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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걸!멋진걸!]'꿈 전도사' 오효주 아나운서가 소녀들에게 전하는 말

지난해 여학생체육 활성화를 위해 첫 발을 내디뎠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했다. 유관기관, 정계, 학계의 오피니언 리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많은, 좋은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실제적인 변화도 있었다. 여학생 체육활성화를 위한 학교체육진흥법이 개정됐다. 의견도 하나로 모아졌다.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였다.

그래서 '지금 당장 한다'. 대한체육회와 스포츠조선이 함께 시작했다. 올해부터 전면 실시되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여중생들과 만났다.

전국 50개 학교 여중생들의 운동 능력, 신체 발달 정도, 흥미 등에 따른 '맞춤형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 스포츠매니지먼트-유관기관 여성 리더 등의 강연도 마련했다. 진로와 꿈을 찾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스포츠현장도 찾았다.

'진정한 건강 미(美)와 꿈(Dream)을 찾는 여학생'이 모토다. 대한체육회와 함께 하는 미드림(美-Dream) 프로젝트, '뛰는 걸(Girl)! 예쁜 걸(Girl)! 멋진 걸(Girl)!'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뛴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아이들의 즐거움도 커지고 있다. 어느 덧 종착역으로 다가가고 있는 이번 주는 서울 잠실중학교를 찾은 '특별한 손님'을 만나본다. <편집자주>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누군가에게는 쉬운 질문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무척이나 어려운 물음이다.

오효주 KBSN 스포츠 아나운서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때 꿈이 없어 꿈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매일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또박또박 걸어가고 있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꿈'에 대해 누구보다 밝고 명쾌하게 얘기해줄 만큼 여유도 있다. 그래서 오효주 아나운서가 동생들을 위해 '꿈 전도사'로 깜짝 변신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언니의 '꿈' 이야기를 들어볼래요?"

쌀쌀한 바람이 매섭게 불어오던 11월 마지막주. 오효주 아나운서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중학교을 찾았다. 그는 옹기종기 모여 앉은 30여 명의 '미드림 프로그램' 참여 소녀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인사했다. 그리고선 마음 속 깊이 숨겨뒀던 작은 비밀 하나를 꺼내 놓았다. 오효주 아나운서가 어린 시절 품었던 '꿈' 이야기였다.

"여러분, 제 어린 시절 꿈이 뭐였는 줄 아세요? 바로 은반위의 요정, 피겨스케이팅 선수였어요. 믿기지 않으시죠. 그런데 저 나름 잘했어요. 시의 유망주로 불릴 정도였죠."

오효주 아나운서의 말에 여기저기서 호기심 섞인 질문이 터져 나왔다. "왜, 피겨스케이팅을 그만 두게 됐나요?" 궁금증은 모두가 똑같았다.

아이들의 질문을 받은 오효주 아나운서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준비했지만, 초등학교 4학년쯤 그만뒀어요. 어린 나이에 찾아온 슬럼프를 감당하기가 힘들었거든요."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꿈을 잃은 오효주 아나운서는 꿈을 꾸는 법도 잊었다.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꿈없는 생활은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오효주 아나운서는 눈이 번쩍 뜨이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났다고 했다. 바로 '댄스동아리' 였다.

그는 "중학교에 댄스 동아리가 있었는데, 갑자기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거예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난 조용한 사람이 아니야!'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같아요." '호호' 웃는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쟤가 갑자기 왜 저럴까?' 하는 의심 섞인 시선 때문이었다. 실제로 담임선생님께서 "전 과목 평균 92.5점을 넘지 못하면 동아리 지원을 받아주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당시 평균 70점대 후반을 받던 아이였거든요. 그런데 한 과목도 아니고 평균 10점 이상을 올리라고 하는 것이잖아요."

성적에 민감한 시기라 그런걸까. 아이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과연 오효주 아나운서는 자신 앞에 놓인 장애물을 뛰어 넘었을까.

두근두근. 오효주 아나운서가 드디어 입을 뗐다. "저 성공했어요. 오기가 생겼거든요." 아이들도 한 마음으로 기쁨의 박수를 쳤다.

오효주 아나운서는 "막상 댄스동아리에 들어가 보니 무섭기도 하고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하지만 친구들과 매주 연습하면서 땀 흘리고, 무대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리고 하나 더, 가장 중요한 것인데요~, 제가 변했습니다. 성격이 확 달라졌어요. 에너지가 넘친다고 해야할까요. 자신감도 생기게 된 것이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난 오효주 아나운서. 그는 '할 수 있다'는 경험의 힘을 앞세워 차근차근 자신만의 스토리를 써 내려갔다.

"땀 흘리는 기쁨을 통해 제 성격이 바뀌었잖아요. 그 속의 의미를 통해서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이제 중학교 1학년이잖아요. 무엇이든 꿈꿀 수 있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미드림 프로그램'의 의 뜻처럼 아름다운 꿈을 꾸는, 그리고 그 꿈을 이루는 소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수업 시간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짧지만 감명 깊었던 오효주 아나운서의 '꿈' 이야기도 막을 내렸다. 그러나 잠실중 '미드림 프로그램' 친구들의 마음속에서는 한 줄기 빛이 반짝였다.

(정)유정이는 "제 꿈은 수의사인데, 수의사는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 스스로 제 꿈에 대해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효주 언니의 강의를 들으니 왠지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꼭 수의사가 되고 싶어요. 희망이 생겼어요"라며 웃었다.

옆에 있던 (박)채연이도 명확한 목표가 생겼다. 채연이는 "저는 친구들과 비교해 성적이 뒤처져요.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효주 언니처럼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라며 미소 지었다. 이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몸이 튼튼해야 하는데, '미드림 프로그램'을 통해 배운 요가 동작이나 스트레칭 등이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건강도 챙기면서 열심히 공부할게요"라며 굳은 각오를 내비쳤다.

작은 망설임이 꿈의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하나의 꿈이 '꿈들'이 될 때 비로소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 '효주 언니' 와 잠실중학교 동생들의 꿈은 그렇게 빛나기 시작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동영상=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