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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감독 '악몽'의 데뷔전, 선수들이 자멸했다

"선수들이 얼마나 열심히 뛰겠나, 엎친데 덮친격, 이중고다. 우리가 '기쁨조'다."

서울전을 앞둔 김학범 성남 감독의 걱정이었다. 그럴 만했다. 성남은 최근 5경기에서 2무3패로 부진했다.

지휘봉을 잡은 지 이틀 만에 무대에 오른 신임 황선홍 FC서울 감독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많이 어색하다. 내가 빨리 적응해야 할 것 같다." 웃었다. 그리고 "부담이 안된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이런 상황을 기쁘게 받아들여야 한다.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된다"며 "큰 변화는 어려울 것 같다. 점진적인 변화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선수들이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서울의 타이틀에 걸맞게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축구"라고 밝혔다.

'우리'를 강조했다. 하지만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추억'을 꿈꾼 황 감독의 데뷔전은 악몽이었다.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자멸'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 수비는 포항전에 이어 다시 한번 넋나간 플레이로 중심을 잡지 못했다. 설상가상 후반 29분에는 아드리아노가 상대 수비수를 팔꿈치로 가격, 퇴장을 당했다. 수적 열세의 서울, 반전도 없었다. 서울은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성남FC와의 홈경기에서 1대3으로 역전패했다.

출발은 좋았다. 전반 13분 고광민의 크로스를 아드리아노가 헤딩으로 연결, 선제골을 터트렸다. 아드리아노는 황 감독에게 달려가 포옹하며 서울 입성의 환희를 함께 나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수비라인의 '헛발질'이 시작됐다. 전반 19분 피투의 스루패스 한 방에 수비라인이 뚫렸다. 골키퍼 유상훈의 판단 착오가 뒤를 이었다. 굳이 도전적으로 전진할 필요가 없었지만 골문을 비우고 나왔다. 티아고는 유상훈을 따돌린 후 왼발로 동점골을 터트렸다.

전반 33분 성남의 결승골은 더 어이없었다. 수비수가 볼을 돌리다 어이없는 패스 미스로 골을 헌납했다. 정인환이 김원식에게 패스한 볼은 티아고의 발밑에 갖다 줬다. 서울은 최후방은 성남의 최전방이다. 티아고가 황의조에게 연결,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8분 유상훈의 자책골도 아쉬웠다. 피투의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나왔다. 하지만 볼은 점프했다 착지하던 유상훈을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끝이 아니었다. '서울 극장'을 노렸지만 아드리아노가 레드카드를 받으며 황 감독 데뷔전 승리는 허공으로 날아갔다.

황 감독이 손을 쓸 수 없는 졸전이었다. 반박자 빠른 변화는 눈에 띄었다. 그는 후반 시작과 함께 심상민 대신 윤주태를 투입했다. 세 번째 골을 허용한 후에는 김원식을 빼고 윤일록을 수혈하며 스리백을 버리고 포백으로 변신했다. 후반 33분 박주영까지 투입했다. 그러나 감독 교체기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어쩔 수 없었다.

성남은 꾀가 넘쳤다. '기쁨조'가 아니었다. 김 감독은 2-1로 리드하자 후반 시작과 함께 임채민을 투입하며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전환했다. 서울의 파상공세는 성남의 벽을 뚫기 역부족이었고, 아드리아노와의 신경전에서도 완승했다.

2연패의 늪에 빠진 서울은 2위(승점 30·9승3무5패)를 유지했다. 그러나 선두 전북 현대(승점 35·9승8무)와의 승점 차는 5점으로 벌어졌다. 성남은 승점 26점(7승5무5패)으로 반등을 시작했다.

황 감독은 참담했다. 하지만 되돌릴 순 없다. 그는 "홈 경기를 잘 치르고 싶었는데 팬들에게 죄송하다. 우리 실수가 많았고, 좋은 흐름을 실수로 상대에게 넘겨줬다. 진작 알고 있었지만 역시 녹록지 않다. 그러나 실망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생각했던 플레이와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그건 우리가 소통을 통해서 고쳐 나가면 된다. 그 시간을 짧게 가져가는게 관건이다. 안 좋은 것은 잊어버려야 한다"며 내일을 기약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