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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된 상주 '군인정신', 서울 간절함보다 앞섰다

'군팀' 상주 선수들의 군인 정신은 매년 6월이 되면 향상된다. 호국보훈의 달이기도 하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6·25 전쟁' 기념일인 25일에는 전투력이 배가 된다.

업그레이드 된 군인 정신이 FC서울의 간절함보다 강했다. 상주는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서울과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터진 김호남의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상주는 승점 20(5승5무6패) 고지에 올라서며 전남을 승점 1점 차로 제압하고 8위로 올라섰다. 시즌 5패(5승6무)째를 떠안은 서울은 7위에 머무르며 상위권 도약에 실패했다.

김태완 상주 감독은 이날 결전을 '상암 대첩'이라고 표현했다. 김 감독은 "지난 23일 부대장님의 '6·25 전쟁' 기념을 위해 필승의지를 다지자는 말씀이 있으셨고 전쟁은 아니지만 정신적 무장은 돼 있다. 누군가 '상암 대첩'이라고 하더라. 기념비적인 날이 됐으면 한다"며 웃었다.

황선홍 서울 감독도 "배수진을 쳤다"며 맞불을 놓았다. 황 감독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해보였다. 황 감독은 지난 21일 10명이 싸운 대구FC와 무득점으로 비긴 뒤 자책했다. 당시 데얀, 박주영 윤승원 스리톱 기용에 대해 자신의 실수라고 인정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게 뒤지는 대구를 상대로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한 부분은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때문에 이날 상주전에선 물러설 곳이 없었다. 황 감독은 "6·25라는 점도 있지만 상무는 에너지가 강하고 빠른 공격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도 물러설 곳이 없다.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배수진을 쳤다"고 밝혔다.

이날 황 감독은 윤승원 원톱 카드를 꺼냈다. 데얀과 박주영을 벤치에 두고 시작했다. 주중-주말 경기를 펼치는 빡빡한 일정을 고려한 로테이션 개념이었다. 황 감독은 "고민을 했다. 데얀이 휴식 타이밍이었고 상대가 측면 공격이 좋아 압박으로 적극적인 운영을 하기 위해 윤승원을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뚜껑이 열렸다. 김 감독의 예상이 적중했고 황 감독은 알고도 당했다. 김 감독은 "장기 레이스에서 꾸준히 잘 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골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격하는 면은 나쁘지 않다"고 했다. 이날 상주는 전반 36분 서울의 미드필더 이석현에게 선제골을 얻어맞고 시작했다.

하지만 상주는 황 감독이 두려워하던 측면 공격을 살려 후반 6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교체투입된 황순민이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후 상주는 40분간 서울의 맹공을 막아내는데 급급했다. 그러나 5명의 수비수를 두고 한 방의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상주는 운도 따랐다. 후반 40분 데얀이 문전에서 날린 오른발 슈팅이 왼쪽과 오른쪽 골 포스트를 모두 맞추며 튕겨 나왔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찾아온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역시 오른쪽 측면을 뚫은 김태환의 크로스를 문전에서 김호남이 마무리했다.

김 감독의 바람대로 2017년 6월 25일은 상주가 상암 대첩에서 기념비를 세운 날로 기억됐다.

상암=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