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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못할 현실, '본선 올인'이 해답이다

가시밭길이다.

한국 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60위권으로 밀렸다. 1993년 FIFA랭킹 집계 이후 처음으로 중국(57)에게 추월 당한 충격파가 만만치 않다. '축구 굴기'를 앞세운 중국의 무서운 성장세를 부정할 순 없지만 씁쓸함을 감출 길이 없다.

지난 10여년을 돌아보면 아쉬움은 더 크다. 2009년 52위로 출발했던 랭킹이 2011년 32위까지 뛰어 올랐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의 부진 끝에 69위까지 급추락했던 랭킹은 지난해 치른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 전승의 '거품' 속에 37위까지 뛰어 올랐지만 다시 60위권으로 밀려났다. 발전이 정체된 한국 축구의 현주소다.

FIFA는 러시아월드컵부터 본선 포트 배정을 대륙 안배 대신 랭킹 순으로 바꿨다. 이로 인해 한국 축구의 러시아월드컵 본선 구도가 더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10월 2연전에서 모두 이겼더라도 한국이 기대할 수 있었던 자리는 포트3 정도다.

랭킹 집계 뒤 출전한 6차례 본선을 돌아보면 포트 배정은 큰 의미가 없다. 1994년(볼리비아), 1998년(벨기에), 2006년(스위스, 토고)가 조추첨 당시 한국보다 FIFA랭킹이 낮은 팀이었다. 그러나 한국이 이들을 상대로 거둔 성적은 1승(2무1패)에 불과했다. 오히려 '밑바닥'이었을 때가 성적이 좋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2010년 남아공월드컵 모두 한국은 나머지 3팀보타 FIFA랭킹 하위였으나 각각 4강, 16강 진출을 이뤄낸 바 있다.

본선에서 쉬운 상대란 없다. 매 대회마다 '도전자', '다크호스'라는 평가를 받았던 한국 축구지만 현재는 이러한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침체되어 있다. 철저하게 본선을 준비해야 할 시기지만 한국 축구, 여전히 '올스톱'이다. '현지화'로 출발한 논란이 벌써 1년째다.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넘겨받은 신태용 감독 취임 전부터 최종예선 막판 2연전 및 10월 A매치 부진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불신과 부정이 '히딩크 광풍'을 타고 들불처럼 번졌다. 평가전, 동계 소집훈련 준비에 여념이 없어야 할 신 감독은 뭇매에 두문불출 중이고 기술위원회 역시 '가사상태'다. 준비를 하고 싶어도 누구 하나 먼저 발을 내디디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 움츠러들었다.

축구협회의 11월 A매치 부담도 크다. '강팀'을 불러 '결과'까지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결과는 제쳐두고 강팀을 불러들이기 쉽지 않다. 유럽 팀들은 일찌감치 유럽 내에서 평가전 일정이 잡혔다. 유럽의 대안으로 꼽히는 남미팀들도 최근 자국 선수들이 주로 뛰는 유럽에서의 현지 소집 및 경기로 A매치를 소화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또 한 번의 원정을 고민해 볼 만하지만 스폰서 노출 문제 등 행정적인 문제로 이마저도 속시원하게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신 감독과 기술위 체제를 뒤집는다고 해서 과연 달라질까. 득보다 실이 크다. 새 체제를 꾸리는 시간과 다시금 자리 잡을 상황을 고려하면 본선까지 남은 8개월은 촉박하다. 결과를 곱씹기보다 더 나은 미래를 그리기 위한 노력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본선 올인'이다. 부진으로 인해 촉발된 비난은 겸허히 수용하면 된다. 지금부터라도 원점에서 선수 구성 및 팀 운영을 점검하고 본선 대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모든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최고의 결과물은 '성적'이다. 당장은 아프고 힘들어도 피할 수 없다는 부딪쳐야 한다. 어쩌면 지금의 시련이 어물쩡 넘어갈 수도 있었던 본선에서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