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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여신 공포', 조선업 70조 규모… 해운의 30배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에 대한 은행들의 여신(빌려준 돈)만 55조원에 달하고 중소 조선소까지 합할 경우 7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조만간 약 6조원 가까운 익스포저(위험에 노출된 금액)가 있는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임에 따라 은행권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의 여신 규모는 대우조선이 약 23조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중공업이 17조4000억원, 삼성중공업이 14조4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중견업체인 현대삼호중공업이 5조1000억원, 현대미포조선도 4조4000억원 규모다. 중견 조선사 1곳의 은행권 대출 규모가 구조조정 중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창명해운의 총 익스포저(약 2조30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대우조선에 대한 여신은 수출입은행이 12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이 6조3000억원, 농협은행이 1조4000억원 등 특수은행이 20조원을 넘는다. 이어 하나은행(8250억원), 국민은행(6300억원), 우리은행(4900억원), 신한은행(2800억원) 등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규모도 2조2000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은 지난 3년 간 영업활동을 통해 이자비용도 제대로 지불하지 못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한계기업'인 것이다. 그동안 빚을 내 은행 이자를 낸 셈이다.

그럼에도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들은 대우조선의 여신을 대부분 '정상'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빚으로 연명할지라도 이자를 꼬박꼬박 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이유는 등급을 낮출 경우 거액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신 건전성은 위험성이 낮은 순서대로 정상→ 요주의→고정→회수 의문→추정 손실 등 5단계로 나뉜다. 부실채권은 '고정' 이하 여신을 의미한다. 정상은 충당금을 거의 쌓지 않지만 요주의부터는 상당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요주의는 대출 자산의 7~19%, 고정은 20~49%, 회수의문은 50~99%, 추정손실은 대출액의 10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예컨대 대우조선을 정상에서 요주의로만 등급을 낮춰도 은행권은 1조6000억원에서 4조3000억원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셈이다.

여신의 대부분이 몰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많게는 3조원이 넘는 금액을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안이하게 대출 관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조선업에 대한 충분한 연구 분석을 하지 못했다는 비난과 함께 성과주의 체제의 문제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은행들은 올해 2분기에도 조선·해운업과 관련해 거액의 충당금을 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TX의 법정관리행이 확정될 경우 충당금 부담은 더욱 커진다. 우리은행은 대우조선을 '요주의'로 분류해 조선사 관련 충당금으로 1000억원을 쌓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사를 포함한 충당금 규모는 약 15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에만 해운·조선사 등에 3328억원의 충당금을 쌓은 농협은행도 2분기에 거액의 충당금을 추가 적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 역시 1분기에 1300억원을 적립했지만 향후 수천억원대의 충당금을 더 적립할 가능성이 높다.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등급 조정에 따른 수천억원대의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STX조선 여파로 1조5000억원, 수출입은행은 6000억원 가량을 추가 적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이 조선업계의 여파로 수천억원대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현 상황이 2분기 국내경제의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