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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정현 '이승엽 선배의 강렬한 한마디, 지금도 명심'

kt wiz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앞둔 17일 경기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삼성 훈련 시간에 kt 내야수 정현(23)이 그라운드로 나와 거의 모든 선수와 코치들에게 인사를 했다.
정현에게 삼성은 친정이다. 그는 2013년 신인지명 1라운드로 삼성에 입단한 그는 2014년 보호선수 20인 외 지명 선수로 신생팀 kt의 지명을 받아 팀을 옮겼다.
전 직속 선배와 동료, 지도자들에게 꼼꼼히 인사를 돌고 kt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정현은 "전 소속팀에는 이렇게 하는 거라고 배웠다"고 말했다.
정현은 대선배 이승엽(41)에게도 찾아갔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이승엽에게 17·18일 kt 2연전은 케이티위즈파크 고별전이다. 정현이 자신의 홈에서 이승엽에게 인사하는 마지막 시간이기도 하다.
정현은 "이승엽 선배께 인사하니 '요즘 잘해서 보기 좋다'고 덕담해주셨다"며 "삼성에 있을 때는 말도 못 붙였던 선배였다"며 기뻐했다.
삼성의 막내이던 정현에게 까마득한 대선배이자 프로야구의 살아 있는 전설인 이승엽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정현은 그 시절 이승엽에게 들은 한 마디가 아직도 가슴에 남는다고 밝혔다.
2013년 삼성이 KBO리그에서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거두고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에 출전했을 때였다. 아시아시리즈는 아시아 최강의 야구클럽을 가리는 대회였다.
삼성은 호주 캔버라 캐벌리와의 준결승에서 패해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정현은 이 경기에 대수비로 나가 실수를 했었다고 떠올렸다.
그날 밤, 정현은 '방망이 한 자루 받고 싶어서' 이승엽 방에 찾아갔다.
어려운 선배였지만, 고민을 거듭한 끝에 '눈 딱 감고' 용기를 냈다.


이승엽은 자신을 찾아온 한참 어린 후배를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다. 방망이는 물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정현은 이승엽이 "너는 어리니까 '못 먹어도 고(Go)'다. 앞만 보고 가라"라고 격려했다고 떠올렸다.
정현은 "그 말이 지금도 마음에 남는다. 당시 임팩트가 있었나 보다"라며 "다른 데 눈 돌리지 말고 무조건 직진하라, 야구만 생각하라는 메시지가 아니었나 한다"고 되새겼다.
그 한마디 격려 때문인지 정현은 kt에서 성실함으로 인정받는다.
요즘 정현은 팀에서 '아이언맨'으로 불린다. 쉽게 지치지 않는 체력 때문이다. 성실한 훈련과 흐트러지지 않는 마음가짐이 강철 체력의 바탕이 됐다.
지난해 군(상무)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정현은 백업 내야수로 2017시즌을 시작했지만, 후반기 들어 꾸준히 선발 출전하며 kt 타선의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정현은 "원래 4·5월엔 좀 느리다가 6월부터 올라와 7·8월에 괜찮은 편이다. 감이 좋은 시기에 계속 경기에 나가니 저에게도 좋다"고 말했다.
김진욱 kt 감독도 "팀에 필요한 게 내부 경쟁인데, 정현이 잘해주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정현의 활약을 반겼다.
정현은 "경쟁으로 잘하는 선수가 많아지는 게 옳다. 경쟁에서 이기려고 하기보다는 제가 잘하는 데 집중하고, 결과는 나중에 봐야 할 것"이라며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한편, 정현은 이승엽에게 받은 방망이를 이듬해 실전에서 잘 썼지만, 경기 중 두 동강이 나는 바람에 온전히 보관하지는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더 큰 아쉬움은 이승엽을 더는 그라운드에서 못 본다는 것이다.
정현은 "이승엽 선배의 기록이 올해로 끊긴다는 게 아쉽다. 지금 기록도 대기록이지만, 앞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