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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또 오해영' 격정키스의 정석, 보통女들의 로망을 꿰뚫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10회는 시청률 8.425%(케이블플랫폼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또한번 경신했다. '벽키스'로 화제가 된 9회 7.99%보다 0.426% 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미 '치인트'(최고 7.1%)를 넘어섰고,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최고 시청률인 10.4%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밀당'을 거듭하던 이들의 멜로라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1회 이후 시청률 급상승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극중 박도경(에릭분)과 오해영(서현진)이 선보인 2번의 키스는 '결정적인 모멘텀'이 됐다. 될듯 말듯 간지럽고 뜨뜻미지근한 '썸'의 관계를 '연인' 관계로 급진전시켰을 뿐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시청률을 급상승 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 오해영'에서 에릭의 키스는 대단히 격정적이다. 에릭은 말이 짧다. '있던 거야', '들어와 자', '시끄럽다','약먹고자' 하던 이 남자, 이날 처음으로 오해영에게 '보고싶어' 제대로 된 네 글자를 말했다. '와줘', '안아줘'까지 그의 말은 여전히 짧지만 솔직하고 달콤해졌다.

말이 짧고, 표현력도 얕지만 이 남자의 애정 표현만큼은 제대로다. 여자들의 '심쿵 포인트'를 제대로 저격한다. 무심한듯 시크한 '상남자'의 키스, '또 오해영'에서 에릭이 선보인 두 번의 키스는 로맨스물 기획자라면 교본 삼을 '격정키스'의 정석이라 할 만하다.

연인이 벽에 꼼짝없이 몰아붙인 채 퍼붓는 '벽쿵키스'는 여자들의 대표 로망 중 하나다. 이를 테면 남자의 '폭풍후진' 운전, 팔뚝에 솟아오른 잔근육 같은 것이다. 소녀들이 사랑하는 로맨스 소설, 웹툰, 만화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클리셰(진부한 표현)'임에 틀림없지만, 어김없이 심장을 '쿵' 내려앉게 하는 '오차 없는' 한방이다. 오해영과 박도경의 키스 연기는 이 로망에 200% 충실했다. 키스신의 디테일, 손의 위치, 섬세한 감정 묘사하나하나가 한치의 어색함도 없는, 완벽한 '로망' 그자체였다.

10회에서 선보인 '바닷가 조개키스' 장면 역시 여자들의 '로망'을 제대로 조준했다. 대부분의 드라마 통상적인 장면의 조개구이집에서라면 남자가 조개를 구웠을 법도 한데 이 커플에서 조개를 굽는 역할은 오해영의 것이었다. 돈 많은 남자를 좇는 속물적인 엄마의 아들로 살아온 박도경의 결핍을 '여자' 오해영이 따뜻하게 채워주는 부분이다. '해영엄마'가 밥 위에 고기를 얹어줄 때 마음이 좋았다는 도경의 접시위로 오해영이 쉴새없이 조개를 나른다. 쉴새없이 움직이며 쉴새없이 재잘대는 오해영을 말없이 사랑스럽게 오묘하게 바라보던 도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반대편 옆자리로 성큼 다가간다. 예기치 못한 격렬하고 과감한 키스신, 또 한번 팬들의 마음이 녹아내렸다. 박력 넘치는 '상남자 키스', 또 한번 여심이 움직였다.

마지막까지 '로망 저격'은 이어졌다. 서울까지 무려 30만원짜리 대리운전을 부른 후, 숱한 모텔들을 풍경속에 떠나보내며 아쉬워하는 오해영에게 "여자는 모텔 같은 데서 자는 게 아니다"라고 준열하게 말할 줄 아는 남자, "다음에 좋은 데서 자자 우리"라고 '쓱' 달래듯 말하는 이 남자를 향해 세상의 오해영들이 '꺄악!' 환호했다. 동이 터오는 신새벽의 어슴푸레한 조도, 차안에서 무릎을 베고 자는 오해영의 옆머리를 귀뒤로 넘겨주고, 햇볕을 가려주는 박도경 손끝, 각도의 디테일까지, 마지막 10분 달달한 애정신에서 작가와 연출은 영악하리만치 완벽했다.

약하지만 강한 남자, 과묵하면서도 속 따뜻한 남자, 무심한 남자의 대담한 애정 표현에 여자들은 설렌다. 보통 여자들의 로망을 꿰뚫는 기술, 마음을 읽어내는 기술이야말로 잘나가는 '또 오해영'의 흥행 비결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