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위크엔드스토리] '코치들의 입과 귀' KIA 통역 형제를 소개합니다

KIA 타이거즈에는 '형제 통역'이 있다. 운영팀 소속 직원인 이우중씨(24)와 이진우씨(23)는 친형제다. 팀에서 맡고있는 이들의 주업무는 일본어 통역. 일본인 코치들의 입과 귀가 되어 '전담 마크'를 하고 있다. 형 이우중씨는 2015년부터 나카무라 다케시 배터리코치의 통역을 맡고 있고, 지난해 가을 군에서 제대해 KIA에 복귀한 이진우씨는 쇼다 코우조 타격코치와 함께 한다. 형제가 한 구단에서, 프런트로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우중-진우 형제가 처음이다.

동생이 먼저 KIA와 인연이 닿았다. 광주동성고 출신인 그는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일본 대학 야구부에 들어갔지만 고민이 많았다. 고양 원더스 입단도 생각했다가, KIA 불펜 포수로 뛰었다. 2014시즌을 보내고, 그해 가을 군 입대를 하게 되면서 친형을 구단과 연결시켜줬다.

둘 모두 야구 선수 출신이다.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부모님을 따라 일찍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우중씨는 "오사카와 도쿄에 살았어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4학년까지 일본에 살면서 야구를 시작했어요. 제가 3학년, 동생이 2학년이었요. 그리고 아버지 일 때문에 다시 광주로 오게 됐는데 야구는 계속 했어요"라고 했다.

당연히 프로야구 선수가 형제의 꿈이었다. 이우중씨는 "일본에서 야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일본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일본 만화, 드라마를 보면서 일본어를 까먹지 않으려고 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팔과 손에 큰 부상을 입어 1년간 야구를 쉬었지만 그때도 일본어 공부는 계속 했고요. 야구를 계속 하려고 대학 진학도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그만두고 야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일본 효고현에서 1년 정도 공부를 하다가 KIA에 오게 됐어요. 다른 일을 하려고 생각도 했는데,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야구고 직업으로 삼고싶은 것도 야구더라구요"라며 웃었다.

동생도 같은 상황이었다. 이진우씨는 "불펜 포수로 들어왔을 때 일본 스프링캠프에 갔는데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이 내 장점인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굉장히 어렵고, 일본어를 안 쓴지 오래돼서 힘들기도 했지만, 이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아서 편해요"라며 씩씩하게 답했다.

일본어를 현지인처럼 능숙하게 할 줄 알고, 야구선수 출신이라는 게 굉장한 이점이다. 이우중씨와 3년째 동고동락해 온 다케시 코치는 "우중이가 젊어서 선수들과의 의사 소통도 훨씬 편하게 하고, 야구를 했던 선수 출신이라 훨씬 편하다. 선수들에게 내 뜻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처음 한국에 오기로 했을 때 주위에서 '좋은 통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을 해줬는데, 우중이는 그런 친구다. 다른 팀 일본인 코치들이 많이 탐을 낸다"며 칭찬했다.

반대로 통역들이 가까이에서 본 담당 코치는 어떤 모습일까. 이우중씨는 다케시 코치에 대해 "처음에는 낯을 가리시지만, 얼굴을 익히면 농담을 하면서 선수들과 금방 친해지는 스타일입니다. 굉장히 재미있는 분입니다. 형(선수)들도 코치님과 친해지고 나면 모두가 '귀엽다'고 합니다.(웃음) 물론 포수들을 가르칠 때는 정말 진지하고, 따뜻한 분이에요"라고 했다.

올해가 KIA에서 첫 시즌인 쇼다 코치는 다케시 코치와 또 다르다. 이진우씨는 "굉장히 프라이드가 강한 전형적인 '상남자' 스타일입니다. 열정도 넘치고. 매우 뜨거운 사나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쇼다 코치님은 훈련 중에는 절대 화를 내지 않지만, 선수들에게 한번씩 경기 때 잘 안됐던 것들을 짚어서 말할 때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해요. 물론 저는 코치님의 성난 멘트를 충실히 전달하죠"라며 웃었다.

통역을 하면서 느끼는 공통적인 애로 사항도 있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고참 선수들에게 코치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때다. 한마디, 한마디를 즉석에서 전달하다보니 생동감이 느껴져야 하는데, 처음에는 '형들'을 의식해서 존댓말로 했다가 혼이 나기도 했다. 이우중씨는 "캠프에 처음 갔을 때 당당하게 코치님이 말씀하신대로 '임마! 지금 뭐하는거야' 이런 식으로 전했더니, 고참 형들이 '미안한데 이건 조금 아닌 것 같다'고 하신 적이 있었어요.(웃음) 그래서 코치님이 화내시는 것을 존댓말로 전달했더니 이번엔 코치님께서 '그것도 이상하다'고 지적하셔서, 그 후로는 코치님이 직접 선수들에게 '통역은 나의 분신이니까 반말을 해도 이해해라'고 전달해주셔서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진우씨도 "고참급 선수들에게는 존댓말과 반말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쓰고 있어요"라며 '임기응변' 대책을 마련했다.

구단 내에서도 성실한 형제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정말 선하고 착한 친구들이다. 매우 성실하게 일을 해주고 있어서 기특하고, 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칭찬했다. 선수단과 모든 일정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내색 한번 하지 않는다. 부모님도 KIA 유니폼을 입고 열심히 일하는 형제를 자랑스러워 한단다.

이우중-이진우 형제의 올해 소망은 하나, KIA 우승이다. 선수단과 함께 호흡하다보니 이제는 가족같다고 했다. 이우중씨는 "팀이 잘하면 저희도 신나게 일해요. 다들 정말 열심히 한 만큼 꼭 우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조연 없이는 주연도 없다. 이들 형제처럼 스포트라이트에 비껴나서 노력하는 스태프들이 있기에 주목받는 선수들이 존재한다.

광주=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