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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토크③] 마동석 '10년전 하정우와 美진출 좌절, 칸으로 달랬다'

[스포츠조선 배선영·조지영 기자] "도대체 저 터프가이는 누구야?" 지난 5월 프랑스 칸을 방문한 씨네필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질문이었다. 동양의 작은 열차에 들이닥친 좀비 떼들, 이를 막기 위해 나선 무적의 터프가이에 다들 놀란 눈치다. 매 작품 일당백 소화한 배우 마동석(45). 우리에겐 익숙한 '미친 존재감'이지만 그들에겐 꽤 신선하게 다가온 '동양의 터프가이'였다.

내달 20일 개봉하는 초대형 재난 블록버스터 '부산행'(연상호 감독, 영화사 레드피터 제작). 전대미문의 재난이 대한민국을 뒤덮은 가운데,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치열한 사투를 그린 작품으로 제69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돼 관심을 끌었다.

올해 칸영화제는 '부산행'을 비롯해 '곡성'(나홍진 감독) '아가씨'(박찬욱 감독) '1킬로그램'(박영주 감독) '히치하이커'(윤재호 감독) 등 총 다섯 편의 한국영화를 소개했는데, 특히 '부산행'은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레모로부터 '역대 칸영화제 최고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다'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부산행'을 향한 호평은 한국형 좀비물에 대한 신선함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해외 관객을 사로잡은 대목은 맨손으로 좀비를 무찌르는 마동석이었다. 마동석은 '부산행'에서 아내 성경(정유미)의 말에 껌뻑 죽는 로맨티스트이자 아내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남편 상화로 등장, 타이틀롤인 공유를 뛰어넘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칸에서 영화를 본 관객은 마동석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박장대소는 물론, 박수까지 치며 폭발적인 호응을 보였다는 후문. 영화가 끝나자 '동양의 터프가이'가 누구냐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마동석은 OCN 새 금토드라마 '38사기동대'(한정훈 극본, 한동화 연출) 촬영으로 칸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대신 공유, 정유미, 김수안을 통해 칸영화제의 후기를 들었다고. 마치 칸영화제에 있는 것처럼 실시간으로 반응을 전달받으며 아쉬움을 달랬다는 마동석이다.

"칸영화제에 참석하려고 했는데 하필 그때 '38사기동대'에서 정말 중요한 장면을 촬영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어요. 상암동 일대를 전면 통제해서 찍는 카체이싱 장면을 찍어야 했죠. 그래도 공유, 정유미에게 실시간으로 문자를 받았어요. 다들 '마동석 형이 왔어야 했다' '마동석 오빠 반응이 제일 뜨겁다'라면서 연락해주더라고요. 너무 고마웠어요. 영화배우라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세계적인 영화제인데 사정상 갈 수 없어 아쉬웠는데 그 아쉬움이 많이 달래졌죠(웃음). 칸영화제는 앞으로 또 기회가 생기겠죠? 그때까지 또 열심히 달리면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될 날이 오겠죠. 하하."

'부산행'을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칸영화제 진출은 상상도 못 했다는 마동석. 워낙 고된 촬영의 연속이었던 '부산행'이었고 그저 무사히 끝나 개봉하기만을 바랐다는 것. 그런데 국내에 개봉하기도 전 전 세계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관심을 받아 얼떨떨하다는 마동석은 자신에 대한 칭찬에 쑥스러운 듯 머리만 긁적였다.

"'부산행'은 시나리오 받았을 때 딱 '스타워즈' 시리즈가 생각났어요. 특히 제가 맡은 상화는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 옆 한 솔로(해리슨 포드) 같았거든요. 하하. 유머러스하면서 파워풀한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상화가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해외 관객도 이런 유머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도 미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한국이나 미국이나 공통적으로 느끼는 정서들이 있거든요. 임신한 아내에 대한 사랑과 이런 아내를 목숨 걸고 지키는 것들. '부산행'은 그런 지점을 정확히 저격한 것 같아요. 좁은 열차에서 좀비들과 액션 연기를 펼치면서 여기저기 부딪혀 많이 다쳤는데 완성된 작품을 보면 뿌듯할 것 같아요. '부산행' 또한 저의 또 다른 인생작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칸영화제 이후 해외 관객에게 제대로 얼굴도장을 찍은 마동석. 완벽한 영어 구사는 물론 탄탄한 연기력까지 받쳐주니 해외 진출도 문제없다. 실제로 마동석은 오래전부터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해왔던 상황, 여기에 칸영화제의 후광까지 받쳐주니 그야말로 할리우드행 KTX를 탄 셈이다. 국보급 '신스틸러'인 마동석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통해 만나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마동석을 찾는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이번 기회를 통해 할리우드 쪽에도 얼굴을 알린 것 같아요. 그런데 꽤 오래전부터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계획은 있었어요. 칸영화제가 있기 전 할리우드가 먼저였죠. 아니다! 그 전에 하정우가 있었네요. 하하. 많은 분이 하정우와 저의 인연이 9년 전인 MBC 드라마 '히트'(07)로 시작된 줄 아시는데 사실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에요. 하정우도 저도 둘 다 신인일 때 할리우드 영화 오디션을 본 적이 있거든요. 당시 그 영화엔 2명의 한국인 캐릭터가 있었거든요. 한 명은 검사, 한 명은 갱스터였는데 하정우는 검사 역으로, 저는 갱스터 역으로 오디션을 봤어요. 오디션 장소에서 하정우를 보고 서로 응원하며 친해졌고 끝나고 함께 밥 먹으면서 서로 '네가 하정우?' '네가 마동석?'이라며 마음을 나눴죠. 오디션 결과도 좋았어요. 그런데 그 영화가 결국 무산됐죠(웃음). 그 뒤로 서로 잊고 살았는데 우연히 '히트' 촬영장에서 다시 만났죠. 따지고 보면 칸영화제 진출보다 하정우와 할리우드 진출이 먼저가 될 뻔했죠. 그게 벌써 10년 전 이야기네요. 그때 못간 할리우드 칸영화제로 위로 삼아야죠. 하하."

sypova@sportschosun.com·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영화 '부산행'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