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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를 논하다①] '굿와이프' 전도연, 무결점 분석력 '미드 원작을 지우다'

[스포츠조선 배선영 기자]한번 오열을 했다고 '연기의 신(神)'으로 둔갑하거나, 낯선 연기술을 보여줬다고 '발연기'로 치부되는 데 불편함을 느끼셨나요. 스포츠조선이 TV 드라마 속 배우들의 연기를 전문가의 식견으로 평가하는 새 기획을 선보입니다. '배우를 논하다'는 '좋은 연기란 무엇일까'라는 근원적인 물음에서부터 '배우의 연기는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라는 목표로 구상한 연기 보고서로서, 국내 유수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이 솔직하고 세밀한 평가를 들려줄 예정입니다. 자문단들이 일곱 번째로 만난 배우는 tvN 드라마 '굿와이프'의 전도연입니다.

지난 2007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으로 칸 영화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상한 전도연.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칸의 여왕'으로 불리는 전도연이 tvN '굿와이프'로 11년 만에 안방에 복귀했다.

'밀양'으로 배우 인생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녀는 그러나 이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러차례 "상 받고나니 시나리오는 더 안들어온다"라고 말하고 영화 '멋진하루'가 투자가 되지 않아 촬영이 지연되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녀',''카운트다운', '집으로 가는길','무뢰한', '협녀, 칼의 기억', '남과 여' 로 꾸준히 영화 작업을 이어갔지만 이들 영화의 흥행 성적은 썩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도연은 2005년 '프라하의 연인' 이후 11년 만에 TV로 급선회했고 그 선택은 바로 '굿와이프'가 되었다.

동명의 인기 미드를 원작으로 했다는 점과 전도연의 컴백으로 화제를 뿌리며 시작했던 '굿와이프'. 4~5%대 시청률 속에 27일 16부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원작만 못하다"는 혹평과 "기존 드라마와는 다른 맛이 있다"는 호평, 그 가운데에 있는 '굿와이프'이지만 전도연의 연기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굿와이프' 속 전도연의 연기에 대한 자문단들의 평가는 어땠을까?

▶연기 자문단 한줄평

김태훈 세종 액팅클리닉 연구소 소장, 배진성 세종 액팅 클리닉 연구소 연구원 : 기분 좋은 연기파 배우 전도연!!! 방송 드라마를 하는 배우들에게 일침을 놓는 듯한 연기를 선보인다. TV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처럼 인물에 부합하고 내적 진실이 가득 찬 살아있는 연기를 보란 듯 선보인다. 내면의 믿음을 바탕으로 순간순간 느껴지는 대로 충분히 느끼고 표현하는 여유러움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다만,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 밀도는 보이지만 전체적 흐름에 따른 각 회차 마다의 리듬과 템포에 있어 다소 늘어지는 경향이 보여 아쉽다..

서은혜 CNC 스쿨 원장 : 역시 칸의 여왕이다. 미드의 원작을 지워버릴 만큼의 강한 존재감과 극중 김혜경을 본인의 색깔로 자연스럽게 투영시키는 그의 연기스타일. 누구에게나 찬사를 받을만하다. 전도연의 노련함과 조용하면서도 단단한.. 그리고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해내는 원숙함. 또 상대배우와 극을 이끌고 가는 조화로움도 잃지 않았다. 스토리 또한 적절한 밸런스와 임팩트를 잘 조절해 극의 완성도 또한 높이고 있다. 모처럼 섬세하고 밀도 있는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확 사로잡은 매력적인 배우와 스토리가 합을 잘 이루었다.

서희 국민대 미디어연기예술학부 외래교수 : 미드의 한국행으로 기대되는 '굿와이프'는 스토리보다도 '전도연' 배우의 드리마 귀환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전도연의 연기력은 만점을 주고도 더 줄게 없을까 고민이 된다. 상황에 대한 분석 능력과 작품 속 인물에 스며드는 융화가 보는 이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그녀는 그냥 믿는 것 같다. 유명한 맛집은 줄서서 기다려야 하고 예약 안 하면 못 먹기도 하고 먹고 나면 또 다음에 먹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전도연이 '굿 와이프' 속 혜경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줄도 안 서고 금토 연달아 같은 시간에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디테일한 그녀의 연기력은 다른 배우의 '멋있다.예쁘다'와는 다르다. 짙어진 팔자 주름 조차도 깊어진 연기력으로 승화되어 멋있어 보인다. 그녀에겐 그 어떤 칭찬도 아깝지 않다. 대한민국의 배우로 있어줘 존재 자체 만으로도 감사하다. '굿와이프'에서 전도연은 '굿액터'이다.

