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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가상예능의 진화, 인생 희노애락을 담다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가상 예능이 진화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첫 선을 보인 MBC '우리결혼했어요'(이하 '우결')에서 시작된 '가상 결혼'이라는 설정은 약 10년이 지난 지금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만혼을 소재로 한 JTBC '님과 함께', 남쪽 노총각 연예인과 북쪽 처녀의 만남을 다룬 TV조선 '애정통일 남남북녀' 등 색다른 콘셉트를 추가한 가상 결혼 예능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젠 장수 예능인 '우결'은 현실에서 남다른 케미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국주-슬리피 커플을 영입했다. 설렘보다는 정으로 사는 현실 부부 같은 김숙과 윤정수 커플은 '님과 함께' 시즌2의 인기를 견인했다. '님과 함께2'는 여기에 원조 가상부부인 서인영-크라운제이를 영입해 8년이 지난 뒤의 감정 변화을 포착해내고 있다.

이처럼 과거 가상 결혼 예능이 만남부터 결혼해 서로 가까워지는 과정을 로맨틱하게 그려내는데 집중했다면, 요즘에는 현실성과 공감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드라마처럼 살펴보고 대리만족하던 방식에서 시청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기도 하고, 가상임을 공공연히 강조하면서 알쏭달쏭한 케미의 맛을 살리기도 한다. 시청자와 교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

단순히 예능의 전달 방식이 달라진 것 뿐 아니라 가상 예능의 영역도 확장되고 있다. 가상 결혼 예능에 이어, 최근 몇 십년 뒤의 미래를 체험하거나 48시간의 시한부 삶을 살아보는 다양한 가상 예능의 등장이 눈길을 끈다.

특히 '우결'을 세상에 내놓은 전성호 PD가 tvN으로 이적 후 새로이 선보인 tvN '내게 남은 48시간'(이하 '48시간')은 가상의 죽음, 즉 웰당잉을 소재로 다뤄 또 한 번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출연자들에게 주어진 48시간의 시한부 인생을 들여다 보는 형식이다.

죽음이라는 단어자체가 슬픔이나 무거움이 깃들어 있어 이를 예능으로 풀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쉽게 들지 않는다. '48시간'은 그런 편견을 깨고 이를 예능으로 끌고 왔다. 대신 죽음 자체보다는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집중, 출연자들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첫 회에서는 이미숙, 탁재훈, 박소담의 48시간이 그려졌다. 이미숙은 평소대로 일상을 보내고, 탁재훈은 아이들에 메시지를 남겼다. 박소담은 김예원과 새삼 느껴지는 오늘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죽음에 대처하는 모습은 저마다 달랐지만, 다만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애틋함, 이를 표현하지 못한 아쉬움은 닮아 있었다. 이는 시청자들에게도 공감과 함께 교훈을 선사했다.

"마지막 남은 48시간의 시한부 인생을 통해 그 상황에 온전히 몰입하게 된 출연자들의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내고 싶었다. 그 안에 담긴 인생의 희로애락을 들여다보며 시청자들도 함께 공감하고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전성호 PD의 의도가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될지 주목된다.

결혼과 죽음 사이, 미래 또한 가상 예능을 통해 만나 볼 수 있었다. 지난 1일 8회로 시즌1의 막을 내린 MBC '미래일기'는 '타임워프'를 소재로 한 시간 여행 버라이어티. 시간 여행자가 된 출연자가 자신이 원하는 미래로 가서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포맷이었다.

생소한 콘셉트와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구조 탓헤 비록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미래를 배경으로 삼은 참신함은 높이 평가를 받았다. 가상 예능의 영역을 단지 소재가 아닌 시간 개념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색달랐다.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기에 결혼도 시한부 삶도 모두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포용력이 크다.

실제로 '미래일기'는 노인 분장을 한 출연자의 미래 모습을 보여주는데만 주력하지 않고, 결혼 50주년을 맞은 박미선-이봉원 부부는 '졸혼'이라는 색다른 노년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이상민의 가상 육아기를 담는 등 다양한 상상력을 보여줬다. 상황 설정에 따라 가상 결혼, 가상 죽음까지 소화 가능한 가상 미래. '미래일기'가 시즌1에 그치지 않고 재정비를 거쳐 시즌2로 돌아오길 기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드라마처럼 짜여진 각본이 아니어서 예측할 수 없는, 그리고 리얼해서 더욱 공감가는 가상 예능. 앞으로도 더욱 새롭고 다양한 변주를 기대해 본다.

ran61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