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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선의 아쉬운 가벼움, 불신만 남았다

구태 청산.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구호다. 실상과 결과는 언제나 '구태의 답습'이다. 한국 사회의 아이러니, 축구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축구인 출신'으로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프로연맹) 제11대 총재 선거에 입후보한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59)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오랜기간 '축구계 야당 인사'로 지내면서 한국 축구에 던진 쓴소리와 열정에 대한 인정이었다. 축구 발전을 위한 연구 노력과 출마 기자회견에서 밝힌 '구태와의 결별, 새 역사 창조'란 구호를 어떤 정책으로 풀어낼 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다소 실망스러웠다. 공감을 이끌어내기에는 정책이 가벼웠다. 오히려 네거티브라는 '구태의 답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출마 선언부터 불신이었다. '범 현대가(家)'를 지목하며 "내게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벽을 만들었다. 찬성 5표, 반대 17표, 무효 1표로 낙선이 확정된 뒤엔 더 큰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갔다. "권오갑 총재 측이 대의원들을 찾아다니며 '4년간 K리그 스폰서로 150억원을 내겠다'면서 입후보한 후보(자신)를 떨구려 했다." 하지만 정작 구체적 증거와 대응 방안 제시는 없었다. 거듭되는 질문엔 "내가 정견 발표에 앞서 제안해 이뤄진 대의원들과의 악수 인사와 이야기 과정에서 (대의원들이) 제대로 눈을 맞추지 못했다. 보지 않았느냐"며 "잘못된 판정이 나와도 스포츠, 축구에선 되돌릴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주장만 있을 뿐 실체가 없는 그의 불신은 '부정'으로 확대 재생산 되고 있다. 또 다른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구태 청산'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선거전도 마찬가지였다. '특정 세력'을 향한 공격과, '진영 논리'가 이어졌다. 스스로 밝힌 '가치 있는 상품을 만드는 K리그, 연맹'을 만들기 위해 미흡한 정책에 대한 구체적 고민과 보완은 미흡했다. '기업구단들이 십시일반해 시도민구단을 살려야 한다'는 신 교수의 정견 발표 대목에선 일부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도, 지켜보는 이들도 침통했다. '이러려고 선거를 실시한건가'라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귀담을 만한 쓴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비리근절과 경영-판정 공정성 확보, 챌린지 자생력 확대, 상벌 규정 강화, 재정 공정성 확보, 수익분배를 통한 동반성장, 중계권료 상승의 필요성 등 K리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게 제시 했다. 신 교수가 얻은 '5표'는 변화를 갈망하는 의미 있는 울림이었다. 하지만 가벼운 정책과 기존 체제에 대한 네거티브 만으로 더 많은 찬성표를 이끌어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상처만 남긴 선거였다. '불신의 불씨' 탓에 K리그의 미래는 더 어두워졌다. 프로연맹은 선거 결과 이의제기 신청 기간(5일)을 거친 뒤 후보 등록 재공고 및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구태가 답습된 이번 선거를 지켜본 이들 중 새로운 후보자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