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상무가 '국가대표 사관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FIFA의 A매치 기간을 맞아 성인팀과 유스팀에서 대표팀 선수를 2명이나 배출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상주의 주장 이 용은 오는 6월 스페인 체코와의 유럽 원정 2연전을 앞둔 슈틸리케호의 부름을 받았다. 2014년 10월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 이후 19개월 만이다. 20명으로 구성된 A대표팀에서 이 용은 단 3명밖에 없는 국내파 중 한 명이다. 수비수 중엔 유일한 K리거다. 부상 중인 김창수(전북)를 대신해 오른쪽 풀백으로 기회를 잡았다.
이 용의 대표팀 재승선은 선수 개인에게는 물론 구단에게도 뜻 깊은 일이다. 상주는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모여 있는 팀이긴 하지만, 지난해 챌린지에서 승격해 올 시즌 2년 만에 클래식 무대를 밟고 있다. K리그 명문팀 선수들을 제치고 A대표팀 선수를 배출했다는 사실에 상주 관계자들은 크게 고무돼 있다.
상주는 선수들이 원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도록 경기감각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당장의 경기 결과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전역 이후까지 배려해 시즌 운영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선수들 중에는 소속팀에서 주전 경쟁에 밀려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상무 입대 이후 상주에서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기량이 급성장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 그 결과가 대표팀 발탁이란 성과로 이어졌다.
이번 대표팀 명단에선 제외됐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얻으며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라 불린 이정협(울산)이 처음 슈틸리케호에 승선했던 시기도 상주 소속이던 2014년이다. 한동안 태극마크와 멀어졌던 이근호(제주)도 상주에서 뛰던 2014년 브라질월드컵 대표팀에 승선하며 다시 태극마크와 인연을 맺었다. 군인 신분으로 조별리그 1차전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정협과 이근호는 대표팀 발탁을 계기로 기량을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기회를 얻었다. 이번엔 이 용의 차례다.
조진호 상주 감독은 A대표팀 명단 발표를 앞둔 22일 "이 용은 주장으로서 팀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가 훌륭하다"며 "대표팀에 발탁되면 크게 활약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용은 "부대의 훈련 환경이 뛰어나고 팀도 챌린지에서 클래식으로 승격하는 등 개인적으로 실력을 재정비하는 시간이었다. 그 과정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기회가 다시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유일한 군인선수로서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데 맡은 바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오는 6월 3일과 5일 국내에서 열리는 잉글랜드 U-18 대표팀과 친선경기에는 상주 산하 유스팀인 용운고의 한정우가 출격한다. 대표팀 발탁은 처음이다. 한정우는 "처음으로 긴장되지만 가진 실력을 다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각오를 다졌고, 방호진 용운고 감독은 "한정우는 성실함이 강점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응원했다.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