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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관리 팽개치고 문서 사후조작…남양주 폭발사고 19명 입건

14명의 사상자를 낸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는 가스 장비 관리 소홀 등 총체적 관리 부실 탓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무자격 업체에 공사가 발주됐고 현장 안전교육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관련 문서 역시 사후 조작된 사실이 경찰 조사결과 확인됐다.

사고 수사본부인 남양주경찰서는 26일 업무상과실치사와 건설기술진흥법, 건설산업기본법 등 위반 혐의로 원청업체인 포스코 건설 현장소장 신모(50)씨와 하청업체 매일ENC 대표 이모(60)씨, 현장 소장 이모(47)씨, 감리단장 진모(63)씨와 현장 근로자 하모(52)씨 등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장 근로자, 원청, 하청, 감리업체 관계자 조사를 통해 14명을 입건했다. 이들에게도 업무상과실치사와 건설기술진흥법, 건설산업기본법 등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근로자 하씨는 사고 전날인 5월 31일 용단 작업 후 작업장에 가스 호스와 절단기, 지상에 LP가스통 등을 방치하고 밸브 잠김 상태도 확인하지 않고 퇴근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원청 현장소장 신씨는 안전관리 총괄책임자이지만 현장 점검이나 팀원에 대한 지휘 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매일 ENC대표 이씨는 안전관리 책임자가 평소 현장에 없는 것을 알고도 눈감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감리단장 진씨는 원청과 하청을 대리해 안전점검을 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 안전관련 서류를 조작한 원청 관계자들도 불구속 입건됐다.
포스코건설 안전관리팀 최모(36) 과장은 하청 현장소장이 평소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안전보건협의체'에 불참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관련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리업체 직원 이모(48)씨 역시 LP가스 작업시 화재·폭발위험에 대한 안전교육과 작업안전 적합성검사를 하지 않았던 사실을 숨기려고 원청 안전관리팀 직원에게 'TBM(Tool Box Meeting) 일지'(안전교육일지)와 '작업안전 적합성검사 체크리스트'를 조작하거나 가짜 서명을 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청업체인 매일 ENC가 공사를 할 자격이 없음에도 공사를 발주한 정황도 확인됐다. 매일 ENC는 공사 수급 당시 미장·방수공사업, 보링·그라우팅공사업, 포장공사업 등록이 정지 또는 말소돼 수급 자격이 없었지만 하청을 준 혐의(건설산업기본법위반)로 포스코건설 공무과장 도모(38)씨가 불구속 입건됐다.
매일 ENC 역시 자격이 없는 S업체에 재하청을 준 정황도 확인됐다. 원청과 감리업체는 이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일 ENC는 또 공사가 한창이던 3∼4월 현장에 법적 자격이 없는 현장 대리인을 선임해 배치했고 4월 8일 이후에는 자격이 있는 현장소장을 선임했지만, 현장에 나가지 않는 등 현장 관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스폭발은 방치된 가스 절단기에서 새 나온 가스가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씨는 사고 전날인 지난 5월 31일, 지하 약 12m 아래 공사현장에서 산소절단기로 용단작업을 했다.
이후 지하 작업장에는 가스절단기와 호스를, 지상에는 LP가스통을 방치하고 퇴근, 사고 직전까지 약 12kg의 가스가 가스통에서 새어나와 현장 지하 바닥에 깔렸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사고 당일인 6월 1일 하씨는 "절단기의 LP 가스 밸브를 열어 라이터로 점화 후 혼합가스 밸브를 열고 용단 작업을 하려고 자세를 잡으려는 순간 폭발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결과 사고 당시 LP 가스밸브 외에 산소밸브도 열려 있었다. 산소 밸브는 용단 작업을 한창 진행할 때 여는 것으로, 작업하려고 점화하는 순간 폭발했다는 하씨의 진술과 모순된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해 봤을 때, 사고 당시 하씨는 지하 바닥 약 2m 위에서 용단 작업을 하고 있었고, 작업 중 튄 불꽃이 가스가 깔렸던 바닥에 떨어지며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하씨는 사고 전날 가스 밸브 잠김 상태를 점검하고 퇴근했다고 진술했지만 거짓말 탐지기 조사는 거부했다.
또 현장 차장 박모(41)씨가 하씨가 사용한 가스용기 밸브 잠김상태를 확인했다고 진술했지만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 거짓반응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조사결과 가스밸브 연결부나 호스의 결함으로 가스가 누출됐을 가능성은 없었다"면서 "폭발 시뮬레이션 결과 숨지거나 다친 근로자들은 폭발로 콘크리트와 벽제 구조물이 몸으로 튀며 그 충격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일 오전 7시 27분께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주곡2교 진접선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폭발·붕괴사고가 나 4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jhch793@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