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이슬찬 눈물, 위기의 전남에 필요한 건 '베테랑'+'강한 정신력'

전남의 멀티 플레이어 이슬찬(24)은 '투지의 대명사'다. 남다른 투지만큼 승부욕도 엄청나다. 지는 걸 무척 싫어한다. 그런데 지난 8월부터 곤두박질 치고 있는 팀 성적에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FC서울전부터 지난 8일 대구전에 이어 지난 15일 광주전까지 세 경기 연속 패한 뒤 라커룸에서 눈물을 흘렸다. 반드시 이겨야 했던 승부에서 패한 것에 대해 강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2017년 전남은 위기다.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스플릿 그룹 B로 떨어졌을 때도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강등을 걱정해본 적이 없었다. 강등권과 큰 차이로 살아남았다. 지난 시즌에는 그룹 A에 포함돼 구름 위를 걸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지난 시즌과 상황이 천양지차다. 8승9무17패(승점 33)를 기록, 11위 인천과 승점이 같지만 다득점(전남 50골, 인천 28골)에서 앞서 간신히 10위를 유지 중이다. 더 큰 문제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팀 분위기다. 최근 10경기에서 4무6패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승리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다음 경기에서 잘 하면 된다"며 후배들을 다독이던 '캡틴' 최효진(34)도 광주에 2대4로 참패한 뒤 할 말을 잃은 듯 침묵했다.

성적 부진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두 가지만 꼽자면 헐거운 스쿼드와 빈약한 수비력이다. 전남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최소 인원으로 버텨왔다. 세 명의 골키퍼를 제외하면 필드 플레이어는 24명에 불과하다. 한데 4~5명의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가용자원은 엔트리를 겨우 짤 수 있는 수준이었다. 노상래 감독이 원하는 선수들로 베스트 11을 구성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는 것이 시즌 초부터 전남이 처한 현실이었다. 노 감독은 "그 부분은 핑계를 대는 것 같아 언급하고 싶지 않다. 다만 올 시즌이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힘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보다 구멍 난 수비진 운영에 애를 먹었다. 나름대로 34경기에서 50골을 넣은 공격력은 밀리지 않았지만 최다 실점(63골)을 줄이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이었다. 최근 2경기에서 8골을 허용했다. 대구전에선 주축 수비수 토미가 전반 종료 직전 퇴장당하자 와르르 무너졌다. 후반에만 4골을 내줬다. 광주전에선 2-2로 팽팽히 맞서던 후반 20분 토미 대신 출전한 양준아의 뼈아픈 백 패스 실수로 페널티킥을 내준 뒤 주도권을 완전히 광주에 빼앗겼다.

한숨만 쉴 때가 아니다. 답이 보이지 않아도 반전을 이뤄낼 수 있는 묘수를 찾아내야 한다. 역시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것은 '베테랑'이다. 최고참 현영민(38)과 주장 최효진(34)의 경험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둘은 산전수전 다 겪었다. 그라운드에서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는 이들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때로는 감독의 전술, 전략보다도 베테랑들의 한 마디가 중요할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베테랑들이 젊은 선수들의 불안함에 요동치는 심리를 잡아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포기는 아직 이르다. 아직 4경기나 남아있다. 승점 3점만 따내도 그룹 B에선 잔류 가능성이 한껏 높아진다. 강한 정신력이 동반돼야 한다. 매 경기 그라운드에 쓰러질 정도로 100% 체력을 다 쏟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젠 일주일마다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다음 경기 전까지 충분히 체력을 끌어올릴 시간적 여유가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