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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명예의 전당, 첫 헌액 선수 누가 될까

등에 숫자 '18'이 새겨진 상하 적흑(赤黑)의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선동열이 모자를 벗고 포즈를 취한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명예의 전당' 추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KBO는 다음달 초 부산시 기장군에 건립할 야구박물관 설계 업체를 공모한다. 명예의 전당이 들어설 야구 박물관 건립 사업은 우여곡절 끝에 부산시의 자금 조달과 KBO의 운영 계획을 바탕으로 내년에 공사를 시작한다. 2019년 3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KBO는 올해 명예의 전당 헌액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레전드 선정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야구의 날인 오는 8월 23일 명예의 전당 선정 대상과 기준을 발표한다. 내년 초 공사를 시작하면 명예의 전당 첫 회원을 뽑는 일정이다.

팬들의 관심은 과연 누가 명예의 전당 첫 회원이 될 것이냐에 모아진다. 대상은 프로야구 출신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야구 112년 역사를 장식한 선수, 감독, 프런트, 행정가 등 모든 야구인들을 망라해 공식 레전드를 뽑는다는 구상이다. 명예의 전당 첫 멤버라는 점에서 한국야구 발전에 이바지하고 팬들에게 여가 선용의 기회를 오랫동안 폭넓게 제공한 전설들이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 출신으로 한정시켜 후보들을 살펴보면 1980년대를 수놓은 선수들이 대상이 된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국보'라는 칭호를 들은 선동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선동열은 KBO리그 뿐만 아니라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큰 족적을 남긴 인물로 명예의 전당 헌액 1호 후보로 손색이 없다. 국가대표를 거쳐 1985년 프로에 입문한 선동열은 1995년까지 KBO리그 통산 146승40패, 132세이브, 평균자책점 1.20의 성적을 올렸다. 다승왕 4번, 탈삼진왕 5번, 평균자책점왕 8번, 세이브왕 2번, 정규시즌 MVP 3번 등 불멸의 기록을 남겼다. 프로야구 초창기 발전을 이끌었던 레전드였다.

선동열과 함께 1980년대를 풍미했던 최동원 역시 첫 해 후보로 각광받고 있다. 1984년 한국시리즈 4승 기록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카리스마, 투혼, 승부근성 등 선수가 가져야 할 자질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잘 보여준 사례다. 다이내믹한 투구폼을 앞세워 불같은 강속구와 폭포수 커브를 뿌리며 초창기 프로야구 흥행을 이끌었다. 다승왕 1차례, 탈삼진왕 2차례 오른 최동원의 한 시즌 최다인 223탈삼진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프로야구 원년 멤버인 이만수는 강력한 대포를 앞세워 그 시절 유망주들에게 꿈을 심어줬다. 명예의 전당 첫 해 후보로 빼놓을 수 없는 레전드다. 1984년 최초로 타자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고, 홈런왕 3번, 타점왕 4번, 정규시즌 MVP 1번을 거머쥐었다. 통산 성적은 2할9푼6리의 타율, 252홈런, 861타점이다. 프로야구 홈런타자 계보 맨 꼭대기에 이만수가 자리잡고 있다. 그 시절 이만수가 홈런을 대표했다면 '타격의 달인' 장효조는 안타로 명성을 높였다. 통산 타율 3할3푼1리은 역대 최고이고, 타격왕 4차례 기록은 장효조와 양준혁 밖에 없다.

1990년대로 넘어서면 송진우 장종훈 양준혁 이종범 등 2세대 스타들이 프로야구를 주름잡았다. 송진우는 기록의 사나이다. 43세까지 역대 투수 중 최다인 21시즌을 던졌다. 통산 최다승(210), 최다탈삼진(2048), 최다투구이닝(3003) 기록의 주인공이다. 영원히 깨지지 않을 기록들이다. 연습생 신화를 일군 장종훈은 이승엽이 등장하기 전 최고의 홈런 타자였다. 한 시즌 40홈런 시대를 열었고, 최초로 통산(340개) 300홈런 고지를 무너뜨렸다. 밤하늘로 솟구친 까마득한 홈런은 힘의 상징이었다. 1991년 한일 슈퍼게임에서 터뜨린 장외홈런은 일본인들도 놀라게 했다. 일본 기후현 나가라가와구장 개장 첫 홈런으로 당시 일본측은 타구가 떨어진 곳에 기념비를 세우기도 했다.

통산 기록에서 마운드에 송진우가 있다면 타자중에는 양준혁이 으뜸이다. 통산 최다경기출전(2135), 최다안타(2135), 최다득점(1299), 최다볼넷(1278)이 그의 타이틀이다. 통산타율 3할1푼6리, 351홈런은 파워와 정확성을 겸비한 타자였음을 설명한다. '3할의 예술'은 장효조와 양준혁을 두고 하는 말이며,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가 눈독을 들였을 정도로 선구안은 역대 최고로 꼽혔던 타자다.

이종범도 명예의 전당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1994년 84도루는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고, 196안타는 2014년 서건창이 깰 때까지 20년간 KBO 연감 최다안타 부문을 장식했다. 통산 성적은 2할9푼7리의 타율, 1797안타, 194홈런, 510도루, 730타점, 1100득점. 일본에 가지 않았다면 숱한 기록의 주인공은 이종범이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야구 잘하는 선수'였다.

1936년 건립된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첫 헌액 선수는 타이 콥, 월터 존슨, 크리스티 매튜슨, 베이브 루스, 호너스 와그너 등 5명이다. 메이저리그 초창기 발전을 주도한 전설들이다. 첫 해 선정 규모에 대해 고심중인 KBO는 한국야구 발전에 공헌한 전설들의 상징성을 고려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동원해 야구장 안팎의 업적을 폭넓게 평가한다는 입장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