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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호 살인피의자 압송 불투명…수사 차질 우려

원양어선 '광현 803호(138t)' 선상살인 피의자의 국내 압송 일정이 불투명해지면서 해경의 수사 차질이 우려된다.
현재 세이셸 군도에 있는 선상살인 피의자의 국내 압송 일정은 애초 25일에서 27일로 한 차례 연기된 데다 이 역시도 불확실하다.

광현호 사건을 수사하는 부산해양경비안전서는 외교통상부를 통해 현재 피의자 압송 경유지인 아부다비 당국과 입국 협의를 며칠째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슬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당국은 살인 등 중대 범죄 피의자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해경 수사팀의 25일 피의자 압송 추진 당시 이들의 입국에 난색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이 피의자 압송 시 아부다비를 경유지로 삼은 것은 세이셸에서 국내로 연결되는 직항 항공편이 없는 상황에서 아부다비를 경유하는 것이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27일 오후 세이셸공항을 출발해 아부다비를 경유하고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압송 일정을 추진하는 해경은 아부다비 외에 두바이 등 다른 경유지도 검토하고 있으나 피의자 입국 허가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상급기관인 국민안전처는 한때 해경 항공기 '챌린저호'를 세이셸에 급파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1번 주유 시 3천500마일밖에 가지 못해 중간 급유를 해야 하고 장거리 비행에 따른 사고를 우려해 포기한 바 있다.
2011년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하고 석해균 선장 등을 중상에 빠트린 소말리아 해적을 압송할 때는 오만 정부가 해적 입국에 난색을 나타내자 아랍에미리트 왕실 전용기를 빌려 국내로 데려왔다.

살인혐의를 받는 베트남 선원 2명의 국내 압송이 늦어지면서 해경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해경은 세이셸 현지로 수사팀을 보내기 전 부산지법으로부터 피의자에 대한 구인영장만을 발부받았다. 일단 피의자 신병을 확보한 뒤 국내로 데려와 본격적인 수사를 하려고 압송 날짜를 앞당겼다.
하지만 해경은 경유지의 피의자 입국 거부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난 셈이다.
해경은 사실상 신병확보만 가능한 구인영장의 한계 때문에 세이셸 현지에서 3일째 피의자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해경은 현지에서 진행하는 피의자 조사는 불법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법정에서의 증거 능력도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피의자들은 세이셸 빅토리아 항에 정박 중인 광현호에서 현지 경찰에 의해 구금·격리되어 있다.
해경 관계자는 "피의자를 빨리 국내로 데려오는 것이 급선무여서 압송 일정을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참고인 조사는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경은 세이셸 현지에서 사흘째 한국인 항해사 이모(50)씨와 베트남·인도네시아 선원 13명을 참고인 조사했다. 26일 부산 영도구 사무실에서 광현호 선사 대표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병행했다.

세이셸 현지에 간 유족들은 이날 오후 선사 관계자와 항공기를 타고 27일 국내로 돌아온다.
베트남 선원 2명에게 흉기로 살해된 선장 양모(43)씨와 기관장 강모(42)씨 시신은 세이셸 국립병원에 안치됐으며 의사 검안 등 관련 절차를 마친 뒤 국내로 운구할 예정이다.
앞서 광현호는 인도양 공해에서 베트남 선원 2명이 선장과 기관장을 흉기로 살해한 지 4일 만인 24일 새벽 세이셸 빅토리아 항에 도착했다.
해경 수사팀은 입항 전부터 배에 올라 피의자 신병을 확보·격리하고, 선원 안전 확인·증거물 확보·현장 감식·시신 검안 등을 해왔다.
wink@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