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이과인은 어떻게 9000만유로의 사나이가 됐나

이적료는 복잡한 셈법의 결과다.

예를 들어보자. A구단이 B선수를 영입했다. 이적료는 2000만유로다. 그렇다면 B선수의 가치가 정확히 2000만유로일까. 아니다. 여기에는 B선수의 현재 가치를 넘는 미래 가치가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고, 경쟁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숨어 있을수도 있다. 혹은 전소속팀과 계약 기간 만료가 가까워지며 원래 가치보다 낮게 이적료가 책정됐을수도 있다. 이처럼 이적료는 상황에 따라 변하는 생물과도 같다.

27일(한국시각) 올 여름이적시장을 흔든 엄청난 계약이 성사됐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출신 포워드 곤살로 이과인이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기간 5년에, 이적료는 자그만치 9000만유로(약 1125억원)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억100만유로), 가레스 베일(9400만유로·이상 레알 마드리드)에 이은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유벤투스는 4500만유로(약 563억원)씩 나눠 나폴리에 2년에 걸쳐 지급하기로 했다.

이과인은 올 여름이적시장 최대어였다. 지난 시즌 나폴리에서 36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다. 66년만에 세리에A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경신하며 득점사를 새로썼다. 유독 골잡이 기근이 심한 요즘, 이과인의 행보는 단연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이과인이 9000만유로의 사나이가 된 첫번째 이유가 있다.

공급은 없는데 수요는 많았던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빅클럽들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아스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첼시, 파리생제르맹, 맨유, 바이에른 뮌헨 등 한 손으로 꼽기도 힘들 정도였다. 여기에 최근 머니싸움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중국 슈퍼리그팀들까지 가세했다. 보도에 따르면 허베이 종지는 이과인에게 연봉 5000만유로(약 632억원), 주급 95만유로(약 12억원)라는 비현실적인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과인 영입전의 선두주자는 아스널이었다. 올리비에 지루에 5000만유로를 제시했다. 나폴리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유벤투스는 다급할 수 밖에 없었다. 알바로 모라타는 레알 마드리드로 돌아갔다. 세리에A에서 검증된 이과인은 놓칠 수 없는 카드였다. 결국 경쟁자를 제압하기 위한 한방이 필요했다. 유벤투스는 이과인의 바이아웃 금액인 9470만유로(약 1180억원)에 근접하는 9000만유로라는 엄청난 베팅으로 대어를 손에 넣었다.

그렇다면 투자에 깐깐한 유벤투스가 어떻게 9000만유로를 베팅할 수 있었을까. 예상대로 답은 폴 포그바다. 포그바는 현재 맨유행이 임박했다. 이적료는 무려 1억2000만유로(약 1497억원)이 예상된다. 역대 최고액이다. 현재 에이전트 수수료 부분 때문에 협상이 지연되고 있지만, 조제 무리뉴 맨유 신임 감독이 포그바를 강력히 원하고 있는만큼(맨유도 돈이 충분히 있는만큼) 조만간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유벤투스는 이미 미랄렘 피야니치, 마리오 레미나 등 대체자까지 확보한 상태다. 유벤투스는 포그바로 벌어들일 수익을 계산해 이과인이라는 대어를 얻었다. 만약 포그바 예상 수익이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이과인도 9000만유로의 사나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