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변화구 66% 류현진의 진화, 파워피처는 옛말?

LA 다저스 류현진은 KBO리그 시절 '파워피처'로 불렸다. 150㎞에 이르는 빠른 공을 위주로 볼배합을 하면서 체인지업과 커브, 슬라이더로 타이밍을 빼앗는 스타일이었다. 단순히 직구 스피드 때문만은 아니었다. 정확한 제구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피칭을 한 것도 파워풀한 류현진의 특징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강속구를 무기로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를 '하드 스로잉 피처(hard-throwing pitcher)'라고 부른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투수로 분류되지 않는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류현진을 'hard-throwing pitcher'라고 표현한 외신은 단 한 곳도 없다. 평균 90.5마일의 직구를 던지고, 커브와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변화구도 다양하게 던지는 제구력 위주의 투수라는 게 그들의 시각이다. 지금은 커터를 추가했다. 하긴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들의 직구 평균 구속이 90~91마일인 점을 감안하면 류현진을 hard-throwing pitcher로 부르기는 무리가 따른다. 다저스 1,2선발인 클레이튼 커쇼와 다르빗슈 유의 직구 평균구속과 비중은 각각 92.8마일-46.4%, 94.1마일-52.8%다.

올시즌 류현진은 변화구 및 제구력 투수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2015년 5월 어깨 수술을 받은 이후 2년간 재활에 매달렸던 류현진으로서는 볼배합 패턴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류현진은 20일(한국시각)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경기에서 5이닝 동안 3안타 4볼넷을 내주고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호투를 했다. 타선의 도움이 없어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류현진은 매이닝 주자를 내보내고도 다양한 볼배합을 앞세워 위기를 벗어나는 노련미를 과시했다.

이날 89개의 투구수 중 직구는 31개, 즉 비중이 34%에 불과했다.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는 커터를 19개, 체인지업 19개, 커브 18개, 슬라이더 2개를 각각 던졌다. 어깨 수술 이전 50%가 넘었던 직구 비중이 올시즌 38%로 줄었음을 감안하면 이날 디트로이트전 볼배합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변화구 위주의 스타일로 바뀌면서 제구력이 더욱 중요해진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류현진은 이날 디트로이트 톱타자 이안 킨슬러와 3차례 대결해 모두 출루를 허용하는 바람에 이닝을 길게 끌고 가지 못했다. 킨슬러를 상대로 1회말에는 직구, 커터, 체인지업 3구종을 고루 구사하다 6구째 볼넷을 내줬다. 2회에는 풀카운트 끝에 7구째 다시 볼넷을 허용했는데, 커브와 슬라이더까지 추가해 5가지 구종을 모두 동원했다. 다양한 구종이 류현진의 장점이기는 하지만 제구가 되지 않을 경우, 혹은 교타자를 만날 경우 고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다. 즉 투구수만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류현진은 5회말 세 번째 대결에서 초구 커터 스트라이크 후 2구째 88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몸쪽으로 던지다 좌측으로 라인드라이브로 날아가는 2루타를 얻어맞았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러한 다양한 볼배합을 앞세워 위기를 벗어나기도 했다. 3회말 2사 만루서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 미구엘 카브레라를 커브, 커터, 직구 순으로 3개의 공을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5회 2사 2루서는 저스틴 업튼을 체인지업과 포심만을 이용해 역시 삼진 처리했다.

생존을 위해서 선택한 더욱 다양해진 볼배합이 3년 만에 시즌 100이닝을 돌파한 류현진의 힘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