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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랭커 올림픽 출전 고사에 웃는 선수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정상급 선수가 늘어나면서 골프계는 울상이다. 112년 만에 어렵사리 올림픽 정식 종목에 복귀했지만, 톱랭커의 불참으로 2024년 올림픽 때 정식 종목에서 퇴출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고수들끼리 올림픽 무대에서 겨루는 모습을 기대했던 골프팬들도 실망이 크다.
하지만 정상급 선수들의 잇따른 올림픽 출전 포기 소식에 남몰래 미소를 짓는 이들이 있다.
상위 랭커에 밀려 올림픽 출전의 꿈을 접을 뻔했다가 이들의 출전 포기로 기회를 잡은 선수들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야코 반 질(37)은 올해 초에는 올림픽 출전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처지였다. 세계랭킹 62위에 올라 있는 질은 만만치 않은 실력자지만 남아공에는 그보다 뛰어난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랭킹 12위 브랜던 그레이스, 14위 루이스 우스트히즌, 24위 샬 슈워츨은 질이 뛰어넘기 어려운 벽이다.
하지만 그레이스, 우스트히즌, 슈워츨은 모두 올림픽 출전을 고사했다. 개인 일정과 가족, 그리고 지카 바이러스 등을 이유로 댔다.
기대하지 않았던 올림픽 티켓을 받아쥔 질은 아프리카뉴스통신과 인터뷰에서 "나라를 대표해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니 믿기지 않을 만큼 기쁘다"면서 "메달을 딴다면 더 멋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명이라면 몰라도 앞 순위 선수 모두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다니…"라며 "난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기뻐했다.
질과 함께 남아공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브랜던 스톤(23)도 뜻밖의 행운을 반겼다.
그는 최근 트위터에 "내 인생에 최고의 기회!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썼다. 세계랭킹 100위의 스톤 역시 세계랭킹에서 까마득하게 앞선 세 선수의 존재 때문에 올림픽 출전은 엄두도 내지 못하던 형편이었다. 스톤은 세계랭킹 116위 조지 괴체의 추격을 뿌리쳐야 한다는 마지막 과제가 남아 있다.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 6위 애덤 스콧과 39위 마크 레시먼 등 상위랭컹 3명이 올림픽 출전을 않겠다고 선언한 호주에서도 스콧 헨드(42)가 행운을 잡았다.
세계랭킹 75위의 헨드는 "나는 호주 최고 선수는 아니지만 운 좋게 올림픽 출전권을 땄다"면서 "올림픽에서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헨드와 마찬가지로 행운의 올림픽 출전 기회를 얻은 세계랭킹 81위 마커스 프레이저(37)도 설레기만 마찬가지다.
그는 호주 언론과 인터뷰에서 "올림픽에 가게 된다면 나중에 손자들한테 자랑할 거리가 되는 것 아니냐"면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프레이저는 세계랭킹 85위의 매트 존스(36)의 막판 추격을 따돌려야 리우데자네이루에 갈 수 있다.
메이저대회를 세 차례나 우승했지만 쇠락의 길을 걸은 끝에 세계랭킹 159위에 머문 파드리그 해링턴(44)도 운 좋게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게 됐다.
아일랜드 대표 선수로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던 세계랭킹 4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넘버원인 세계랭킹 25위 셰인 라우리(아일랜드)가 차례로 리우데자네이루행을 포기하면서 해링턴까지 기회가 돌아왔다.
게다가 매킬로이처럼 영국 국적이지만 아일랜드 대표 선수로 나가겠다던 세계랭킹 75위 그레임 맥도월(북아일랜드)마저 올림픽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해링턴의 리우행은 기정사실이 됐다.
해링턴은 아이리시 타임스에 "나이로 볼 때 이번이 아니면 올림픽에 언제 나갈 수 있겠냐"면서 " 출전이 아니겠냐"면서 "이는 대단한 영광"이라고 말했다.



세계랭킹 283위로 무명이나 다름없는 시머스 파워(29)도 거물 선수들의 출전 고사로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골프 강국 아일랜드 대표로 출전하는 기회를 맞았다.
이들 '대타' 선수들은 한결같이 출전을 포기한 상위 랭커에 대해 "출전 포기를 이해한다"고 너그러운 코멘트를 남겼다.
khoo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