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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생명, 취준생 2번 울린 '취업사기' 논란…인턴 공고가 사실은 보험판매원 모집?

올해 대졸 취업자의 실업률이 사상처음 10%를 넘어설 것이라는 통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KB생명보험이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을 두 번 울리는 사실상 '취업사기'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 각종 블로그와 대학교 커뮤니티, SNS 등에 소개된 'KB생명 동계 인턴쉽' 프로그램이 문제의 발단이다. 공고에는 '금융전문가에 도전하는 체험·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보험영업을 시킨 것이다.

하지만 '낚시채용'이나 '취업사기'를 의심할만한 진행과정임에도 KB생명보험 측은 본사는 전혀 알지 못하는, 계약직 보험설계사(FC) 개인의 일탈이라는 입장을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 등 관련 정부당국은 법적 근거가 없어 징계할 수 없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피해를 입은 취준생들은 하소연할 곳도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회사가 사내 준법감시인들을 활용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국회에서 관련 기업들을 이슈화하고 정부 당국에 제재를 요청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KB생명보험은 '모르쇠'… 업계 관계자, "인턴 프로그램 가장한 영업행위는 공공연한 행태"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게재된 해당 공고에는 KB생명보험의 로고와 공식 홍보모델 손연재가 전면에 프린트 돼 있고, 취업준비생과 대학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금융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기회를 준다며 인턴 사원을 모집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이 사전에 '가짜'임을 인지하기는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프로그램도 서울 여의도 KB금융타워 본사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취준생들로서는 본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실제 교육내용은 취준생들의 기대를 벗어난 것이었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KB생명 관계자는 참여자들에게 인턴십 수료증과 교육비 100만원을 받기 위해 보험상품을 팔아오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KB생명보험 측은 본사차원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이 아니라며 발뺌하는데 급급하고 있다. KB생명보험 관계자는 "KB생명보험은 풀네임을 다 써야 대표성을 가지는데 해당 공고는 'KB생명'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며 "지점 소속 계약직인 FC가 단독으로 진행한 건"이라고 밝혔다. FC는 보험사와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로 보험상품에 대한 계약과 FC 모집, 2가지 방법으로 수익을 챙긴다. 즉, 계약직 FC가 개인적으로 영업활동을 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인턴 설명회가 여의도 KB금융타워 본사 대강당에서 진행된데 대해서는 "강당은 영업사원들이 회의 및 워크숍 명목으로 자유롭게 빌리고 있으며, 인턴십 설명회를 진행한 것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본사와 무관하게 사회적 논란을 야기한 해당 FC는 계약해지 했으며, 설명회에 참석한 피해자들에게는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발송했다"며 "차후 재발방지를 위해 FC들에게 보다 강화된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이 '인턴 프로그램'을 내세워 영업을 하는 '꼼수'는 오래전부터 진행돼 오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증언이다. 또 이를 들켰을 때 보험사들은 한결같이 "본사 차원에서 시행한 게 아니라, 계약직 FC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개인적 일탈"이라는 해명으로 책임을 회피해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매년 대학가에서 이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삼성생명과 ING생명 등 사실상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10년 전부터 이 같은 '꼼수' 영업행위를 해오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황이 이런데 보험사가 몰랐다고 발뺌하는 건 '눈 가리고 아옹'하는 핑계"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터십 프로그램을 가장한 영업행위라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취준생들이 보기에는 '취업사기'로 비쳐질 만하다"고 말했다. 대학생이나 취준생들을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현혹하는 일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메트라이프생명의 한 지점은 지난해 중순 FC 모집에 '2016년 차세대 금융전문가 인턴 2기'라고 표기해 문제가 됐다. 삼성생명의 금융아카데미와 동부생명의 동부금융네트워크 TFA도 같은 행태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정부당국, 관리감독 떠넘기기… 정치권, 특단의 조치

그럼에도 정부 당국은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모집 공고가 충분히 오해를 살 수 있지만 계약직 FC의 단독 행동이라니 회사를 징계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일종의 '취업 사기'에 대한 문제로 고용노동부 소관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KB생명보험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점은 놀랍지만 이슈화가 되지 않으면 제재에 나서기 어렵다"며 "사법권이 있는 경찰 쪽에서 나서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정부당국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 이들 기관에는 이와 관련된 신고가 접수된 사례도, 이로 인해 보험사들이 징계 받은 사례도 없다. 오중근 금융소비자연맹 본부장은 "이 같은 사례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며 "자신들 유리할 때만 감독기관으로 행세하는 건 책임회피"라고 지적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도 "사건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장이 대국민사과를 하는 등 보다 강도 높은 제재로 반면교사를 삼아야 한다"며 "계약직 FC라 할지라도 그 관리의 책임은 보험사에 있는 만큼 사내 준법감시인들로 하여금 사전검열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의원(정의당)은 "이번 사건 역시 '열정페이'를 강요한 KB생명보험 측의 '꼼수'"라며 "직업안정법 제34조와 동법시행령 제34조 3호와 4호에서 규정한 '허위광고'와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 위반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랜드와 CJ대한통운 등 블랙기업들의 열정페이 강요와 위법 및 부당한 노동권 침해에 대해 적극 대응해 나갈 예정이며, 여기에 KB생명보험 등 금융권도 포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