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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의 비극…87세 日남편 '간병 힘겹다' 치매 아내 살해

일본에서 남편이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기 힘들다며 살해하는 등 병약자를 간호하기가 힘들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25일 오전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사카도(坂戶)시에 사는 가와시마 다로(川島太郞·87) 씨의 집에서 그의 부인인 유키(85) 씨가 쓰러져 있는 것이 출동한 경찰에 발견됐다.
유키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사망이 확인됐다.
이에 앞서 가와시마 씨의 집에서 "아내를 목 졸라서 살해했다. 돌보는 일에 지쳤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에 따르면 가와시마 씨는 치매에 걸려 거동이 불편한 유키 씨를 약 10년간 돌봐왔다.
경찰은 가와시마 씨를 살인 혐의로 체포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작년 11월에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81)를 아버지(74)와 힘을 합해 돌보던 딸(47)이 아버지가 몸 상태가 나빠져 일을 그만두자 함께 목숨을 끊으려 한 사건도 있었다.
딸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10년 동안 병간호했고 아버지는 신문 배달을 하며 생계를 보조했다.
아버지는 사건 발생 약 열흘 전에 손이 저린 증세가 심해져 일을 그만뒀고 수입이 끊인 상황에서 생계를 걱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딸은 '같이 죽자. 엄마만 남겨두면 불쌍하니 같이 죽자'는 아버지의 제안에 따라 부모를 차에 태우고 강으로 돌진했다.
이 사건으로 부모는 숨졌으나 딸은 저체온 상태로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딸은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와 아버지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을 잘 아는 이웃 남성은 딸이 주변에서 알아주는 효녀였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별 사례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늙고 병든 가족을 돌보던 배우자나 자식이 병간호에 지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일본에서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개호(介護, 환자나 노약자 등을 곁에서 돌보는 것) 피로'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것이다.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개호 피로가 원인이 된 살인 또는 살인 미수사건은 집계를 시작한 해인 2007년에 30건 발생했으며 점차 증가해 2010년에 57건에 달했다. 최근에도 연간 40∼50건씩 이어지고 있다.
이 신문은 개호 생활이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결승점이 없는 마라톤', '살아 있는 지옥'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며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주변 사람들이나 행정기관과 상담해야 한다는 제언을 실었다.
일본에서는 늙거나 병든 가족을 돌보려고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개호 이직'이라고 하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개호 이직을 없애는 것을 중요 목표로 삼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개호를 담당할 인력은 부족하고 수요자는 늘어가는 것이 사회 전체에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개호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처우를 개선하거나 이 분야에서 일할 외국인 노동자를 수용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손 부족을 줄이기 위해 개호에 필요한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도 있으며 마을 주민이 치매에 걸린 노인 등을 함께 돌보는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sewonle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