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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 기자의 제철미식기행=금풍쉥이

올겨울엔 대한(大寒)이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강추위에 폭설을 몰고와 온 나라가 꽁꽁 얼어붙었다. 이처럼 한파가 맹위를 떨치는 한겨울 여행지로는 아무래도 남녘이 낫다.

그중 부산, 전주와 더불어 '대한민국 3대 여행지'로 꼽히는 전남 여수는 겨울 여정을 꾸리기에 적당한 곳이다. 다도해의 비경과 전통 문화유산, 미식기행 등 오감이 풍성한 여정을 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겨울에도 선홍빛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오동도 동백꽃이 부드러운 해풍에 이끌려 뽐내는 자태가 압권이다. 따라서 요즘같은 엄동설한, 여수를 찾으면 화사한 기운에도 흠뻑 젖어들 수 있다.

겨울에 맛보는 봄기운 때문일까? 여수 땅을 밟으면 덩달아 미각까지 되살아난다. 겨우내 껄끄러워진 입맛을 부추기기엔 얼큰 담백한 여수의 향토별미가 제격이다. 금풍쉥이구이, 서대회, 통장어탕, 물메기탕, 삼치회 등 여수바다를 통째로 맛보는 듯 한 겨울 별미는 여수의 또 다른 매력이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이름도 생소한 금풍쉥이다. 꾸돔, 꽃돔, 딱돔, 쌕쌕이 등으로도 불리는 금풍쉥이는 어른 손바닥만 한 게 구우면 야들야들 부드럽고 고소한 속살이 일품이다.

본래 이름이 '군평서니'인 금풍쉥이는 농어목 하스돔과의 바닷물고기로 몸길이가 30cm 가량, 회갈색빛 몸통에 여섯 줄의 흑색 세로띠를 두르고 있다.

금풍쉥이를 여수에서는 일명 '샛서방 고기'라고도 부른다. 너무 맛있어 남편보다는 애인(새서방)에게만 몰래 주고 싶은 생선이기 때문이란다. 다소 생뚱맞기도 하지만 맛있음을 강조하다보니 생겨난 애교 섞인 별칭인 셈이다.

여수 사람들이 '영광 굴비와도 바꾸지 않는다'는 금풍쉥이는 주로 구이로 해먹는다. 석쇠에 노릇노릇 구워 실파와 고춧가루, 참기름을 섞어 만든 간장 소스와 곁들이는 맛이 일품이다. 하지만 가시가 굵고 억세서 급하게 먹다가는 실수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딱때기''쌕쌕이' 같은 별칭도 가시와 비늘이 억세서 따라붙은 이름이다.

한편, 금풍쉥이는 이순신장군과도 인연이 있는 생선으로 알려져 있다. 금풍쉥이는 본래 '군평선이'로도 불렸는데, '불에 구운 평선'이라는 뜻을 지녔다.

임진왜란 즈음 여수에 내려와 전라좌수영을 지휘하던 이순신장군에게 '평선'이라는 관기가 맛난 생선을 구워서 상에 올렸다. 이에 장군은 이처럼 맛있는 생선의 이름을 궁금해 했다. 아는 이가 없자, 장군은 무명의 생선을 '평선'이라고 부르자고 했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주로 구워 먹게 되니 군평선이가 됐고 이것이 군평서니, 금풍생이, 금풍쉥이로도 부르게 된 것이다.

금풍쉥이는 기름기가 많거나, 식감이 차진 생선과 달리 담백하면서 고소하다. 흰 살 생선 특유의 머리 부분이 맛나서 미식가들은 그 머리조차도 남김없이 씹어 먹어야 제 맛임을 강조한다.

남도에서도 금풍쉥이 맛을 볼 수 있는 곳으로는 여수, 진도, 완도 정도로 흔치 않다. 얼마 전 화재가 난 50년 전통의 여수 교동동 수산시장도 금풍쉥이를 맛볼 수 있는 곳 중 하나였다. 여수 교동 여객선터미널 인근 봉정식당의 경우 1만 5000원(1인 분)에 1~2마리의 구이를 내놓는다. 주변 구백식당도 금풍쉥이를 굽는다.

금풍쉥이와 더불어 빼놓을 수없는 여수의 겨울별미는 통장어탕(1만 3000원)이다. 바다장어는 여수의 대표 미식거리인데, 민물장어와 달리 개흙 냄새가 나지 않고, 살집도 깊어 식감이 좋다. 여수 토박이들은 두툼한 장어를 토막 내 된장을 풀고 시래기 등과 함께 푹 끓여낸 통장어탕을 최고의 보양식으로 친다. 부드러운 육질에 구수한 국물과 시래기의 식감이 일품이다. 토박이들은 국동 자매식당을 맛집으로 즐겨 찾는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