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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NC타자들은 어떻게 니퍼트를 무너트렸나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은 17일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더스틴)니퍼트를 상대로 스퀴즈를 해서라도 1점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1점. 막혔던 혈이라도 뚫고 싶었다. '가을 니퍼트'는 NC로선 넘지못할 큰 산이었다.

이날 두산이 1차전 선발로 내세운 니퍼트는 국내 최고연봉(210만달러) 외국인 투수. 한국에서 7시즌째 활약하며 역대 외국인 최다승(94승43패) 반열에 올랐다. 특히 가을에는 더욱 무섭다. 지난해 NC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니퍼트는 8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두산의 4전승 우승의 물꼬를 텄다. 2015년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도 NC는 7이닝 무실점으로 봉쇄당했다.

니퍼트는 말도 안되는 기록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2015년 10월 10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7회 2사 이후부터 지난해 NC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포스트시즌 34⅓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 혈투 끝에 기진맥진해 상경한 NC였지만 오기로 맞섰다. 결국 세번째 도끼질만에 니퍼트를 쓰러뜨렸다. 이날 NC는 집요하게 니퍼트를 물고 늘어졌다. 니퍼트의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아예 건드리지 않았다. 철저하게 빠른볼과 중앙으로 형성되는 슬라이더만 노렸다. 3회초 2사 2,3루에서 3번 박민우가 시속 151km 직구를 가볍게 때려내며 2타점 적시타로 니퍼트의 포스트시즌 무실점 행진에 종지부를 찍었다. 2-4로 뒤진 5회초에는 1사후 1번 김준완 볼넷, 2번 나성범 중전안타, 이어진 상대 수비실책으로 1사만루 찬스. 4번 재비어 스크럭스가 떨어지는 슬라이더(128km)를 놓치지 않았다. 결정적인 역전 좌월 만루홈런.

가을의 제왕 니퍼트는 처참한 몰골로 6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터벅 터벅 걸어내려갔다. 5⅓이닝 8안타(1홈런) 2볼넷 9탈삼진 6실점(5자책). 6회 이전에 투구수가 100개나 됐다. NC 타자들이 서두르지 않으니 안달난 쪽은 니퍼트였다. NC는 상대 에이스를 무너뜨리며 시리즈 향방을 가를 귀중한 1차전에서 13대5로 승리했다.

올해 니퍼트는 다소 힘이 떨어졌다. 우려했던 불안이 가장 중요한 순간 현실이 됐다. 니퍼트는 지난해 22승3패, 평균자책점 2.95로 최고 시즌을 보냈는데 올해는 14승8패에 평균자책점은 4.06까지 치솟았다. 여전히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지만 제구가 높고, 예리했던 몸쪽 빠른 볼은 예전과 달리 자주 커트당하면서 고전했다.

NC로선 지난달 12일 페넌트레이스에서 니퍼트를 상대로 좋은 승부를 펼쳤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당시 니퍼트는 3⅓이닝 동안 11안타(3홈런) 11실점으로 최악의 피칭을 했다.

두산으로선 플레이오프를 넘어 포스트시즌 전반에 큰 먹구름이 끼었다. 니퍼트는 두산의 가을야구를 지켜줄 에이스다. 매번 환호의 순간에 니퍼트가 있었다. 두산은 2015년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를 거쳐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한국시리즈 역전우승을 만들어냈다. 당시 한국시리즈 1차전을 내줬지만 2차전에서 니퍼트가 7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며 4연승으로 역전우승을 품었다. 지난해 니퍼트의 활약은 따로 설명이 필요없다. 정규시즌 MVP 위력은 NC와의 한국시리즈까지 쭈욱 이어졌다.

두산이 향후 플레이오프 2,3,4,5차전에서 역전에 성공, KIA 타이거즈가 기다리고 있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고 해도 걱정이다. 니퍼트는 올시즌 KIA를 상대로 4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9.00으로 최악이었다. 준플레이오프 기간 동안 푹쉰 니퍼트의 구위회복 여부는 NC 뿐만 아니라 KIA도 멀찌감치서 지켜보고 있었다. 미소짓는 KIA가 잠시 오버랩됐다면 오버였을까. 잠실=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