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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토크①] 강호동 '옛날 사람? 받아들이니 마음 편해'

*바쁜 별들을 위해 스포츠조선 기자들이 두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밀려드는 촬영 스케줄, 쏟아지는 행사로 눈코 뜰 새 없는 스타를 위해 캠핑카를 몰고 직접 현장을 습격, 잠시나마 숨 돌릴 수 있는 안식처를 선사했습니다. 이번 주 출장토크의 주인공은 모래판 대신 방송가를 주름잡고 있는 '예능 천하장사' 강호동입니다.

[스포츠조선 최보란·이승미 기자] "이거 나PD가 탔던 그거 아입니꺼~"

요즘 전성기 시절 감각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강호동. 침체기를 딛고 일어나 다시금 '시베리아 야생 수컷 호랑이'의 기운을 내뿜고 있는 그를 만나기 위해 스포츠조선이 JTBC '아는 형님' 촬영장을 습격했다. 촬영장 많은 이들 속에서 혼자만 검은색 옛날 교복 자락을 흩날리는 강호동을 멀리서도 단 번에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출장토크 초대장을 그에게 안기기도 전에, 강호동이 주차돼 있는 캠핑카를 먼저 알아봐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기자들은 앞서 4월 tvN '신서유기2'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나영석PD를 캠핑카로 납치해 출장토크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강호동도 이를 기억하고 있던 것.

"나영석PD가 이거(캠핑카) 타고 인터뷰한거 봤습니다. 그날 제작발표회 끝나고 바로 잡혀갔나 보더라고요? 그때 했던 인터뷰에서 저를 칭찬 많이 해서 기억하고 있죠. 크흐흐흐. 안 그래도 고마운 분인데 그렇게 공개적으로 칭찬해주셔서 고맙더라고요."(궁금하신 분은 출장토크 나영석PD 편을 참고해 주세요~)

역시 칭찬은 '호동이'도 춤추게 하는 것. 덕분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초대장을 건넬 수 있었다. '톰과 제리' 케미로 물이 오른 예능감을 보여주고 있는 민경훈도 이날 함께 했다. 인터뷰에서도 방송 그대로 호흡을 보여주며 내내 웃음을 선사했다. 두 사람의 케미를 보니 '아는 형님'의 인기가 쭉~ 계속 될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아는 형님' 민경훈 인터뷰도 기대해 주시길.)

6월 초순인데도 이날은 한 여름처럼 햇빛이 따가웠다. 두꺼운 옛날 교복을 입을 강호동이 걱정되기도 했는데, 현장에서 묘하게 바뀐 듯한 그의 교복이 눈길을 끌었다. 속이 훤히 비치는 시원한 시스루로 교복으로 기자들을 맞은 것. 방송에서 "너무 덥다. 여름용으로 바꿔달라"던 강호동의 요청이 확실히 접수된 모양. 그는 "하복으로 만들어 주니까 좋다"고 환하게 웃으며 새 교복 맵시를 뽐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대목에서 출연진의 '아는 형님' 제작진의 노력이 엿보인다. 이렇게 서로 배려하는 팀 워크가 바로 인기 상승세로 이어진 게 아닐까. 더욱이 예능 프로그램이 초반 부진을 딛고 일어서기가 쉽지 않은데, '아는 형님'은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스스로도 '아는 형님'이 정상 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지 물으니 강호동은 "실감이라기 보단, 다른 동료들이 '재밌다' 칭찬 해주면 '관심을 받고 있구나' 하고 간접적으로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이 호동이에게 쏠리는 관심이 아니라, 우리 팀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한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팀워크'를 강조했다.

"일단 '아는 형님'을 사랑해 주시고 좋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프로그램이 초반에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그건 뭐 어느 프로그램이나 다 그렇다고 봅니다. '아는 형님'은 멤버들의 색깔이 개성이 강하고 재능이 다 뛰어나요. 근데 개별 기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서로 어우러지지 않으면 매력을 발휘하기가 어렵죠. '아는 형님'은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팀 워크가 더 단단해지고 색이 더 뚜렷해진거 같아요. 원래 잠재 돼 있는 능력이 많았는데 어려움을 같이 겪으며 관계가 더 단단해졌어요. 상대방 할 때 잠시 뒤로 빼주고, 이런 호흡들이 훨씬 자연스러워졌죠. 그래서 서로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고,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다시 한 번 교복 얘기로 돌아와, 강호동은 '아는 형님'에서 혼자만 옛날 교복을 입고 있다. 교복을 받았을 때 기분을 물으니 일단 먼 곳을 한 번 응시하고, 숨을 한 번 크게 들이 쉰다. 그리곤 동생들한테 '옛날 사람'으로 놀림 받았던 설움부터 죽 늘어놨다.