윤상원 극작가 겸 연출가 : 두 아이의 엄마이기에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들을 참아내야 하지만 두 아이의 엄마이기에 불의에 참을 수 없는 여자. 거세게 흔들려도 버텨내는 여자. 부러지고 무너진다 해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여자. 약하지만 강한 여자. 아내로서 엄마로서가 아닌 자신을 찾아가는 여자. 전부 다른 듯 하지만 단 한 명의 여자. 그 여자. 배우 전도연.

▶전도연 연기력 부문별 평가 :전도연의 연기력은 대본 이해 분석력, 표현과 창의력, 내적정서의 진정성, 화술과 제스처, 배우의 매력성 등 총 5가지 부문으로 평가됐다. 총 4개 부문이 만점에 가까운 고득점이 나왔고, 표현과 창의력 부문 만이 80점에 미치지 못하는 77.5점이 나왔을 뿐이다.

다수 자문단들은 그녀의 연기적 진정성을 추켜세웠다. 김태훈 세종 액팅클리닉 연구소 소장, 배진성 세종 액팅 클리닉 연구소 연구원은 "TV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처럼 인물에 부합하고 내적 진실이 가득 찬 살아있는 연기를 보란 듯 선보인다. 내면의 믿음을 바탕으로 순간순간 느껴지는 대로 충분히 느끼고 표현하는 여유러움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라며 전에 없던 호평을 보내왔다. 서희 국민대 미디어연기예술학부 외래교수는 "상황에 대한 분석 능력과 작품 속 인물에 스며드는 융화가 보는 이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그녀는 그냥 믿는 것 같다. 짙어진 팔자 주름 조차도 깊어진 연기력으로 승화되어 멋있어 보인다. 그녀에겐 그 어떤 칭찬도 아깝지 않다"라고 호평했다. 윤상원 극작가 겸 연출가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단 한 번도 들지 않을 정도다"라고 평가했다.

그녀의 연기력이 높이 평가된 데에는 작품의 영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서은혜 CNC 스쿨 원장은 "스토리 또한 적절한 밸런스와 임팩트를 잘 조절해 극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모처럼 섬세하고 밀도 있는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확 사로잡은 매력적인 배우와 스토리가 합을 잘 이루었다"고 평가했으며, 윤상원 극작가는 "훌륭한 텍스트와 훌륭한 배우가 만나면 이처럼 환상적이다"라고 전했다.

실제 전도연이 연기하는 인물, 김혜경이 가진 텍스트적 매력은 상당하다.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로만 인생을 살아오던 여자 김혜경이 남편의 배신을 계기로 변호사로서의 새 인생을 살아간다는 줄거리는 한국 드라마에서도 흔히 봐오던 여성의 성장 스토리이지만, 원작인 미국 드라마 속에서 이미 탄탄하게 다져진 캐릭터 구축을 그대로 본따와 지극히 한국적인 캔디형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게 그려졌다. 미국 원작에 비해서는 주인공들의 삼각 관계에 치중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한국 드라마와는 달리 김혜경이 진정한 자립적 자아로 성장해가는 과정에 집중하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전도연이 표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윤상원 극작가는 "전도연은 어렵고 복잡한 사람의 마음을 시선과 호흡으로 표현해 낸다"라며 "7화에선 혜경이 태준에게 '믿지 마. 나도 당신 안 믿으니까. 우리한테 다음이 있어?'라고 말한다. 태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중원에 의지하면서 나오는 복합적인 감정이 녹아 있는 대사인데, 시선을 계속 피하며 말하다 '우리에게 다음이 있어?'라는 대사를 할 때 만큼은 똑바로 시선을 향하고 단호하게 내뱉는다. 엄마로서 아내로서가 아닌 김혜경 그 자신으로서 말을 뱉는다는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져 7화의 손꼽히는 명장면이라고생각한다"며 그녀의 디테일한 표현력을 추켜세웠다.

▶종합 :전도연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자문단 그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 밀도는 보이지만 전체적 흐름에 따른 각 회차 마다의 리듬과 템포에 있어 다소 늘어지는 경향이 보여 아쉽다"는 지적이 있었고 또 영화 속에서 주로 봐왔던 전도연 식의 노련한 연기적 표현이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었을지언정, 혜경이라는 인물의 성장을 쫓아간 전도연의 매 신 매 신 마다 보여준 디테일한 감정 연기에 대해 자문단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11년 만에 안방 컴백작 '굿와이프'는 배우 전도연의 매끄럽고 여유로운 연기를 증명한 사례로 남게 됐다.

sypo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