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로(이탈리아 밀라노)=이건 스포츠조선닷컴기자]그 이름을 듣는 순간 다들 한순간 멈칫했다. 질문을 받은 지네딘 지단 레알 마드리드 감독의 눈치만 살폈다. 질문 도중 지단 감독이 입을 열었다. "지금 이야기하시는 그 이름이 '마르코 마테라치'맞죠?" 다소 황당한 질문에 전세계 취재진은 물론 지단 감독마저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2015~2016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이 열릴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경기 하루 전인 27일 레알 마드리드의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석자는 지단 감독과 세르지오 라모스, 그리고 마르첼로였다. 약 6시간 전 열렸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보다 더욱 많은 취재진들이 몰렸다. 레알 마드리드의 인기를 실감케했다.
취재진과 지단 감독을 당황케한 사건은 기자회견 말미 벌어졌다. 이탈리아 기자가 질문권을 얻었다. "마테라치가 이번 경기를 앞두고 지단 감독을 응원했다. 어떻게 생각하나"고 물었다.
마르코 마테라치. 지단 앞에서 그 이름은 다소 말하기 껄끄럽다. 10년전인 2006년 독일월드컵 결승이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격돌했다. 혈전을 펼쳤다. 1-1로 연장까지 갔다. 연장 종료 직전이었다. 프랑스의 미드필더였던 지단이 갑자기 이탈리아 수비수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지단을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했다. 이탈리아는 승부차기에서 프랑스를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마테라치는 경기 중 지단에게 가족과 관련한 욕설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지단과 마테라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갑자기 이탈리아 기자가 '마테라치'를 입에 올린 것은 이날 아침 기사 때문이었다. 이날 아침 마테라치는 "지단이야말로 정말 좋은 감독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소식을 들은 지단은 다소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는 "열심히 준비했다. 이기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다(good)"는 애매모호한 반응을 남겼다. 그는 "나는 내 일을 할 것"이라며 마테라치의 응원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지단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감독으로서 UCL 결승전에 참여하는 것이 어떤가'라고 질문한다"며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것도 감독의 일 중 하나다. 그런 압박감도 좋다. 결승전을 앞두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