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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의실 없는 중고교 수두룩…'옷 갈아입으려 화장실로 뛰기도'

강원 춘천 시내 한 중학교 학생인 A(16)양은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불편을 느낀다.

탈의실이 없다 보니 체육활동을 할 때 교실이나 복도에서 갈아입기도 하고, 일부는 화장실로 뛰어가기도 한다.
A 양은 "새로 짓는 학교에는 탈의실이 있다고 하는데 이 학교는 지은 지 오래돼 탈의실이 없다"며 "아무래도 여학생들이다 보니 일부는 신체가 노출되는 걸 민감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신축하는 학교에는 탈의실이 설치됐지만, 학생들 편의를 고려하지 않아 외면받는 곳도 있다.
춘천의 한 고등학교는 탈의실이 복도 맨 끝에 있다 보니 학생들은 교실이나 복도에서 담요로 가리며 옷을 갈아입는다.
이 학교 학생들은 "탈의실이 멀어서 실제로 이용하는 학생이 많지 않다"고 귀띔했다.
강원도 내 중·고교 가운데 탈의실이 없는 학교가 절반가량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단법인 인권정책연구소가 조사한 '2016 강원도 학생생활문화 및 학교구성원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중학생의 48.6%가 '탈의실이 없다"고 응답했다.
반면 고등학생은 56.8%가 탈의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히 특성화고의 경우 학생 65%가 탈의실이 없다고 응답했다.
탈의실이 설치돼 있더라도 활용도가 떨어지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대부분의 학생은 탈의실 위치를 알지 못하거나 아예 이용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학생들은 청결 문제나 거리 등의 이유로 탈의실 이용을 기피했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40%가 탈의실이 설치돼 있지 않다고 대답해 차이를 보였다.
인권정책연구소는 "전체 학교 두 곳 중 한 곳은 탈의실이 없다고 답한 부분이 주목할 만하다"며 "탈의실은 물리적으로 설치하거나 마련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므로 학생들의 실질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어떻게 확충할지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7월 9∼22일 도내 학생 4천522명, 교사 408명 등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탈의실이 없는 문제는 전국 다른 시·도도 마찬가지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종배 의원(충주시)이 최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생 탈의실 설치 현황'을 보면 전국 6천417개 초·중·고 중 탈의실 미설치 학교는 5천886개교(91.7%)에 달하고 있다.
고등학교는 탈의실이 설치되지 않은 학교는 1천60개교(91.1%)로 나타났다.
탈의실이 더 필요한 남녀공학 고등학교의 경우 579개교 중 미설치학교가 501개(86.5%)로 집계됐다.
특히 충북교육청은 전국 시·도 교육청 중 가장 열악한 상황으로 중학교의 98.1%, 고등학교의 98%가 탈의실이 없었다.
충북에서 탈의실이 있는 곳은 초등학교 166개교 중 1곳, 중학교 52개교 중 1곳, 고등학교 51개교 중 1곳 등 3곳에 불과했다.
이 의원은 "신체적인 변화와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이 화장실·교실 등을 탈의실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인권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dmz@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