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기다려라. 가만히 있어라. 그 말 들었던 아이들은 아직도 하늘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기다리고 있다." '귓속말'이 진실을 외치는 의미심장한 대사로 하늘에서 가족들의 품을 그리워하고 있을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28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연출 이명우, 극본 박경수)에서는 신영주(이보영)가 아버지 신창호(강신일)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증거를 없앤 판사 이동준(이상윤)에게 복수하기 위해 비서 조연화가 되어 그의 숨통을 옭아매는 모습이 담겼다.
앞서 신영주는 대리기사로 위장해 술에 취한 이동준이 호텔에 들어가 자신을 겁탈하는 스캔들 동영상을 촬영한 상황. 조연화가 돼 이동준 앞에 나타난 신영주는 이를 빌미로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이동준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감옥에 있는 아버지의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자 신영주는 빨리 진실 밝혀내라며 더욱 이동준의 목을 조였다. 하지만 이에도 이동준은 신영주에게 "기다려라"라고만 말했다. 이어 "핵은 보유했다는 것만으로 공포를 주지. 사용하면 서로가 공멸한다는 걸 잘 알 텐데"라며 협박용 동영상을 핵에 비유했다.
분노한 신영주는 동영상의 일부를 온라인에 공개해 이동준을 몰아갔다. 다행히 얼굴은 드러나지 않은 상황. 하루에 한 프레임씩 오픈하겠다고 예고하고 10일 뒷면 얼굴도 공개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에 이동준은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냐. 그것도 기다리지 못하냐"고 언성을 높이자 신영주는 이동준의 눈을 똑바로 보며 "기다려라. 가만히 있어라. 그 말 들었던 아이들은 아직도 하늘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사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명칭은 없었지만 이 장면을 본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세월호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에 대한 설렘을 가득 안고 세월호에 올랐던 아이들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물속으로 점점 가라앉는 세월호 안에서 아이들은 '기다려라' '자리에 가만히 있어라'라는 선내 방송만 철썩 같이 믿고 구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는 없었다. 끔찍한 사건으로 운명을 달리한 아이들과 유가족들은 진실을 파묻기만 하려는 정부와 일부 어른들 때문에 죽음보다 더 큰 상처를 받아야만 했다.
'귓속말'에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신영주가 진실을 밝히려고 할 때마다 자신의 이익과 앞날을 위해 '가만히 있어라'라고 말하는 이동준에게 날렸던 이 같은 대사는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더욱이 3년간 바다 속에 잠들어 있던 세월호가 마침내 인양돼 미수습자 수색을 앞두고 있는 현재 상황과 맞물려 더욱 시청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귓속말'을 집필한 박경수 작가는 '추적자-THE CHASER'(12), '황금의 제국'(13), '펀치'(15) 등의 작품을 집필하면서 의미심장하고 비유적인 대사들을 통해 지금까지 한국이 부조리한 권력 구조와 사회적, 구조적 문제점의 폐부를 예리하게 찔러왔다. 그랬던 그가 '진실'을 외치는 '귓속말'에서는 신영주의 대사를 통해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진짜 진실'이 밝혀지기를 희망했다. 신영주의 입으로 대변된 박 박가의 대사처럼 우리 사회도, 또한 '귓속말'의 인물들도 '진짜 진실'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한편,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적에서 동지로, 그리고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남녀가, 인생과 목숨을 건 사랑을 통해 법비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보영, 이상윤, 권율, 박세영, 김갑수 등이 출연한다.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