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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2` PD '목욕탕 액션 보호장비 없이 찍느라 고생'

"지창욱과 윤아의 담요 키스신 좀 잘 써주세요. 제 기억으로는 드라마 역사상 굉장히 드문 롱테이크거든요. 키스신이 롱테이크로 4분이 나갔어요. 정확하게 3분50초인가 그래요. 최장 기록일 겁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런 기사를 안 쓰더라고요."
액션을 이야기하고자 하는데, 멜로에도 주목 좀 해달라는 장난 섞인 푸념이 따른다.



연일 화려한 액션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N 금토드라마 'THE K2'의 곽정환 PD는 25일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지난 21일 9회에서 등장한 롱테이크 키스신의 의미는 이렇다.
"워낙 호흡이 빠른 드라마여서 3초, 4초 단위로 빨리빨리 화면이 전환되는데 그 장면이 4분이나 지속했는데도 그만큼 길었는지 잘 모르더라고요. 지루하지 않고, 흥미로웠다는 거죠. 4분짜리 롱테이크는 그 시간 동안 배우들이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지 못하면 불가능해요. 지창욱이야 워낙 멜로가 좋은 데다 윤아도 잘해줘서 그 장면이 잘 살았어요."
배우와 PD가 포인트를 준 달달한 멜로 장면이니 액션과 함께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THE K2'의 중심에는 액션이 놓여있다. 시청자는 시청률 5~7%로 그에 응답하고 있다. 영화 같은 액션의 수준에 대한 호응이다.
곽 PD는 "새로운 액션에 대한 절체절명의 의무감"으로 'THE K2'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 "새로운 액션 불가능하거나 위험…그럼에도 시도"
'THE K2'는 국내 드라마의 액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로 돌진하는 듯하다.
첫회 지하철 격투, 차량 추격부터, 목욕탕 격투, 신경가스 살포 격투, 맨손 1 대 1 육박전 등 각종 액션 장면이 쉴 틈 없이 이어지는데 하나도 '쩨쩨'하지 않다. 시간에 쫓기는 드라마임에도, 대충 폼만 잡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곽 PD는 "액션이라는 게 워낙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비슷한 게 많이 나오고, 시청자 눈높이는 할리우드 수준이라 새로운 것을 보여드리는 게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새로운 액션이라는 건 불가능하거나, 위험한 것이다. 남들이 안 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나"라며 "하지만 그럼에도 액션은 계속해서 시도해야 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절체절명의 의무감으로 찍고 있다"고 밝혔다.
덕분에 초반 차량 추격신은 소파에 누워있던 시청자가 자세를 고쳐잡게 할 만큼 흥미롭게 펼쳐졌다.
"사실 차량 추격신이나 전복신은 영화와 비교당하니까 그간 아예 시도도 안 했어요. 잘해 봐야 본전이니. 그런데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해보자 싶었죠. 물론 물량과 제작비는 영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니 상당 부분 몸으로 때워야 했죠. 촬영팀을 두 팀으로 나눠 5일간 스태프가 발로 뛰어다니며 찍었어요. 보통 드라마에서 액션 시퀀스를 하루는커녕 몇 시간 이상 찍기 어려운데 저희는 초반이라 그렇게 공들여 촬영했습니다."


장정들이 알몸으로 목욕탕 안에서 벌이는 액션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목욕탕 액션은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가면 다행인데 자칫 선정적으로 다가가면 위험하기에 되게 조심스러웠어요. 또 액션을 찍을 때 의상을 입고 있으면 의상 안에 보호장비를 착용할 수 있는데 목욕탕의 경우는 보호장비를 착용할 수 없고, 미끄러운 타일 바닥에서 찍어야 해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 "지창욱, 액션에 굉장히 능하고 감각 뛰어나"
첫방송에 앞서 주인공 지창욱은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가장 힘든 작품이었다. 많이 힘들어서 다시는 액션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게 한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지창욱은 온몸이 부서져라 갖가지 액션을 소화해내고 있고, 다행히 그의 노력은 딴 데로 새는 것 없이 효과 만점으로 화면에 구현된다.


곽 PD는 "지창욱은 굉장히 액션에 능하고 감각이 훌륭하다. 무술 감독이 찍을 때마다 '아 잘해, 잘해요', '진짜 창욱이 잘한다'고 감탄한다"고 극찬했다.
"물론 지창욱도 작은 부상들은 있었어요. 손가락이 약간 삐끗해 고통스러워서 촬영이 잠깐 중단되거나 하는 경우는 늘 있어요. 하지만 워낙 감각이 뛰어나 액션을 안전하게 잘 소화해내고 있어요."
제대로 된 액션 장면이 이어지는 데는 스턴트맨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무술팀은 배우의 대역을 하기에 얼굴이 잘 잡히지 않지만 자기 몫들을 훌륭하게 잘해내고 있습니다. 스턴트맨은 부상의 위험을 늘 무릅쓰고 몸을 던지기에 작은 부상은 얘기도 하지 않아요. 스턴트맨들의 그런 보이지 않는 희생 덕분에 액션 장면을 찍고 있습니다."

앞으로 6부가 남은 'THE K2'는 지금과 같은 수준의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시간과 전쟁해야 한다.
곽 PD는 "사실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23일 밤 비가 오는 바람에 큰 신을 못 찍었어요. 이렇게 되면 하룻밤이 날아가 버리니 시간에 쪼들리게 되죠. 액션을 찍기 위해서는 다른 장면 촬영 시간이 부족해져서 여러 가지로 힘들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생방송 액션 촬영'은 곽 PD의 전공(?)이다. 안방극장을 들썩이게 했던 '추노'(2010)를 시작으로 '도망자 플랜B', '동네의 영웅'을 통해 그는 줄곧 액션에 천착했다.
"제가 액션이 좋아서 추구하는 것은 아니에요. 사실 액션은 '추노'로 한번 성공시켰다는 자부심이 있어서 액션을 더 하고 싶은 생각은 그다지 없어요. 그런데 자꾸 액션 연출 의뢰가 들어오네요.(웃음) 그 기대감을 어떻게 충족시켜줘야 하나 늘 고민입니다."


pretty@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