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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블루마라톤 개최... 상암벌 넘실댄 푸른 물결

한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잔뜩 웅크리고 있던 먹구름이 살금살금 자취를 감췄다. 어둠이 사라진 자리에는 파란 가을빛 하늘이 자리 잡았다. 구름 사이에 가려져 있던 태양도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푸른 운동화끈을 동여맨 '블루 부대'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하나둘 모여든 '블루 부대' 덕분에 상암벌은 어느덧 5000명의 푸른 물결로 넘실댔다.

(사)스페셜올림픽코리아(회장 고흥길)와 롯데그룹이 공동 주최하고, 스포츠조선이 주관하는 슈퍼블루마라톤이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과 그 주변에서 펼쳐졌다. 올해로 두 번째 닻을 올린 슈퍼블루마라톤은 슈퍼블루 캠페인 프로그램의 하나다. 2013년 시작한 슈퍼블루 캠페인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공헌활동이다.

상암벌에 모인 5000여명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마라톤에 앞서 5가지 '슈퍼블루 약속'을 했다. ▶장애인의 반대말은 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다. ▶장애는 '앓는' 것이 아니라 '갖고 있는' 것이며 ▶장애인에게 도움을 줄 때는 상대의사를 먼저 물어보며 ▶발달장애인에게 반말을 하지 말고 ▶장애우가 아닌 장애인으로 부른다는 약속이다.

약속의 증표는 참가자들이 운동화에 단단하게 묶은 푸른 운동화끈이었다. 운동화에 달린 푸른 운동화끈에는 단순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한다'는 메시지만 담은 것이 아니었다. 자립에 대한 의지, 관심과 사랑, 배려와 나눔 등 장애인들의 '희망'과 '자립'을 상징하고 있었다.

고흥길 스페셜올림픽코리아 회장은 "이번 마라톤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손을 잡고 함께 뛰며 소통하고 하나가 돼 화합의 장을 만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우리는 조건 없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격려했다. 나경원 국회의원 역시 "마라톤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치어리더의 흥겨운 공연과 가벼운 몸풀기 운동으로 준비 운동을 마친 참가자들은 출발선 앞에 섰다. 이날 대회 코스는 3개로 나눠 진행됐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광장을 기점으로 공원내부를 달리는 5km 코스(슈퍼블루 코스)와 가양대교를 돌아오는 10km 코스, 마포대교를 돌아오는 하프 코스로 나뉘어 달렸다. 특히 5km 코스(슈퍼블루 코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코스로 운영됐다. 덕분에 휠체어 마라톤에 나선 참가자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화창한 날씨 속에서 상암벌에 모인 참가자들은 어느새 너 나 할 것 없이 '함께 뛰고' 있었다. 덕분에 2년 연속 무사고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함께 달린 참가자들은 완주 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었다. 마라톤이 끝난 뒤에는 인기개그맨 정승환이 진행하는 2부 행사도 열렸다. 홍보대사로 선정된 가수 겸 바이올리니스트 신윤성의 축하무대를 비롯해 타악 그룹 타미의 흥겨운 난타,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의 힘찬 퍼포먼스, 장애인 밴드의 신나는 연주 등이 다양하게 펼쳐졌다. 상암벌을 수놓은 푸른 물결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가 되는 화합의 장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었다.

상암=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