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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완의 영화 톺아보기]'밀정', '암살'은 잊어라...최동훈과 김지운은 다르다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톺아보기'='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라는 순우리말.

'밀정'

▶작품성 ★★★★

▶오락성 ★★★

감독 김지운 / 주연 송강호 공유 / 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 / 개봉 2016년 9월 7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의 김지운 감독, 한국 대표 배우 송강호, '부산행'으로 1000만 배우가 된 공유. 이들 셋의 조합만으로도 '밀정'은 올 가을 최고 기대작이 될 만하다.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김지운 감독은 "처음 이 작품을 만들 때는 한국에서 '콜드 누아르'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서구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스파이 영화들에서 그려지는 스파이들의 냉혹한 삶을 그려보고 싶었다. 하지만 만들면서 점점 뜨거워지더라"며 "일제강점기와 서구의 이야기는 판이하게 달랐다. 일제강점기는 나라를 잃고 나라를 되찾으려 하는 주권회복 영화라 점점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콜드 누아르 스타일을 강요하지 않고 인물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쫓아가는 영화다. 그동안 내 컬러를 많이 내려놨다"고 털어놨다.

그의 말처럼 '밀정'은 '007'처럼 따라가기만 하면 재미를 느끼는 류의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이정출(송강호)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관람해야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문제는 이같은 감독의 의도를 관객들이 알고 극장에 들어서냐는 것이다. 관객들은 지난 해 1000만이 넘는 관객을 모았던 '암살'을 생각하고 극장에 들어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밀정'은 '암살'과는 연출 의도 자체가 다르다.

'암살'은 주제가 무거울 뿐 최동훈 감독 특유의 빠르고 경쾌한 팝콘 무비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밀정'은 김 감독의 말처럼 인물의 심리변화와 왜 그 인물이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집중하는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곳 없다. 송강호의 유머와 진지를 넘나드는 연기는 언제봐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만하다. 공유는 이제 스타에서 연기파 배우로 가는 길목에 서있다. 한지민의 담대한 연기도 눈에 띈다. 하다못해 특별출연도 이병헌과 박희순이니 연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필요없을 듯하다.

하지만 엄태구가 연기한 하시모토는 지적할 부분이 있다. 엄태구에 대한 극찬이 쏟아지고 있긴 하지만 기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엄태구는 하시모토를 연기하면서 감정 조절에 실패한듯 보인다. 너무 과도하게 감정을 표현해 "나는 나쁜 놈이야" "나는 이 영화 최고의 '빌런'이야"라고 소리치고 있는 듯하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