"이야... 이게 촬영하다보면 동생들이 공격이 막 들어옵니다. 제가 뭔 말만하면 희철이가 '옛날 사람'이라고 하지. 민경훈은 갑자기 '날아차기' 하지... 정신을 못 차리겠고, 이게 맞는건지도 모르겠고요. '옛날 사람'이라 그러면 저도 사람인지라 기죽을 때도 있습니다. 아무리 예능인이라도 어쩔 땐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있고, 필살기가 안 통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 '옛날 사람'이라고 놀리면 사람이 더 풀이 죽어요."

하지만 강호동이 옛날 교복을 입으면서 '아는 형님'이 살아나고 있다. 강호동이 옛날 사람이라며 놀림 당하고, 후배들이 하극상을 일으킬수록 웃음은 커진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강호동은 흐름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고, 이는 그에게 새로운 캐릭터를 안겨줬다. 받아들이니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됐다.

"축구팀에 비유했을 때, 다 골잡이만 있는게 아니잖아요. 골 넣는 선수도 있지만 어시스트도 있고, 수비수도 있어야죠. 그런 여러 역할들이 잘 버무러져야 훌륭한 팀이 되는거잖아요. 어디에서 어떤 사람과 하느냐에 따라 역할이 바뀌는거고요. 이런 '옛날 사람' 캐릭터도 결국은 동료들이 만들어 준 것이죠. 동료들이 몰아 붙이고 공격하고 놀리면, 또 거기에 맞춰 제 역할과 의무가 있는게 아니겠어요?"

그러면서 강호동은 "그것 또한 제 이야기의 일부라는 것을 깨달았죠. 편안하게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어요. 동시에 호동이가 요즘 스타일이 없는게 아니거든요. 차근차근 공부해서, 좀 세련되고 그런 보습 보여주기 위해 노력중이거든요. 딱 기다리세요!"라며 크게 웃었다.

요즘 방송에서 어린 후배들에게 쉼없이 당하는 강호동이지만, 사실 그를 잡는 사람은 따로 있다. 김희철도, 민경훈도. 이승기도, 안재현도 아닌 아내다.

앞서 '신서유기2'에서 삼장 타이틀을 두고 아내에게 문자를 보내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받아야하는 게임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수근과 안재현이 쉽게 성공한 반면, 강호동은 "효진씨 솨랑합니데이~♡♡"라는 문자를 적어 놓고도 보내지 못해 진땀을 흘렸다. 결국 나영석 PD가 대신 전송을 눌렀다. "내가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어쩔 줄 몰라하는 강호동의 모습은 신선했다.

"그거는(애정표현 잘 못하는 것은) 확실히 내가 옛날 사람 같아요. 방송에서 하려니 막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뛰고 쑥스러워 죽겠더라고요. 근데 제가 그렇다고 애정 표현을 전혀 안하는 건 아닌데. 가족들끼리 있을땐 뭐냐...그 원만한... 그런 사람인데.(웃음) 공개된 자리에서는 쑥쓰럽더라고요."

그러면서 강호동은 민경훈을 향해 "이러면 옛날 사람이가? 아니지? 너도 (애정 표현) 잘 안 되지?"라고 동의를 구했다. 민경훈은 "그것보다는 형이 자꾸 영상편지 하라고 하는게 더 옛날 사람 같다"라고 돌직구를 던져 반전을 선사했다. 역시 강호동 잡는 막내다.

마침 강호동이 '아는 형님'에서 아내를 향해 즉석에서 보낸 영상 편지가 떠올랐다. 민경훈의 '날아차기'에 상심한 강호동은 트와이스의 깜찍한 애교에도 쉽게 분노를 풀지 못했다. 이에 이수근은 "형수님이 보고 계셔서 그런거 아니냐"라고 정곡을 찔러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강호동은 부끄러움에 괜히 카메라를 향해 "내가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데 뭐하고 있느냐. 당장 주방가서 설거지하라"고 버럭했다. 그리고 나선 "좀 심했나?"라며 카메라를 향해 손하트를 날리기도. 집에 돌아가 혼나지는 않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강호동은 "한참 (잔소리) 들었습니데이..."라며 손으로 땀을 닦았다.

