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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미식기행 '가을 참게'

'맛'에도 제철이 있다. 이즈음은 뭘 먹어야 할까. 참게가 정답이다.

옛말에 '서리가 내릴 무렵 살이 통통하게 오른 참게는 소한마리와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을 참게가 맛나다. 특히 참게장은 특유의 깊은 풍미로 숱한 '밥도둑' 중 으뜸으로 꼽힌다.

따끈한 쌀밥 한 숟가락을 잘 숙성된 참게장 게딱지에 넣고 비벼 먹는 맛이란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다. '얼큰, 구수, 시원한 맛의 합체' 참게 매운탕의 국물 맛은 또 어떠한가.

참게는 주로 초가을부터 늦가을까지 잡게 되니 이맘때가 제철이다. 섬진강, 임진강, 금강 등지가 참게 잡이의 명소로, 늦가을 참게들은 산란을 위해 강과 바다가 만나는 유역으로 지류를 따라 대장정에 나선다. 그래서 살도 통통하게 오르고 알도 실하게 찬 가을 참게 맛을 최고로 친다.

국산 참게 중 경남 하동 것도 명품으로 친다. 경남 하동은 섬진강이 굽이쳐 바다와 만나는 곳으로. 섬진강 참게는 바닷물과 만나는 기수지역에서 서식해서 비린 맛이 덜하다는 평이다. 뿐만 아니라 참게 본연의 맛 또한 강해 명품 대접을 받고 있다.

참게는 조선시대 임금의 진상품으로 올릴 만큼 특유의 맛과 향으로 명품 행세를 해왔다. 조선시대 실학자이자 미식가였던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참게의 몸빛은 푸른 검은색이고 수컷은 다리에 털이 있다. 맛은 게 중에서 가장 좋다"고 일찍이 그 맛을 '인증' 해줬다.

참게는 살이 통통하고 부드러운데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특히 대게나 꽃게보다 먹잘 것은 적지만 단단한 껍질을 깨물며 속살을 발려 먹는 재미가 유다르다.

사람들이 가을 참게에 열광하는 이유는 맛도 맛이려니와 향수의 어족이기 때문이다. 참게는 지난 시절 가재와 더불어 개울에서 흔히 잡던 아이들의 군입거리이자 놀잇감에 다름없었다. 하지만 한동안 강물이 오염되고, 하구언둑 등이 생기며 도통 참게 구경이 어려워지자 몸값이 치솟으며 귀한 별미가 되고 말았다.

참게는 주로 통발로 잡는다. 참게가 고등어나 잉어를 좋아해서 이들 생선을 토막 내 통발에 넣어 두고 유인한다. 하루쯤 지나 통발을 건져 올려 갇힌 놈들을 잡는다. 민물낚시대에 지렁이를 미끼삼아 잡기도 하는데, 가을철 임진강에서는 숭어낚시를 겸해서 출조하는 꾼들도 제법 많다.

참게 그물걷이는 대체로 동트기 전에 시작한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때면 강 하구는 한치 앞도 안보일 만큼 안개가 자욱하다. 어부들은 워낙 강바닥을 손금 보듯 하는 터라 안개를 헤치며 능숙한 솜씨로 배를 몰아간다. 이윽고 통발 수백 개를 쳐둔 조업 장에 도착하고, 그물 걷이를 시작한다. 어창 가득 참게가 쌓일 즈음이면 거짓말처럼 물안개가 걷히고, 햇살 받은 섬진강이 평온한 하루를 시작한다. 이무렵 강변의 풍광이 압권이다.

가을이 익어가는 모습을 눈으로만 지켜보기에 아쉬움이 남는 다면 얼큰 구수한 참게 매운탕 한 그릇에 게장 한 접시를 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