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왜 남현희인가'를 보여주는 이 한장의 사진

불굴의 '땅콩 펜서' 남현희(36·성남시청)의 위대함은 이 한장의 사진으로 입증된다.

'닭띠 펜서' 남현희는 15일 새벽(한국시각) 알제리 알제에서 열린 국제펜싱연맹(FIE) 플뢰레 월드컵 여자 개인전에서 당당히 2위에 올랐다. 자신의 해인 정유년, 첫 국제대회에서 빛나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8강에서 포르투갈의 줄리아 왈치크를 15대9로 물리친 후 4강에 올랐고, 4강에서 이탈리아의 앨리스 볼피에게 15대7로 완승하며,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 아리아나 에리고를 꺾고 올라온 프랑스 에이스 이사오라 티뷔스를 상대로 아쉽게 10대15로 패했지만, 새해 첫 국제대회에서 세계 2위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1981년생 닭띠생 남현희가 정유년 닭의 해의 시작을 화려하게 열었다.

이날 준결승, 결승 피스트를 앞두고 나란히 선 네 선수의 사진은 '왜 남현희가 위대한 선수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펜싱 종주국 거구의 선수들 사이에 선 대한민국의 '작은 거인' 남현희의 존재감은 눈부시다. 대회 우승자인 프랑스의 이사오라 티뷔스(세계랭킹 5위)는 1991년생이다. 신장은 1m75다. 3위 이탈리아의 아리아나 에리고(세계랭킹 1위)는 1988년생, 신장은 1m80. 4위 이탈리아의 앨리스 볼피(세계랭킹 13위)는 1992년생으로 신장은 1m77이다. '땅콩검객'이라는 별명처럼 남현희의 신장은 1m55에 불과하다. 펜싱에서 팔다리의 길이는 절대적이다. 20~25cm 이상 큰 선수들, 심지어 10살 이상 어린 선수들의 허를 찔러내는 서른여섯살 남현희의 영민하고 날선 움직임은 실로 경이롭다. 남현희의 선수 인생은 인간승리의 역사다. 신체와 나이의 불리함을 영리한 머리와 빠른 발, 불굴의 승부욕으로 극복해 내는 선수다.

알제리월드컵 주최측 역시 남현희를 '토너먼트 베스트 선수'로 선정하며, 위대한 선수를 예우했다.

지난해 한국 펜싱 사상 최초로 생애 4번째, 리우올림픽에 나서 눈부신 투혼을 선보인 남현희는 새해에도 변함없이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후배들과 함께 분투중이다. 체력과 실력이 허락하는 한 가장 오래, 가장 잘하는 여성 선수로, 후배들과 함께 뛰며, 후배들의 길이 되는 것이 꿈이다. 남현희는 새해 첫 은메달과 함께 월드컵 랭킹 포인트 26점을 추가하며, 세계랭킹 8위로 뛰어올랐다. 2011~2012 시즌 직후 딸 하이를 출산한 이후 최고 랭킹이다.

남편이자 사이클 국가대표인 공효석(국민체육진흥공단) 역시 이날 자랑스러운 아내의 쾌거에 찬사를 쏟아냈다. SNS를 통해 축하의 메시지를 남겼다. '얼핏 봐도 당신보다 20~30cm 큰키, 긴다리, 긴팔 유리한 장점을 가진 펜싱 종주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선수들과 맞붙어 불리한 자신의 신체조건을 탓하지 않고 당당하게 경기를 풀어나가 2017년 자신이 왜 닭띠인지 알려주는 당신은 역시 자랑스러운 나의 와이프'라고 썼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