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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 기자의 제철 미식기행= 대게

겨울철 동해안은 장쾌한 일출 감상에 맛있는 식도락 기행까지 겸할 수 있어 인기 여행 코스로 통한다. 그중 경북 영덕~울진 지역은 해돋이의 벅찬 감동에 겨울별미, 대게까지 맛볼 수 있어 금상첨화다. 뿐만아니라 덕구, 백암 등 뜨끈한 온천에서 해맞이에 언 몸도 녹일 수 있으니 이만한 여행지가 또 없다.

동해안 겨울 별미, 대게가 본격 제철을 만났다. 대게는 통상 12월부터 5월까지 조업이 이뤄지지만 12월 중순 이후 잡아야 살이 오른 게맛을 볼 수 있다. 올 시즌의 경우 지난 12월 초 조업금지가 해제 되며 동해안 주요 항포구에 싱싱한 대게가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즈음 강구-축산항, 죽변-후포항 등 영덕, 울진 지역의 포구마다 대게 잡이 배가 부산하게 오가고 있다.

대게는 짭짤 고소한 특유의 풍미에 지방질도 적어 그 맛이 담백 쫄깃하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를 쪄 살을 발라 먹고 등딱지에 밥을 비며 먹는 맛이 일품이다.

영덕 강구항 대게거리에는 영덕대게 전문점 수십 곳이 몰려 있다. 이들 식당에서는 속살 꽉 찬 싱싱한 대게 찜과 전골 등 다양한 대게요리를 맛볼 수 있다. 어물전에서는 대게도 구입할 수 있는데, 대게를 고를 때에는 배 아랫부분을 눌러봐야 한다. 속이 덜 찬 물빵은 쉽게 꺼진다.

대게 값은 최근 10여년 사이 제법 올랐다. 한-일 어업협정 이후 먼 바다에 나가 대게를 잡을 수 없어서 그만큼 포획 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대게 값은 작황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올해의 경우 국내산, 러시아산 모두 작황이 신통치 않다. 그래서 아직은 비싼 편이다. 1kg짜리 국산 대게가 산지에서 마리당 6만 원선(지난해 4만 5000원 선)을 호가하고 있어 선뜻 맛보기가 쉽지 않다. 물론 앞으로 1~4월까지 성수기가 많이 남아 있으니 조업 호전에 따른 가격 인하도 기대할 법하다.

'대게'는 크다(大)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다리의 마디 형상이나 누르스름한 빛깔이 마른 대나무(竹)와 비슷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특히 대게라고 다 같지 않다. 대게 중에서도 속이 꽉 찬 놈은 '박달게'라는 별칭을 지녔다. 박달나무처럼 단단하다고 해서 박달게, 참대게로 부르는 것이다. 워낙 귀하신 몸이라 2㎏ 가량의 대형이면 경매가가 마리당 십 수만 원을 훌쩍 넘어선다. 반대로 속이 물렁하고 텅 빈 놈은 수게, 혹은 물게 라고 부른다.

동해안에서 잡히는 게는 대략 대게, 청게, 홍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울진-영덕에서는 대게보다 저렴한 홍게도 먹을 만하다. 속이 꽉 찬 중간 것으로 서너 마리만 먹으면 포만감이 든다. 대게와 홍게 사이에 청게라는 것도 있다. 크기도 생김새도 대게와 비슷해 구별이 쉽지 않다. 굳이 차이점을 들자면 대게의 등은 갈색 빛이 돌고 청게의 것은 불그스름하다. 청게는 특히 대게가 나지 않는 여름-가을철에 맛 볼 수 있어 인기다.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청게를 '너도 대게'라고 부른다.

대게는 수심 400~500m, 청게는 수심 8백∼9백m, 홍게는 1000m 이상 깊은 바다 속에서 산다. 대게는 그물로 잡는 반면 청게나 홍게는 통발로 잡는다. 고등어나 정어리, 꽁치 같은 미끼를 넣은 통발을 드리웠다가 끌어올리는 것이다.

대게는 우리나라 동해안 전역에서 잡힌다. 밑으로는 경북 경주 감포 앞바다에서부터 위로는 함경북도 근해까지가 서식지이다.

유독 '영덕 대게'가 유명한 것은 영덕이 대게의 집산지이자, 주요 조업지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영덕지방은 동해안 지역 중 내륙과 통하는 교통요지로 통했다. 마치 충남 금산이 인삼의 집산지로 브랜드화 된 경우와 비슷하다.

영덕, 울진 주변에는 창포리, 망양정, 죽변항 등 멋진 일출 포인트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올겨울 동해의 정기 듬뿍 담긴 장쾌한 해돋이에 싱싱한 미식거리, 희망찬 삶의 기운까지 받을 수 있는 1석3조의 여정을 꾸리고자 한다면 동해안 영덕~울진 해변도 그 대안이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