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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인터뷰]김문호 '롯데 2번 타자라는 게 자랑스럽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 17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김문호(29)는 올해 연봉이 7000만원이다. 이번 시즌 롯데 1군 선수 27명의 평균 연봉이 2억3585만원인데, 3분의 1이 안된다. 덕수고 동기생인 두산 베어스 민병헌(3억5000만원), 넥센 히어로즈 김세현(1억6000만원)과도 차이가 크다. 지난 10년간 제자리를 맴돈 셈이다.

시즌을 시작할 때 주전 보장은 고사하고, 개막전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주위에선 "잠재력을 터트릴 것이다"고 기대를 하고, 격려를 했지만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랬던 김문호가 당당하게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26일 현재 85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4푼7리(346타수 120안타), 6홈런, 50타점, 55득점, 9도루. 지난해 88안타가 한시즌 개인 최다였는데, 두 자릿수 안타를 넘어선 지 오래다. 2루타(22개)와 홈런, 타점, 득점, 도루, 모두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전반기 중반까지 '꿈의 타율 4할'을 유지했다. 비현실적인 4할 타율이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4할 타율을 통해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4월에 4할3푼을 찍은 후 서서히 타율이 빠졌다. 5월 3할8푼6리, 6월 2할6푼7리. 타격감이 떨어져 선발 출전 명단에서 빠진적도 있지만, 11년차 프로 김문호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7월 들어 2할9푼6리.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이다. 김문호를 지난 주 부산 사직구장 홈팀 임원실에서 만났다.

-전반기에 놀라운 타격을 보여줬다. 자신에게 몇점을 준다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지금까지 내 점수는 40점 정도다. 전반기 중반까지는 90점을 줄 수 있었는데, 전반기 중반 이후 많이 떨어졌다. 아쉬움이 많다. 남은 경기에서 잘 해 70점까지 끌어올리고 싶다.

-초반에 무섭게 내달리다가 주춤했다. 어느 시점부터 어려움이 시작된 건가.

▶40~50경기 정도, 팀별로 한번씩 돌고나니 상대팀의 본격적인 견제가 시작됐다. 상대팀에서 내 약점을 파고들었다. 특히 몸쪽 승부가 집중돼 힘들었다. 장종훈 타격 코치님은 기술적인면 보다 심리적인면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것저것 신경쓰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더 안되니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고 조언을 해 주신다. 타석에서 욕심을 안부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팀과 팬이 바라는 기대치가 커졌다.

▶중심타자와 연결하는 2번 타자가 내 역할이다. 타격도 잘 해야하지만, 출루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타격이 안 좋을 때 (강)민호형, (황)재균이가 "지금까지 충분히 팀에 큰 기여를 했으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얘기를 해줬다. 이런 말이 힘이 됐다.

-풀타임 첫해다보니 체력적인 어려움이 걱정된다.

▶풀타임 출전을 목표로 삼고 시즌을 준비했지만, 정말 풀타임으로 뛸 지 몰랐다. 주전 자리가 보장된 것도 아니고, 당연히 타순을 생각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꼭 풀타임으로 뛰고 싶었다. 풀타임으로 출전한다는 건 그만큼 성과를 냈다는 걸 뜻한다. 체력훈련을 충실히 해 체력적인 어려움은 없다. 앞으로도 걱정하지 않는다. 보양식도 챙겨먹고 있다.

-기대가 컸지만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했다.

▶덕수고 시절에 잘 한다는 애기를 들었으나 한번도 내가 뛰어난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시즌 40~50개 도루가 가능한 빠른 발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외야 수비 범위가 굉장히 넓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어깨가 특별히 강한 것도 아니다. 겸손한 게 아니라 장점이라고는 공을 배트에 맞히는 재질을 조금 갖고 있는 정도다. 부족한 게 너무 많다. 앞으로 많은 걸 배워야 한다.

-아쉬웠던 순간이 많았을 것 같다.

▶2013년 시즌에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살리지 못했다. 그해 꾸준히 출전하다가 6월에 왼쪽 발목 인대가 파열돼 전력에서 제외됐다. TV로 우리팀 경기를 지켜보면서 다짐했다. 다음에 기회가 오면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김민호는 2013년 40경기에 출전해 2할6푼4리, 10타점, 19득점, 8도루를 기록했다)

-3할대 중반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마음속에 담고 있는 목표가 있을 것 같다.

▶지금같은 페이스라면 3할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김문호는 7월 초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하지만 3할 타율은 꼭 해보고 싶다. 테이블 세터인 2번 타자로서 출루율 4할을 해줘야 한다. 이전에 비해 알아봐주시고 사인요청을 하는 팬이 많은데, 기분이 좋다. 요청이 있을 때 최대한 해드려야할 것 같다.(웃음)

-롯데는 당신에게 어떤 팀인가.

▶처음 부산에 왔을 땐 낯설었는데, 지금은 고향같다. 롯데에 입단한 후 한 번도 떠난 다는 생각을 못 해봤다. 롯데는 지금까지 나를 기다려 준 고마운 팀이다. 롯데의 2번 타자라는 게 자랑스럽다.

부산=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