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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박근태 작곡가 '작곡가 한류 시작된다'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이한나 인턴 기자] 왜 박근태가 공전의 히트 작곡가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인지 너무나 잘 알겠다.

박근태 작곡가는 다작을 하지 않는다. 데뷔한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발표곡은 200여 곡에 지나지 않는다. 비슷한 경력의 작곡가들과 냉정하게 수치상으로 비교하면 1/5 정도에 불과한 숫자다. 그럼에도 손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의 히트곡을 대거 보유해 '다작' 작곡가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를 불러온다. 그의 생명력은 철저한 자기 관리에 기인한다.

먼저 아무리 유명한 가수라도 재작업을 선호하지 않는다. 또 가수와 스킨십을 많이 갖지도 않는다. 이전에 해왔던 것과 비슷한 것을 요구해 자기 복제의 틀에 갖히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항상 새로운 걸 만들어내기 위해 유사한 작법은 쓰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한다. 은연 중에 비슷한 창작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노래도 잘 듣지 않고 방송 미디어도 멀리하는 편이다. 그런 각고의 노력 끝에 박근태는 룰라 '백일째 만남', DJ DOC '나의 성공담', 에코 '행복한 나를', 쿨 '송인', 젝스키스 '폼생폼사', 브라운아이드소울 '정말 사랑했을까', SG워너비 '타임리스', 조PD '친구여', V.O.S '눈을 보고 말해요', 쥬얼리 '슈퍼스타' 등 손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한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있다. 최근 용감한형제나 신사동호랭이 등 수많은 작곡가들이 자신의 레이블을 설립하고 방송에 출연하며 스타 작곡가로서의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는 반면, 박근태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커녕 미디어 접촉도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솔직히 이전까지는 관심이 없었어요. 올해부터는 한번 해보려고요. 그래서 미스틱엔터테인먼트와도 작업을 하는 거고요. 일단 제가 진행하는 콜라보프로젝트와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하반기 방송 출연을 계획하고 있어요. 제일 큰 음악적인 목표가 롱런이에요. 그러면 '이 사람이 누구다'라는 방점이 찍혀야 하니까요. 내년엔 중국 진출도 계획하고 있어요."

욕심이 없는 줄 알았더니 그 누구보다 방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미 유럽 시장에는 진출했다. 바로 송라이팅 캠프를 통해 유럽 작곡가들과 협업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만든 곡들은 국내 가수에게 주기도 했고 해외 퍼블리싱 회사에 공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엔 저작권 문제로 '회색지대'라 불렸던 중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프로듀싱 기법을 체계화 시킬 수 있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이 모든 걸 한꺼번에 진행하려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듯 싶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무척 밝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프로젝트도 한 달에 한곡 이런 식으로 정해놓으면 강박이 생길 것 같아서 여유를 갖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일단 작곡은 사람 인생을 다루는 작업이기 때문에 흐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신중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집중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