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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없다' 정 현, 1년 만에 더 강해졌다

"후회는 없다."

19일(한국시각).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 현(105위·삼성증권 후원)과 그리고르 디미트로프(15위·불가리아)의 2017년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 상금 5천만호주달러·약 440억원) 남자단식 2회전이 열린 호주 멜버른 파크의 내셔널 테니스센터 하이센스 아레나.

디미트로프가 세트스코어 2대1로 앞선 4세트 막판 강력한 서브를 날렸다. 반대편 코트에서 상대 서브를 기다리던 정 현은 있는 힘껏 공을 받아냈다. 그러나 정 현이 친 공은 네트를 넘지 못한 채 땅으로 굴러 떨어졌다. 정 현의 세트스코어 3대1(1-6, 6-4, 6-4, 6-4) 패배가 확정되는 순간.

정 현은 아쉬운 듯 잠시 땅을 쳐다봤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들었다. 상대에게 뚜벅뚜벅 걸어가 축하의 악수를 건넸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디미트로프의 승리와 정 현의 아름다운 스포츠맨십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경기를 마친 뒤 정 현은 "많은 것을 배웠다"며 "전체적으로는 조금 아쉬움이 남지만 후회는 없다. 만족하는 경기"라며 웃었다. 코트 위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정 현에게는 불과 1년 사이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호주오픈 무대를 밟은 정 현은 세계 톱랭커이자 '우상'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맞붙었다. 그러나 벽은 높았다. 1회전에서 세트스코어 0대3으로 완패했다. 당시 정 현은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다"며 내일을 기약했다.

하지만 이후 정 현은 슬럼프와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 연달아 1회전에서 탈락하며 고개를 숙였다. 여기에 복부 부상까지 겹치면서 정 현은 대회 출전 중단을 선언했다. '꿈의 무대'인 2016년 리우올림픽 출전도 포기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정 현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된 서브와 포핸드 밸런스부터 집중 보완했다. 고우라 다케시(일본) 코치를 초빙해 레슨도 받았다.

4개월 동안 오롯이 자신에게만 집중한 정 현은 지난해 9월 난창 챌린저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기세를 올린 정 현은 가오슝 챌린저와 휴고 챌린저에서 잇달아 정상에 오르며 자신감을 장착했다.

긍정적인 분위기는 2017년에도 계속됐다. 호주오픈 본선 대기 1번이던 정 현은 케빈 앤더슨(68위·남아공)이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하면서 본선에 직행했다. 2연속 호주오픈 진출.

정 현은 펄펄 날았다. 서브 타점이 높아지면서 때리는 힘이 강해졌다. 여기에 포핸드 순간의 팔동작을 교정하며 정확성을 키웠다.

정 현은 1회전에서 세계랭킹 79위인 렌소 올리보(아르헨티나)를 세트스코어 3대0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2회전에 올랐다. 비록 2회전에서 1세트를 챙기고도 역전패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정 현은 지난해보다 한 단계 성장한 모습으로 기대를 높였다.

한 뼘 더 자란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 현. 마우이챌린저와 데이비스컵에 출격 대기하는 그는 "다양한 경험이 경기하는데 도움이 됐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