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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 기자의 제철 미식기행=동해안 겨울 별미 '장치'

연말연시, 동해안으로 떠나는 발길이 부쩍 늘어나는 때다. 장쾌한 동해의 일출을 마주하며 힘찬 새해를 맞고자 하는 행렬이다. 그중 강원도 속초 일원은 영랑정 등 빼어난 일출 포인트에 곰치, 도치 등 겨울미식거리도 풍성해 인기 코스로 꼽힌다.

이즈음 속초 등 강원도 북부 해안 포구에서는 흔치 않은 겨울별미를 맛볼 수 있다. '장치'다. 미식가들에게 조차 생소한 장치는 그 생김새가 뱀장어처럼 길쭉 통통하다. 살집 깊은 것을 꾸들꾸들 말려 얼큰 매콤하게 지져 먹는 맛이 일품이다. 동해안 어부들 사이 노장치, 노쟁이 등으로도 불리는 장치는 농어목 등가시치과의 어류로, 몸길이가 80~100cm, 몸통이 바다장어보다 더 퉁퉁하다. 따라서 큰 놈 한 마리를 잡아 놓으면 제법 먹잘 게 있다.

잘 말린 장치는 노르스름하면서 육질에 기름기가 촉촉하게 밴 게 먹음직하다. 조리에 앞서 적당히 마른 장치를 작두로 자른다. 부엌칼로는 엄두를 낼 수 없을 만큼 살이 깊고 뼈가 억세기 때문이다.

장치찜의 조리법은 평범하다. 둥글납작한 냄비에 무와 감자를 깔고 그 위에 토막 낸 장치를 얹은 후 양념장을 고루 끼얹는 게 전부다. 양념장은 간장에 고춧가루, 마늘 다짐, 파, 양파. 참기름 등이 들어간다.

찜이나 조림은 불 조절이 중요한 만큼 처음에는 물을 넉넉히 부어서 센 불에 끓이듯 조리한다. 이후 한소끔 끓고 나면 불을 낮춰 4~5분 정도 은근하게 조린다.

장치찜은 우선 매콤한 듯 감칠맛 나는 국물이 맛있다. 입에 쩍 들러붙는 맛이랄까. 보들보들 하얀 육질도 부드러운 듯 쫄깃하다. 마른 고기 특유의 미각이 배어 중독성이 있는 그런 맛이다. 뱃살과 껍질도 적당히 밴 지방이 고소함을 더한다. 또 볼 살은 씹을수록 쫄깃하다.

장치는 탕보다는 주로 찜요리를 선보이는 관계로 건조 상태가 맛을 내는 포인트가 된다. 그러다보니 말리기에도 각별한 공을 들인다. 그냥 걸어두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리 간단치가 않다.

장치 전문점에서는 생물 장치를 부두 경매에서 가져와 손질을 한 후 해풍 건조장에서 말린다. 섭씨 영상 3도~영하 3도의 그늘에 2~3일, 날씨가 궂으면 5일 정도 걸린다. 꾸들꾸들 말렸어도 온도나 통풍 여건이 제대로 맞지 않으면 큼큼한 냄새가 심하게 나거나 육질이 부드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너무 추울 때 말리면 육질이 황태처럼 푸석해져 못 먹는다는 게 식당 주인들의 얘기다.

17년 전 매콤한 장치찜을 개발했다는 속초 '야 삼정식당' 주인 김미란 씨는 "손질이 힘들어도 쉽게 구할 수나 있으면 좋겠다. 요즘 워낙 귀하다 보니 구하는 자체가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장치 요리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속초 토박이들은 시청 앞 인근에 있는 전문점 등을 꼽는다. 요즘은 장치 값이 비싸서 2만 5000(2인 기준)~4만 5000원(4인 기준)은 줘야 찜 맛을 볼 수 있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