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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심판의 신뢰회복, 윤리적 양심에 달렸다

KBO가 전직 심판원이 일으킨 일부 구단과의 금전거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사건은 해당 심판원 개인의 윤리적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심판원과 구단 관계자는 야구계라는 좁은 세계 안에서 동반자이기는 하지만, 입장이 명확히 다르고 서로 친분이 깊어지면 안 되는 복잡한 관계다. 양자간에 지켜야할 사항이 규정으로 명문화돼 있지만, 개인 판단에 맡겨야 하는 부분도 많다.

모든 것을 원리원칙에 입각해 판단하는 일본의 경우 심판원과 구단 관계자 사이에 어떤 룰이나 거리감이 있을까. 그 부분에 대해 일본프로야구(NPB) 현직 심판원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다.

NPB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한 30대 심판원은 구단 관계자와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실 심판원과 구단 관계자 사이에 대해 규칙으로 규정된 점은 없습니다. 선수나 코칭스태프와 친해지면 안 된다라는 불문율은 있어도, 구체적인 금지사항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얘기죠".

이 심판원에 따르면 원정경기 때 식당이나 술집에서 선수나 구단 관계자와 우연히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인사는 하더라도 개인 판단에 따라 가게에 들어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한다. 같은 자리에서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규칙은 없지만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다.

일본 심판원의 눈에 비친 한국 심판원은 어떤 모습일까. 국제대회에서 한국 심판원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한 심판원은 "ON과 OFF의 구분이라고 느꼈습니다. 경기가 끝나면 자유로운 분위기로 지내는 것처럼 보였어요. 우리도 경기 후 선수들과 대화를 하기는 하는데, 조금 조심스럽기도 해요"라고 했다.

한국에 비교해보면 답답하게 보일 수도 있는 일본의 심판원들. 그 배경에는 계약적인 부분이 있다고 이 심판원은 말한다. "우리는 프로야구 선수처럼 1년 계약이고, 시즌 후 평가에 따라 재계약을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심판 기술은 물론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하면 잘릴 가능성도 있어요".

한국의 심판원들도 일본과 같이 1년 계약이다. 한국은 심판원 대부분이 재계약을 하는데, 일본은 기술 부족 등 문제가 있으면 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심판원은 "당연히 잘리고 싶지 않지요. 또 우리 심판원의 최소 연봉이 1군은 750만엔(약 7192만원)이라고 인터넷에는 나오는데, 실제로는 그것보다 작습니다. 경험이 쌓이면 연봉이 올라가고 경기당 보수를 받을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에 항상 향상심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심판원들은 스타일은 달라도 항상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금전거래처럼 오점이 노출되면 심판원 전체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일본 심판원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심판원 각자가 윤리적 양심을 발휘할 때 팬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