예고했던 대로다. 사실 김 감독의 입장에서는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었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의 몸상태가 선발로 나서기엔 무리였기 때문. 김재호는 지난 8월 29일 잠실 롯데전 때 박헌도의 파울타구를 처리하다가 좌익수 김재환과 부딪히며 좌측 어깨 인대를 다쳤다. 이후 치료와 재활을 진행했지만, 아직 몸상태가 완전치 않다.

류지혁은 김재호의 부상 이후 주전 유격수로 건실하게 활약해왔다. 그래서 김 감독도 신뢰를 담아 선발로 내보냈다. 그러나 류지혁은 이전까지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결국 이 약점이 치명적인 내야 허점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류지혁은 1-0으로 앞선 3회초 1사 때 김태군의 내야 깊은 타구를 잡은 뒤 1루에 악송구를 했다. 1루수 오재일이 공을 뒤로 빠트린 사이 김태군은 2루까지 갔고, 결국 2사 2, 3루에서 박민우의 중전 적시타 때 홈까지 들어와 동점 득점에 성공한다.

불안한 모습은 또 나왔다. 4-2로 역전한 5회초 수비. 1사 1, 2루에서 박민우가 1루수 앞 땅볼을 쳤다. 타구를 잡은 두산 1루수 오재일은 선행주자 나성범을 잡기 위해 2루로 송구했다. 그러나 베이스 커버에 들어온 류지혁은 이 공을 잡지 못했다. 오재일의 송구 실책이었지만, 류지혁의 부정확한 캐치도 아쉬웠다. 곧이어 NC 4번 스크럭스의 역전 만루포가 터지고 말았다.

부실한 수비가 치명적인 실점으로 모두 연결된 셈이다. 문제는 두산의 팀 사정상 류지혁이 계속 유격수로 나설 수 밖에 없다는 데 있다. 김태형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듯 하다.

▶'Moon'의 초강수 맨쉽

NC 김경문 감독은 '승부사'다. 풍부한 포스트시즌 경험도 있다. 그래서 플레이오프 1차전에 걸린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 지 뼛속 깊이 안다. 여기서 지는 건 1패 이상의 데미지를 남긴다. 결국 김 감독은 선발 요원인 제프 맨쉽을 1차전 도중 소환하는 초강수 카드를 뽑아 들었다.

당초 맨쉽은 등판 일정상 2차전 선발로 예상됐던 선수다. 지난 11일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로 나선 뒤 6일을 쉬었다. 그래서 18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 나설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1차전 선발 장현식이 4회말 3실점 하며 2-4로 역전을 허용하자 2사 1, 3루 상황에 구원투수로 호출됐다. 김 감독의 필승 의지가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다. 맨쉽을 끌어다 쓰면 당장 2차전 선발에 공백이 생기지만, 그보다는 1차전을 내주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 선수들에게 전한 셈이다.

맨쉽은 한국에서는 선발로 나섰지만, 불펜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특히 지난해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불펜 투수로 월드시리즈 무대에 두 번이나 나선 적이 있다. 김 감독도 이런 맨쉽의 경험을 믿고 모험을 시도한 것이다.

그리고 이 카드는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맨쉽의 구위 자체는 좋지 않았다. 그러나 수비와 타선의 도움을 받으며 팀의 리드를 지켰다. 4회말 2사 1, 3루에서 첫 상대인 민병헌에게 큼직한 안타성 타구를 맞았지만, NC 중견수 김준완이 기막힌 다이빙 캐치로 아웃을 만들어줬다. 이후 NC 타선이 5회초 폭발하며 4점을 내 역전을 만들었다. 맨쉽은 6-4로 앞선 5회말에도 2안타(2루타 1개) 1볼넷으로 1실점 했으나 동점까지는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맨쉽은 1⅓이닝 2안타 1볼넷 1실점으로 불안했지만 제 몫은 했다. 그리고 팀이 13대5로 이기며 행운의 승리 투수까지 된다. 김 감독의 초강수는 성공이었다.

▶하위 타선의 반란

일반적으로 6번 이하 하위 타선에 대한 경계심은 그리 크지 않다. 하위 타선에 배치된다는 건 그만큼 타격이 강하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 그러나 하위타선이라고 방심하면 안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포스트시즌에 오른 팀의 베스트 주전멤버들이다. 언제고 터트릴 준비가 돼 있다. 그리고 이런 하위 타선이 터지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NC 다이노스의 하위 타선이 그걸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입증한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건 8회초 NC 공격이었다. 6-5로 간발의 리드를 하던 NC는 6안타 2볼넷으로 대거 7점을 뽑는 빅이닝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가운데 3안타 5타점이 6, 7, 8번 하위타선에게서 터져나왔다. 8-5로 앞선 2사 만루에서 6번 권희동의 2타점 좌중간 적시 2루타에 이어 7번 노진혁이 또 2타점짜리 좌중간 적시 2루타를 날렸다. 그리고 8번 손시헌도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보탰다. 두산 투수진이 하위 타선에 다소 느슨한 승부를 걸다가 대형 사고를 자초한 셈이다. NC 하위타선의 반란은 결국 1차전 대승을 불렀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