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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 기자의 제철미식기행=우럭젓국

봄이 오면 찾게 되는 별미가 있다. 우럭젓국이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봄우럭을 3월 햇살에 꾸들꾸들하게 말렸다가 토막 내 끓여 먹는데, 그 맛이 각별하다. 봄은 우럭이 살찌는 시절로 3월부터 보리가 누릇누릇 익어가는 오뉴월 즈음까지가 맛이 가장 좋다.

서해안 배낚시의 대표 어종인 우럭은 양볼락과의 어류로 흔히 조피볼락으로도 부른다.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 그리고 일본 열도 해역에 주로 서식한다.

우럭은 태생부터가 보통 물고기와는 좀 다르다. 난태생(卵胎生)이다. 어미가 수정한 알을 뱃속에 품고 있다가 부화한 후 치어 상태로 낳는다. 대체로 늦가을~겨울사이 짝짓기를 한 후, 알을 만들고 봄에 새끼를 낳게 된다.

물고기는 대체로 산란을 앞둔 시기에 맛이 가장 좋다. 살이 통통하게 오르기 때문이다. 미식가들이 유독 봄우럭에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럭은 식감이 쫄깃해서 횟감으로도 인기다. 때문에 그 수요에 맞춰 양식도 대량으로 이뤄지고 있다. 자연산 우럭으로는 충남 서산-태안 등 천수만의 것을 알아준다. 이 지역 바닷속은 모래와 뻘로 돼 있는 데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살이 유독 탄력 있다. 양식-자연산 모두 그 맛에 큰 차이가 없겠으나 굳이 구분하자면 양식은 몸빛이 더 검고, 자연산은 옅은 회색빛이 감돈다.

우럭은 우리 조상들이 즐겨 먹던 내력 있는 생선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검은 빛깔을 띠는 우럭을 '검어(黔魚)'라고 소개하며 맛이 농어와 비슷하다고 적고 있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서는 우럭을 '울억어(鬱抑魚)'라고 가차(假借)로 표현하며, 곰국을 만드는데 좋다고 국물맛을 예찬했다.

우럭의 주산지인 천수만 지역 사람들은 봄우럭을 생선회보다는 주로 꾸들꾸들 말렸다가 찜, 구이, 국 등으로 즐긴다. 과거 냉동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탓에 이 같은 조리법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말린 우럭을 시원한 속풀이 '우럭젓국'으로도 곧잘 끓여 먹는데, 봄철 이 지방의 대표 별미거리가 되었다.

우럭젓국을 끓이기 위해서는 우선 우럭을 잘 말려야 한다. 우럭은 큼직한 데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 반으로 갈라서 말려야 한다. 가른 우럭을 소금에 절였다가 씻어서 물기를 뺀 후,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사흘 정도 꾸덕 하게 말린다. 대체로 살짝 말린 생선은 발효가 진행되는 과정에 그 맛이 더해진다. 따라서 마른 우럭으로 끓여낸 국물 맛은 북엇국 이상으로 시원하고 감칠맛이 있다. 특히 우럭은 북어보다 살이 많고 부드러워 해장은 물론, 식사, 술안주로도 손색이 없다.

우럭젓국은 쌀뜨물에 소금 간이 밴 우럭 토막을 넣고, 볶은 무, 새우젓, 파, 양파, 청양고추, 마늘다짐, 두부 등을 함께 넣어 맛깔스럽게 끓여낸다. 우럭젓국은 우선 쌀뜨물이 주는 토속미가 구미를 당긴다. 자칫 텁텁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국물 맛이 칼칼 시원하다. 적당히 간이 밴 우럭 육질은 부드러우면서도 혀에 감기는 듯 한 풍미가 있다.

우럭찜도 맛나다. 별다른 양념 없이 말린 우럭을 그냥 쪄내는데도 말린 생선 특유의 쿰쿰함이 곁들여지니 짭짤 쫄깃한 식감에 이만한 밥반찬이 또없다.

서산지역에서는 삼길포항 등 여러 포구에서 우럭젓국 집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삼길포항 선상횟집촌에서는 싱싱한 해산물로 봄미각을 즐길 수 있어 인기다. 바다 위에 30여 척의 배를 정박시키고 배 위에서 즉석 활어회를 떠서 판다. 봄이면 광어, 놀래미, 도다리, 우럭 등 싱싱한 횟감을 값싸게 만날 수 있으니 발품이 아깝지 않다.

별미를 즐긴 후 가벼운 봄산행을 겸한 여행지로는 백제 고찰 개심사를 추천할만하다. 특유의 고적미로 호젓한 산사기행에 제격이다. 절집이름처럼 낙락장송이 어우러져 있는 진입로와 돌계단을 지나며 마음의 때를 다 씻어내는 느낌이다. 심검당의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살린 기둥이 시원한 파격미를 안겨 준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