강호동을 쏙 빼닮았다는 아들도 궁금했다. 방송에서 "훌륭한 운동선수가 됐으면"하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던 강호동. 실제로 아들 시후는 아빠가 하는 여러 프로그램 중 유독 KBS2 '우리동네 예체능'을 좋아한다고 한다. "시후가 절 닮아서 체격이 커요. 제 바람인데 운명적인 종목을 만나고 내적으로 많은 것을 갖춰서, 박수도 받고 훌륭한 운동 선수가 됐으면 싶습니데이."

체격에 대한 이야기는 '복근'으로 넘어갔다. 한 때 인터넷에서는 수영장에서 포착 된 강호동의 탄탄한 근육질 몸매가 화제가 됐다. 배에는 왕자가 선명했다. 여기에 "사우나에서 강호동을 봤는데 근육 장난 아니다", "진짜 근육 밖에 없다", "역시 운동 선수 출신" 등의 목격담이 더해졌다.

강호동이 "에이~. 그 정도는 아이다. 과장된 거예요"라고 말하자, 민경훈이 "제가 봤어요. 운동할 때 종아리 한 번 보면 알근육이 진짜~ 막 이렇게... 깜짝 놀랐어요"라고 재빨리 증언했다. 강호동은 "그 정도는 아닌데, 지방이 어떻게 잘 찍혀서 근육처럼 보이는 거 있잖아요. 하나 얻어걸린거 같아~"라고 부끄러워하며 손사래를 쳤다.

평소에도 운동을 즐겨하느냐고 묻자, 강호동은 "저는 운동을 해야 피로가 풀리는 편입니다. 달리는 거 많이 하고..."라고 답했다. 기자가 "역시 복근"이라고 장난스럽게 끼어들자, 당황스러운 듯 또 다시 크게 웃었다.

'아는 형님'에서 강호동은 어느 때보다 솔직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상담교사로 등장했던 강예원에게 '마리와 나' 폐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고, 레드벨벳 웬디의 응원에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생각도 못했는데 그 어린 친구가, 자기 일도 바빴을텐데 나를 배려해주고 그런 말을 해주는게 너무 감사했죠. 생각치도 못했어요. 근데 몰라~ 그때 저는 안 울었는데, 우는 것처럼 나오더라고요...(기자가 '강예원 때도'라고 말을 꺼내자) 에이, 그건 운 건 아이다! 그냥 눈가가 촉촉해진거지요... 칭찬을 잘 못 받다가, 감동 받았던거죠."

하지만 의외로 눈물이 많은 편인 것 같다는 말에는 강호동도 동의했다.

"점점 눈물이 많아지고 있어요. 하...꽃이 예뻐요. 한 4년 됐어요, 꽃이 예쁘게 보이는게. 제 나이되면 알거든요. 꽃이 예뻐보인다는 말의 의미를...크크크."

최근 방송에서 '강호동의 부활'을 환영하고 있는 것은 반대로 그가 좀처럼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던 상황을 드러내기도 한다. '마리와 나', '투명인간', '별바라기' 등 민경훈과 기자들이 종영해 아쉬웠던 프로그램을 언급할 때마다 강호동도 "그지예(그렇지요)~ 그지예~"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각기 제 색깔이 다 있었죠. 프로그램 하다보면 노력도 하고 또 운도 맞아야 해요. 이보다 더 노력할 수 없다 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못 할 때도 있죠. 아쉽다면 다 아쉬워요. 자기 전에 복기해보면 '그때 상황에서는 이렇게 했으면 더 큰 재미 있었을텐데' 반성도 많이 하고요... 꽃을 피우지 못한 것들도 생각나고... '다 내탓이다. 내가 더 잘했으면, 더 사랑 받고 롱런했을텐데...' 이런 생각도 들고요."

분위기가 사뭇 진지해지자 민경훈은 "그러니까, 그중에 어떤 프로그램이 제일 아쉽냐고요?"라는 '핵직구'로 또 한 번 무거운 공기를 환기시켰다. 거침없는 막내 민경훈의 입담에 기자들은 "출장토크 고정 MC로 발탁하고 싶다"며 감탄했다.

민경훈 덕에 한바탕 웃은 뒤 강호동에게 앞으로 포부를 물었다. 좋은 때도 있었지만 녹록치만은 않았던 예능인으로서의 길. 하지만 강호동은 단 한 번도 이 길에 접어든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고 했다.

"언제나 성실하게 책임감을 가지고. 이럴 때나 저럴 때나 지치지 않고 호동이만의 특유한 건강한 모습과 에너지를 만들겠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에게 관심 받고 사랑 받고 칭찬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데이~!"

ran613@sportschosun.com, smlee0326@ 사진=송정헌 기자 so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