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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세7븐' 이주일, 여동생도 몰랐던 유골의 행방과 남겨진 의문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세7븐' 코미디 황제 故이주일은 죽어서도 편안하지 못했다. 15주기를 맞이했지만, 선배 구봉서와 달리 그는 후배들이 찾아갈 묘소가 없었다.

13일 TV조선 '세7븐'에서는 '故이주일, 사라지다'라는 제목으로 사라진 이주일의 유골과 묘소에 관련된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유골은 찾았지만 의문점은 여전히 남았다.

지난 2002년 별세한 이주일은 화장된 뒤 어머니 곁에 묻혔다. 하지만 춘천 묘원 현장에서 이주일은 물론 어머니의 묘까지 사라진 뒤였다. 그 곳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의 묘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주일의 비석은 묘지 한구석에 버려져있었다.

이주일에겐 지난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재산공개 당시 기준으로 44억이 넘는 재산이 있었다. 현재 가치로는 400억원 이상. 이주일의 전 매니저는 당시 기준에도 65억이 넘었을 것이라고 호언했고, 지인들도 "행사 몇번 뛰면 아파트 한 채를 벌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주일이 보유했던 막대한 부동산은 그의 죽음 직후인 2003년 줄줄이 정리됐다. 이주일 가족이 살던 지역 사람들은 "집이 망했다고 하더라"는 소문을 전했다.

묘지 관리소 측은 제작진에게 "관리비 체납 때문에 무연고자 묘로 처리된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관리비 체납은 무연고로 처리될 긴 기간도 아니었고, 그 쌓인 돈을 안쓰러운 마음에 대신 내준 지인도 있었다. 이주일의 여동생과도 연락이 닿았지만, 유골의 행방은 여동생도 방송인 동료와 연예협회 측도 몰랐다.

여동생은 제작진에게 "전에 올케(이주일 부인)가 '관리비가 없어서 모셔갔다'고 하더라. 오빠랑 엄마 묘까지 다 파갔다"고 밝혔다. 여동생은 "'네가 관리비 낼 거냐' 하기에 낼 테니 (유골을)달라 했더니 그 다음부턴 전화도 안받더라"며 애가 탔다. 묘지 측도 '아내가 개장해갔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하지만 서류를 보고 찾아간 화장터에도 이주일과 그 어머니 이름은 없었다.

제작진은 이주일의 유족을 수소문한 끝에 가까스로 큰딸을 만났다. 하지만 큰딸은 "관리비는 체납한 적이 없다. 재산에 대해서도 결백하다. 우린 정말 가진 게 없다"고 주장하는 한편 "할머니는 화장해 뿌렸고, 아버지 유골은 엄마 방 항아리에 담겨있다"고 답했다. 이어 "돌아가신지 한참 됐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서 파냈다"며 "어머니는 '의논하고 할 걸 그랬다. 내가 부덕하다'고 하시더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고인과 그 어머니의 유골을 직계 가족만의 생각으로 처리하고, 묘를 아예 없애버리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고인의 친구들은 물론 여동생조차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고인의 어머니이니 여동생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관리비 체납 기록도 있고 대신 내준 사람도 있는데 체납한 적 없다는 답변도 의문이다.

또한 기껏해야 1년에 100만원 안팎일 관리비를 내지 못해 묘를 포기하는 선택도 쉽게 하기 어렵다. 정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여동생이나 친척들과 의논하는 게 당연한 순리다. 고인의 친구나 연예협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희극인으로 꼽히는 이주일의 묘라면 연예협회가 발벗고 나설만하다. 금액은 몇몇 동료들의 모금만으로도 해결될 정도였다.

이주일의 15주기였던 8월 27일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또다른 대코미디언 구봉서가 세상을 떠난 날이기도 했다. 이날 구봉서의 묘지에는 수많은 코미디언 동료와 후배들이 모여들어 추모제를 가졌다. 하지만 이주일은 추모할 장소를 잃었다. 유일하게 남은 흔적인 비석만이 외로이 장대비를 맞을 뿐이다.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는 이주일이다.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