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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모델 비하 글에 몸 낮춘 호주 백화점…뭇매 맞고 사과

호주의 주요 백화점 체인이 인종을 토대로 한 백인 고객의 불만에 섣불리 대응했다가 소셜미디어상에서 뭇매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18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백화점 체인 '데이비드 존스'는 최근 판촉 활동을 하면서 세계 패션계의 떠오르는 10대 흑인 모델인 아두트 아케치(17)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또 지난주에는 여름철 카탈로그를 내놓으면서 그를 표지 모델로 썼다.
남수단 출신으로 6살 때 호주로 이주한 아케치는 올해 초 파리 패션주간에 선 것을 포함해 럭셔리 패션 브랜드인 '생 로랑'(Saint Laurent)을 위해 세 시즌 동안 전속으로 활동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카탈로그가 나가고 난 뒤 데이비드 존스의 페이스북에는 한 백인 여성이 "아케치는 일반 호주인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는 글이 올랐다.
이 여성은 "나는 그녀의 화장법을 따라 할 수 없고, 그녀를 닮은 누군가를 알지도 못한다"며 차라리 겉표지가 아닌 뒤 표지에 썼어야 했다고 말했다. 아케치의 피부색을 빗대 가짜 선탠으로 겉표지를 채웠다는 말까지 쏟아냈다.
이 여성은 또 "기업들이 소수자들이 만족하는 쪽으로 가는 데 화가 나고 신물이 난다"며 "다음번에는 당신의 고객을 생각해 주길 바란다"라고 적었다.
이 글은 한 고객의 일방적인 의견으로 끝날 수 있었지만, 백화점 측의 정중하지만 사려 깊지 못한 대응은 문제를 키웠다.
데이비드 존슨 측은 이 여성의 글에 "그렇게 느꼈다면 매우 죄송하다"라며 "우리는 당신 의견을 참고하도록 마케팅부에 전달했다"라고 댓글을 올리며 사과했다.
백화점 측의 답변이 올라오자 이를 비난하는 글들이 빗발쳤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왜 누군가의 인종혐오성 글(hate speech)에 사과했나"라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페이스북 이용자 엘비 골든 브라운은 "데이비스 존스가 자신들의 성격과 그 바탕의 일부를 드러냈다.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아첨하는 짓을 중단하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골든 브라운은 또 단지 피부색을 이유로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는 사람에 맞서 아름다운 모델 쪽에 서서 적극적으로 옹호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순식간에 수백 건의 댓글이 올라오고 SNS상에서 계속 퍼져나가며 비난이 들끓자 회사 측은 여성의 글을 삭제했다.
데이비드 존스는 성명을 통해 한 직원이 충분한 고려 없이 한 일로 부적절한 답변이었다며 "앞으로는 마케팅 활동이나 캠페인을 하면서 호주 사회의 다양한 구성을 표현한 일로 사과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cool21@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