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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의 소집 첫 날 키워드 '책임감, 이동국, 할뚜이따아'

신태용호의 소집 첫 날 키워드는 '책임감, 이동국, 할뚜이따아' 세가지였다.

신태용호가 21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 처음으로 소집됐다. K리거 11명, 중국파 4명, 중동에서 뛰는 남태희 등 16명이 한 데 모였다. 남은 해외파 10명은 소속팀 일정을 마친 뒤 차례대로 합류할 예정이다. 한국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5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벡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 10차전을 치른다.

말그대로 운명의 2연전이다. 한국(승점 13)은 3위 우즈벡(승점 12)에 승점 1 앞선 2위에 올라있다. 이란이 이미 본선행을 확정지은 가운데, 한국과 우즈벡이 남은 직행 티켓 1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만에 하나 삐끗할 경우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에 소집한 선수들의 얼굴은 설레임 보다는 비장함이 더 커보였다.

▶책임감

'최고참' 이동국(38)부터 '막내' 김민재(21·이상 전북)까지. 하나같이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빼놓지 않았다. 지면 탈락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반영된 분위기였다. 이동국은 "대표팀이라는 곳이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나 역시 운동장에서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경기는 더 중요하다. 월드컵에 못나갈 수 있기에 두 경기를 잘 준비해서 국민들에게 월드컵에 나가는 모습 보실 수 있게 하겠다"고 전했다. 김민재도 "아직도 대표팀에 온 것이 얼떨떨하다. 막내 답게 팀을 위해 희생하며 분위기를 띄우도록 노력할 것"고 했다.

K리그 대표 선수답게 염기훈(34·수원)은 조금 더 특별한 책임을 전했다. 염기훈은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무조건 월드컵에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만에 하나 실패한다면 K리그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모든 선수들이 다 마찬가지지겠만 K리거가 이번 위기를 더 잘 인식해야 하고, 더 잘해야 한다. 월드컵에 나가기 위해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이 어깨에 짊어진 '책임감'을 풀어낼 방법 역시 한가지였다. '희생'과 '원팀'이었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고요한(서울)은 "감독님 말씀대로 어떤 선수들보다 더 뛸 각오로 들어왔다"고 했고, 첫 발탁된 권경원(톈진 콴진)도 "수비형 미드필더, 센터백 등 어떤 자리가 주어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최철순(전북)은 "서로간 의사소통을 잘해야 한다. 형들을 잘 받혀주고, 후배들을 잘 이끌어 가겠다. 다 같이 합심해서 이기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동국

취재진부터 선수들까지, 관심사는 온통 이동국이었다. "필요하면 이동국도 뽑을 수 있다"던 신 감독은 이번 2연전에 정말로 이동국을 선발했다. 사상 처음으로 코치(차두리·37)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의 탄생이었다. 일단 베테랑들은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이동국의 선발을 반겼다. 염기훈은 "동국이형이 있어서 든든하다. 분명히 어린 선수들도 그 든든함을 가질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근호(32·강원)도 "나이 많은데 동국이형 와서 이제는 적은 나이가 됐다"며 "형들이 있어서 나로서는 힘도 되고 의지도 된다. 어려울때 상의할 형들이 있어서 많은 도움 될 것"이라고 웃었다.

젊은 선수들도 이동국의 존재가 큰 힘이 되는 듯 했다. 특히 전북서 함께 하는 선수들이 이동국의 존재감에 대해 엄지를 치켜올렸다. 이재성은 "동국이 형이 워낙 앞에서 잘 버텨주니까 대표팀에서도 그런 모습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고, 김민재도 "무게감이 있지만 장난도 잘 치는 형이다. 대표팀에서는 붙어다닐 생각"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동국은 베테랑 답게 쏟아지는 관심을 즐겼다. 그는 "김남일 코치가 '빠따'를 쳐야 하는데 내 밑으로 친다고 하면 차두리 코치도 쳐야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다"는 농담도 던졌다. 하지만 이내 대표팀 이야기에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대표팀을 밖에서 봤을때 희생하는 선수가 줄었다"고 쓴소리도 던지고, "코칭스태프와 상하가 아닌 수평관계로 소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도 드러냈다. 어렵게 대표팀에 돌아온만큼 남다른 각오를 보였다. 그는 "이번 경기는 나이든 선수, 젊은 선수든 중요치 않다. 경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들 모두가 필요한 선수라 생각하고 동료가 더 빛날 수 있게 한다면 좋은 결과 얻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할뚜이따아

당면 과제는 역시 승리다. 이기면 러시아에 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동국이 이날 입고 온 티셔츠는 이번 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메시지였다.

제일 마지막에 입소한 이동국은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거기에는 2년 전부터 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함께 출연 중인 오남매의 막내인 시안이(대박이)가 자동차를 타는 캐릭터가 프린팅 돼 있었다. 그 캐릭터 위에는 '할뚜이따아'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아직 어려서 발음이 완벽하지 않은 시안이가 "할 수 있다"를 외칠때 나는 발음으로 지난해 선풍적인 유행을 끌었다.

"아이들이 대표팀의 상황까지 인지하는 건 아니지만 아빠가 국가대표가 됐다는 건 알고 있다. 특히 시안이는 국가대표가 된 아빠를 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보여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한 이동국은 "막내아들의 응원 메시지를 담았다. 한국 축구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설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말이기도 하다"고 웃음을 지었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다른 선수들도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반드시 반전을 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마지막으로 이동국은 숙소로 들어가기 전 "할뚜이따"라고 외쳤다. 자신의 아들이 자주 쓰는 이 말을 통해 다시 한 번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의 희망을 외쳤다.

파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