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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전]예견된 패배, 선수선발부터 잘못됐다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이 경고 누적으로 제외됐다.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은 부상에서 회복된지 얼마되지 않았다. '손흥민 대체자'로 유력했던 이재성(전북)마저 다쳤다. 그간 슈틸리케호의 중심이었던 유럽파와 중국파들도 사정이 썩 좋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13일 열린 명단 발표에 관심이 집중됐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 경기 외적인 문제, 여기에 원정. 그 어느때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이 중요했다. 하지만 24명의 명단을 본 취재진은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경험이 전무한 허용준(전남)이 깜짝 발탁됐다. 반면 K리그에서 펄펄 나는 염기훈(수원) 이근호(강원) 안현범(제주) 등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쟁력을 과시한 이명주(알 아인)는 제외됐다. 중국 슈퍼리그 내 외국인선수 출전 규정 변경으로 뛰지 못하고 있는 김기희(상하이 선화) 장현수(광저우 부리) 정우영(충칭 리판)은 이름을 올린 반면, 경기 출전 기회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박주호(도르트문트)는 그 이유로 명단에서 빠졌다. 오락가락 기준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 출국 전부터 꼬였다. 명단이 변경됐다. 리더십과 경험을 이유로 선발됐지만 부상 중인 곽태휘(서울)가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김민우(수원)도 부상으로 빠졌다. 대신 김보경(전북)이 대체선수로 뽑혔다. 100%의 전력을 갖추지 못한 채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3일 슈틸리케 감독의 용병술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또 한번의 아쉬운 선택이 이어졌다.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중앙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고명진(알 라이안)-기성용 중원 조합을 꾸렸다. 상대의 거센 저항이 예상됐지만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하지 않았다. 세밀한 플레이로 중국의 벽을 넘겠다는 심산이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전진한 고명진을 커버하느라 기성용의 공격력을 죽이는 결과가 됐다. 세밀한 공격와 넓은 수비커버 범위를 자랑하는 이명주의 이름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손흥민의 공백도 메우지 못했다. 전문 윙어가 부족하다보니 변화의 폭이 크지 않았다. 김신욱(전북)을 넣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김진수(전북)가 고군분투했지만 정작 윙어들이 올린 크로스는 많지 않았다. 염기훈처럼 킥이 좋거나, 안현범처럼 저돌적인 선수가 필요했지만 벤치에는 없었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차라리 파괴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황희찬(잘츠부르크)을 '선발로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결국 명단 발표부터 제기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선발부터 잘못된 슈틸리케호의 결과는 곧 패배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