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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상반기 결산③] 준호-채수빈-김재욱-동하-다솜, 재발견의 즐거움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올 상반기는 유독 '재발견'이 많이 이뤄졌다.

드디어 인생 캐릭터를 만난 배우들이 속속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며 시청자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안겼다. 이에 상반기 가장 활약이 컸던 배우들을 꼽아봤다.

▶ 2PM→먹소♥…준호의 재발견

아무래도 가장 화제를 모았던 건 2PM 준호가 아닐까 싶다. '짐승돌' 2PM의 멤버로서 한국을 넘어 전세계를 누비던 준호는 KBS2 수목극 '김과장'에서 서율 역을 맡아 첫 지상파 드라마 도전에 나섰다. 준호는 영화 '감시자들'(2013) '협녀:칼의 기억'(2014) '스물'(2015) tvN '기억'(2016)까지 꾸준히 연기자로서 스텝을 밟으며 연기력도 인정받았지만, 지상파 드라마는 '김과장'이 처음이었던 만큼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쏠렸다. 그러나 준호는 전형적인 악역에서 탈피, 김성룡(남궁민)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귀엽고 응원하게 되는 정의파 악역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큰 반향을 이끌어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잔인하고 냉정하긴 하지만 법이 정한 선을 넘지 않고, 차가운 외면 뒤에 은근한 인간미와 허당기를 감춰둔 서율의 매력에 시청자도 흠뻑 빠졌다. 무엇보다 화제를 모았던 건 남궁민과의 케미다. 만나기만하면 서로를 물어뜯지 못해 으르렁대던 앙숙 케미로 웃음을 선사하더니 후반으로 접어들자 볼 뽀뽀를 기점으로 애증의 케미를 선보여 극에 활력을 더했다. 또 고급 일식 코스부터 편의점 음식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화끈한 먹방 또한 보는 재미를 더했다. 오죽하면 '먹소(먹보 소시오패스)'라는 별명이 생겨났을 정도였다.

▶ 국민 악녀→사랑 요정…채수빈의 재발견

채수빈은 KBS2 '발칙하게 고고'에서 스펙 만능주의 엄마의 영향으로 강연두(에이핑크 정은지)를 괴롭히는 권수아 역을 맡아 악녀 이미지로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MBC 월화극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을 통해 직진 사랑꾼의 면모를 보여주며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극중 송가령 역을 맡은 그는 초반부터 애교 많고 발랄한 모습으로 눈도장을 찍었고, 홍길동(윤균상)의 각성 이후에는 절절한 멜로 연기까지 펼쳐냈다. 특히 눈이 가려진 채 장대에 매달린 송가령이 홍길동을 향해 "돌아보지 마오"라고 외치는 장면은 수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며 '역적'의 레전드 신으로 등극했다. 이렇게 톡톡 튀는 발랄함부터 깊은 감수성을 자극하는 멜로 연기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20대 여배우는 드물다. 시청자 호평이 쏟아진 건 당연한 수순이다.

채수빈은 KBS2 새 금토극 '최강 배달꾼'으로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채수빈은 극중 합기도 15년 차 배달부 이단아 역을 맡았다. 채수빈은 이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공식 연습 일정 외에도 액션 스쿨을 찾아 연습할 정도로 액션 연기에 대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는 후문. 채수빈의 '최강 배달꾼'은 최고의 한방' 후속으로 7월 28일 첫 방송될 예정이다.

▶ '커피 프린스' 훈남→역대급 악역…김재욱의 재발견

모델로서 연예계에 발을 들였던 김재욱은 2002년 '네 멋대로 해라'를 시작으로 연기 활동을 펼쳤다. 모델 출신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김재욱이 맡았던 역할을 대부분 잘생기고 몸매 좋은 훈남 캐릭터였다.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에서는 게이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을 비롯한 대다수의 작품에서 여심 녹이는 달달한 훈남 이미지를 선보였다. 그러다 보니 그의 이미지는 10년이 다 되도록 '커프 마성남'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OCN 토일극 '보이스'를 통해 포텐이 터졌다. 사이코패스 모태구 역을 맡아 소름돋는 연기력을 선보인 것이다. 이제까지 수많은 사이코패스가 드라마에 등장했지만 김재욱의 모태구는 급이 달랐다. 잔혹 살인을 통해 원초적인 희열과 쾌락을 느끼는 역대급 괴물이었다. 자신의 범죄 행각을 자랑하고 싶어하고, 살인이 재밌는 놀이라도 되는 것처럼 천진하게 기뻐하는 김재욱의 모습에 시청자는 경악했다. 재벌 2세로서 다져진 품격 있는 행동 방식과 고급스러운 외모를 갖췄지만 그 근본 자체가 악에 물든 캐릭터를 김재욱은 소름끼치도록 리얼하게 그려냈다. 이에 '섹시한 쓰레기'라는 별명이 생겨났을 정도다.

김재욱은 '보이스' 종영 후 공효진 공유 등이 소속되어 있는 매니지먼트 숲과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차기작을 물색 중이다.

▶ 사마귀→멍석이…동하의 재발견

많은 이들이 낯선 이름 때문에 동하를 신인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는 꽤 연차를 쌓은 배우다. 2008년 김형규라는 이름으로 KBS2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로 데뷔, 이후 '쓰리데이즈' '기분좋은날' '라스트' '화려한 유혹' '뷰티풀 마인드' 등에 출연했다. '라스트'에서는 곽흥삼(이범수)의 미스터리한 보디가드 겸 히트맨 사마귀로, '화려한 유혹'에서는 신은수(최강희)의 성실한 동생 신범수로, '뷰티풀 마인드'에서는 유쾌발랄한 3년차 레지던트 양성은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뷰티풀 마인드'에 출연하기 전 김형규에서 동하로 개명한 탓에 많은 이들이 그의 이름을 기억하진 못했지만, '김과장'을 통해 동하라는 이름을 확실히 각인 시켰다.

전형적인 철부지 찌질이 재벌 2세 캐릭터 박명석이 김성룡을 만난 뒤 조금씩 정의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결국엔 김성룡과 함께 아버지 박현도 회장을 응징하는 모습을 유쾌하고 훈훈하게 그려내며 깊은 인상을 남긴 것. 특히 남궁민과의 코믹 케미는 일품이었다. 안하무인 진상남이었던 박명석이 김성룡에게 큰 코 다친 뒤 틱틱거리면서도 은근히 그를 따르고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김과장'을 지켜보는 또다른 관전 포인트였다.

동하는 현재 SBS 수목극 '수상한 파트너'에서 정현수 역을 맡아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 씨스타 막내→국민 악녀…다솜의 재발견

다솜은 SBS 주말극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양달희 역을 맡아 전국민의 공분을 사는 중이다. 양달희는 극단적인 이기심으로 설기찬(이지훈) 강하리(김주현) 민들레(장서희) 김은향(오윤아)를 불행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다. 다솜은 극한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양달희 캐릭터를 표독스럽게 그려낸다. 악마에게 양심을 팔아넘기고도 자신을 피해자라 여기며 자기 합리화에 급급한 모습에 시청자도 크게 분노했다.

사실 다솜이 '언니는 살아있다'에 합류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또 푼수나 캔디 역할을 주로 맡았던 그가 막장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악녀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지도 우려 요인이었다. 그러나 다솜은 걸그룹의 이미지 따위는 애초에 벗어 던지고 독하디 독한 악녀 연기를 소화하고 있다. 이제까지 화제를 모았던 악녀들과 비교해봐도 전혀 뒤지지 않는 연기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