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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 기자의 제철 미식기행=과메기

겨울철 미식거리를 치자면 동해안도 서해 쪽 못지않다. 특히 7번국도 따라 이어지는 유명 일출 포인트마다 맛깔스런 별미가 있으니 겨울 동해안은 장쾌한 해맞이와 함께 식도락 기행까지 겸할 수 있어 더 흡족하다. 특히 경북 해안지방에는 해안선을 따라 과메기, 대게, 곰치 등 이름만 떠올려도 군침돌게 하는 별미들이 즐비하다. 그중 이맘때 미식거리로 고소한 '과메기'를 빼놓을 수 없다.

과메기는 경북 포항 구룡포가 주산지다. 겨울철 포항 주변 바닷가 양지 녘에는 해풍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과메기 덕장이 장관을 이룬다. 포항시에서 영일만을 따라 호미곶에 이르는 일출 나들이길(925번 지방도)은 올망졸망 포구와 하얀 모래밭, 파도에 일렁이는 고깃배 등 여유로운 풍광 속에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가 펼쳐진다. 특히 이맘때 구룡포 해안 곳곳에 늘어선 과메기 덕장은 이 지방의 또 다른 볼거리가 된다.

과메기는 처음에는 비위가 상할 듯싶지만 일단 한 번 맛을 들이고 나면 마른 꽁치 특유의 쫄깃 고소한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발효음식이 지닌 중독성 때문이다.

과메기는 본래 뱃사람들의 영양식이었다. 포구에서는 갓잡은 꽁치를 바닷물로 씻어낸 후 내장을 제거하고 해풍에 꼬들꼬들 말리는데, 삼일밤낮이면 먹기 좋을 만큼 쫄깃 고소해진다. 가을에 잡힌 것들은 영하 10도의 냉동상태로 저장한 뒤 겨울철 해안가 덕장에 내다 걸어 해동과 냉동을 반복하는 가운데 과메기로 거듭난다. 밤이면 얼어붙고, 낮이면 녹아 몸속의 수분을 털어내는 과정에 맛깔스럽게 숙성되는 것이다. 과메기는 해풍을 쐰 정도에 따라 때깔이 달라진다. 바다 가까운 덕장에서 말린 불그레한 기운을 띤 것이 상품이다. 포항 과메기 덕장에서 만난 과메기 아지매들은 "등이 푸리고 윤기도 돌고 속살이 붉어야 좋은 기"라고 귀띔해준다.

꽁치를 통째로 매달아 말리는 '통과메기'는 보름 정도, 배를 갈라 먹기 좋게 말리는 '짜가리(배지기)'는 3~4일이면 고소한 과메기로 태어난다.

과메기는 애주가들의 안줏감으로 그만이다. 특히 꽁치에 '아스파라긴산' 성분이 듬뿍 들어 있어 숙취해독에도 좋다. 마른 김이나 월동 배추속 한 장에 과메기, 생미역, 실파, 마늘, 풋고추 등을 얹어 쌈장과 초고추장을 곁들이면 동해 갯내음이 입 안 가득 전해온다.

과메기는 본래 청어로 만들었다. 하지만 청어 조업이 부진해지자 꽁치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근자에 들어 청어가 다시 잡히고 있어 간간히 청어 과메기 맛도 볼 수 있다. 청어는 유독 기름기가 많아 육질이 고소하다. 특히 꾸들꾸들 말라가는 노르스름한 청어 알을 함께 얹어 먹는 맛 또한 일품이다.

별미를 맛본 후 맞이하는 일출의 장관도 빼놓을 수 없다. 포항지역 해맞이 포인트로는 호미곶 일출공원 앞바다에 세워진 조형물, '상생의 손' 일대다. 특히 상생의 손 위로 떠오르는 태양은 마치 상서로운 행운을 움켜쥐는 듯 한 느낌과 함께 상생(相生)의 의미를 음미할 수 있어 더 각별하다. 상생의 손은 지난 2000년 새천년을 맞아 세운 조형물로, 바다위에 오른손, 광장에 왼손이 우뚝 서 있다. 일출 감상 후 구룡포 어업전진기지 쪽으로 나가면 고래 고기를 맛볼 수 있고, 포항 죽도 시장을 찾으면 문어, 대게, 건어물 등 풍부한 해산물도 만날 수 있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