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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김희진, 죽을 각오로 맛 본 '챔피언의 가치'

한 편의 영화 같았다.

'록키'라는 영화가 있다. 가난한 권투 선수가 챔피언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영화 속 록키는 강한 상대를 만나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력으로 큰 감동을 선사했다.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눈물의 드라마가 작성됐다. IBK기업은행의 '캡틴' 김희진(26)의 이야기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주장으로서의 어떤 책임감은 크게 느끼진 못했다. 그런데 후반 갈 수록 달라지더라."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이 바라본 주장 김희진의 모습이었다. 김희진도 인정했다. "초반엔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크게 못 가졌던 것 같아요."

그랬던 김희진이 달라졌다. 이를 악물었다. 흥국생명에 승점 3점 차이로 아쉽게 정규리그 우승을 놓친 뒤 더 간절해졌다.

KGC인삼공사와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 IBK기업은행. 모든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다. 김희진은 더 심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 이후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강행군을 이어왔다.

모든 걸 내려놓고 쓰러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주장이기 때문이다.

정신력으로도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정은 가혹했다. 22일 KGC인삼공사와의 플레이오프 최종전을 치르고 이틀 뒤인 24일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치렀다. IBK기업은행은 세트스코어 2대3으로 무너졌다.

그리고 2차전. 센터 김희진은 라이트로 깜짝 기용됐다. 미친 듯이 뛰었다. 결과는 3대1 IBK기업은행의 승리. 그런데 김희진의 상태가 이상했다. 동료들이 기뻐하는 동안 김희진은 상체를 펴지 못했다. 그대로 코트에 쓰러졌다. 결국 실려갔다. 극한의 상황에 몰려 몸이 버티질 못했다.

다시 일어섰다. 3차전에도 출전했다. 11득점을 올렸다. 죽을 힘을 짜내서 고비처마다 한 방씩 넣었다. 흥국생명이 추격의 불씨를 살리던 3세트 후반엔 블로킹을 터뜨리며 기선을 꺾었다.

30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4차전. 모든 것을 불태웠다. '초반 공세'를 천명한 이정철 감독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었다. 원맨블로킹도 적극적으로 했다. 한계를 넘어선 김희진의 헌신 속에 IBK기업은행은 흥국생명을 3대1로 누르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극한을 이겨낸 캡틴 김희진.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야만 가질 수 있는 '챔피언의 가치'를 몸소 보여줬다.

화성=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